이건 지극히 주관적인 내 의견이고, 딱히 다른 공략 작성자들에게 딴지걸거나 그러려는 의도 전혀 아님. 그렇다고 해서 공략을 보거나 보지 말거나 하라는 소리도 전혀 아니고. 그냥 생각해본거 쓴거다.

또한, 내가 모든 게임을 다 섭렵한것도 아니기 땜시 잘못된 정보도 있을수 있고, 그런건 수정해주면 ㄱㅅ하겠다.


요새 보면 모바일게임, 컴게임, 콘솔게임 모두 공략이 있다. XX게임 초반공략, 중반공략, 후반공략, 템세팅 공략 등등...

그렇다면 과연 공략은 무엇일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특정 스테이지나 문제를 해결하는것, 해당 글/영상을 따라가면 안정적으로 성장이 가능하거나 게임의 기본기를 갖출수 있게 되는것."


"게임 등에서는 특정 루트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적을 상대하여 이기는 방법, 혹은 그 게임을 성공리에 진행하는 것을 일컫는 말. 게임의 일부/전체 클리어 방법 및 게임 요소를 완벽히 정리해놓은 것을 말한다."

라고 갓-나무님이 말하신다.


일단 기본적인 틀은 비슷하다. 그렇다면 공략을 쓰는 목적은 무엇일까.

아마도 나는 동정심이나 선의가 주가 된다고 본다.


내가 한 뻘짓거리, 헛짓거리를 반복하지 말라고 미리 그 뻘짓을 알려주는 선의,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고 막막할 뉴비들에게 옆에서 알려주고픈 동정심 등등.


다만 순전히 자뻑용으로 공략을 쓰는 놈들도 있는데, 이거는 크게 다루고싶진 않다. 중요한것도 아닌것같고.


아무튼 대부분은 이런 심리로 공략을 쓴다. 게임에 대부분 채팅 기능이 있는데 그걸 이용하면 되지 않냐고?

그런데 채팅 기능이 있는지 모르는 뉴비의 경우나, 아예 채팅이 없는 솔플겜의 경우, 그리고 불편함 등등 이유가 하도 많아서 그렇겐 잘 안한다. 

1대1 전담마킹을 해서 알려주는건 흔히 뉴들박이라고 부르는데, 공략은 대부분 인터넷 커뮤에 올리거나 유튜브 같은 영상 커뮤니티에 올리는걸 지칭한다.


뉴들박과 공략을 비교해 보자면:


뉴들박

- 대부분 1대1, 1대다 정도로 진행되고, 다대1 경우도 존재하긴 한데 고수 1~2명이 뉴비 여럿을 캐리해주는게 많음.

- 보통 유저 유입이 적은 게임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대단히 열정적이고, 뉴비 입장에선 따라서 약간 부담스러울수도 있지만, 동시에 파격적인 지원으로 든든한 아군을 얻을수 있음. 여기서 공략과의 결정적 차이는, 아닐때도 있지만 같이 플레이해주거나 물자 지원을 해줌.

- 인게임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음.

- 단점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동시에 도움을 주는건 불가능하고, 시간이 지나서 다른 뉴비가 오면 다시 설명해 줘야함. 


공략

- 대부분 커뮤니티 게시글이나 유튭 영상 등등으로 존재함.

- 유저 유입이 많은 커뮤니티에서 생기는 경우가 많음. (예시로 메난민 크루즈선 상륙 당시) 갑자기 유입이 많아지면 거기에 비례해 공략과 뉴들박이 늘어남.

- 시간이 지나도 남아있고, 모두에게 공개된 경우가 태반이라서 언제든, 누구든 한번 작성해두면 볼수있음. 다만 찻집공략은 가입해야 보이는듯. (비틱은 아니고, 찻집 분위기가 도대체 어떻길래 악명이 자자하지 싶어서 들어가봤는데 뭔 글이 죄다 안보이더라.)

- 물자 지원이나 인게임에서 도움을 주는 경우는 거의 없음. 이건 디메리트로 작용할수도 있음.

- 단점으로, 누구나 쓸수 있고 자신이 고수란걸 인증하지 않는 이상 (인증해도 도용이 가능하긴 해서 애매하게 어려움) 전문가인지 좆문가인지 몰라서 당하는 사람이 생길수도 있음. 따라서 좆문가 공략을 판별하는 사람이 있어야 함. 뉴비들은 진짜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좆문가 공략을 판별 못함.


이런 특징이 대략 있다.

그런데, 내가 오늘 이 글을 쓰려고 한 이유는 이런거 비교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바로, 공략이 필요한가? 공략이 게임성을 해치지는 않는가? 에 대해 생각해 보기 위해서다.

공략은 일단 알아두고 그대로 실천하면 당연히 좋다. 좆문가가 쓴 공략은 빼고. 초반을 수월하게 진행하고 중반에 돌입하거나, 게임을 초반에 도저히 즐길수가 없는, 진입장벽이 무슨 만리장성인 게임은 이런 공략을 보고 시작하면 매우 좋다. (나의 경우엔 배그가 진입장벽이 높았다. 아니 ㅅㅂ 어떤 총을 써야하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문제는 공략 의존도다.

게임성에 대한 고찰 등등을 몇몇군데에서 보고왔고 나도 직접 생각해봤는데, 게임이 타 영상매체나 그런거와 차별화되는 점은 자신이 뭔가 선택하고, 그 결과에 따라서 엔딩이라거나 드랍템이라거나, 전반적인 호감도나 그런것들이 영향을 받고, 이것들이 다시 내 선택에도 영향을 주는 복합적 구조라는게 맞는것 같다. 예를 들어서 카지노 가면 있는 슬롯머신이라던가 그런거랑 똑같이 운에 따라서 특정 행동을 수행하면 특정 보상을 얻거나 잃는 게임이 뭐가 다르냐고? 

슬롯머신은 단순 운이다. 게임은 운과 선택, 피지컬 등이 결합되어야 비로소 좋은 보상을 받거나 잃게 된다. 그저 레버 당기는게 다가 아니고, 사고력과 피지컬이 필요하다 이말이다.

따라서 게임은? 도박이 아니다. (여기에도 몇몇 왕이되는자 같은 쓰레기 게임은 예외일수 있다. 완전 현질, 가챠밖에 없고 플레이 요소가 전혀 없다던지...)

게임성 얘기가 왜 나왔냐면, 공략이 게임성을 훼손하는건 아닌가 싶어서이다.

물론 나 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했겠지만, 내가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자 한다.


공략이 왜 게임성을 훼손하냐 하면, 바로 아까 위에서도 얘기한 공략 의존도이다. 공략에 지나치게 의존해서 템세팅, 초반 중반 후반 등등을 공략만 보고 진행한다면 자기가 깼다라는 성취감은 있을지 몰라도, 조금만 지나면 내가 생각한거나 그런게 전혀 없다는거에 급 현타가 오게 된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내가 하는게 하나도 없이, 그저 시키는 대로 버튼만 누르는 게임이라면 위에서 비유한 슬롯머신과 무슨 차이가 있는가? 또, 스포일러 보고 보는 영화하고는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가? 모든게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일어날지 다 안다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어떤 게이머들의 경험을 응축한게 공략이다. 그 사람들이 시행착오를 경험하면서 게임 전체를 다 뜯어보듯 한게 공략이다. 그걸 넘겨줘서 먹은것 가지고는 아무도 뭐라 할수 없고, 애초에 그러라고 있는게 공략인데, 이게 약을 너무 많이 먹으면 부작용이 오듯이, 역시나 부작용이 올수 있다.


이게 바로 게임불감증, 공략 의존증이다.

게임불감증은 왜 발생하는지 도통 모르겠고, 치료법도 도대체 무엇인지 전혀 모르겠었던 때가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의외로 쉬웠다.

나는 모겜을 하면서 공략을 많이 보고 했는데 공략이 매우 많이 설명을 해줘서 할게 그냥 없었다.

내가 할일은 그저 상대편을 죽이면서 아득바득 재화를 모으고, 그걸로 장비를 강화해서 다시 상대편을 죽이는게 다였다.

그리고, 그겜이 지루해지기 쉬운 구조인것까지 겹쳐서 그냥 게임을 접었다. 그 후부터는 거의 계속 게임불감증이 계속됐다. 

게임 불감증이 오는 이유는 내가 할일이 없는것, 단순 반복행동 등등으로 인한 "게임성"의 부재다. 여기다가 공략만 보고 여기까지 왔다는 일종의 자괴감까지 합쳐지면 후유증은 상당히 크다. 이거는 고수들이나 썩은물들이 더이상 할 콘텐츠의 부재로 느끼는 허무함, 공허함과 비슷한듯 한데, 이는 아까 고수들의 경험을 응축한 약에 비유한것과 같이, 내공 면에서는 고수보다 조금 낮은 수준의 지식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도 당연히 공략을 완벽히 이해하는 조건이고, 모든 경험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순 없겠지만.

따라서 치료법은, 한동안 게임을 쉬었다가 새로운 게임을 찾아보거나, 재밌게 했던 게임을 찾아보는 것이다. 

공략 의존증은 게임불감증과 전혀 반대 방향으로 가는데, 게임불감증은 공략대로만 하다보니 지루함을 느끼는 단계에서 열정을 잃어버리는 거라면, 이거는 공략이 모든걸 해결해주고 내가 할일은 그저 반복뿐이니 너무 편하고, 여러번 공략을 찾게 되는것이다. 이것도 이거대로 현재는 괜찮은데, 나중에 게임을 접고나서 보면 내가 도대체 한게 뭐가 있나 등등의 자괴감이 들게 될것같다.


결론은, 공략은 역시 보면 좋고 초반이 어려운 게임이나 막막한 게임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수 있지만 너무 많이 보면 오히려 독이 되고, 게임 본연의 재미를 잃어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게임불감증 등등의 부작용이 생겼을때 했던 게임들은 그 후에도 "재미 없었던 게임"으로 이미지가 남기 때문에, 그 게임을 다시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자신이 좋아했던 게임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공략을 너무 맹신하거나 너무 공략만 보고 하지는 않아야 할것 같다.

공략을 보고 거길 따라가면 여느 고수 못지않은 완벽한 스펙과 피지컬을 어느순간 쌓을수 있겠지만, 게임은 역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해서 스스로 무언가 알아가는 맛으로 하는 재미도 있지 않을까? 


나처럼 너무 공략에 얽매여서 성능만을 추구하다가 게임불감증이 오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러번 언급했듯이, 나는 공략을 결코 나쁘게 보는게 아니지만, 의도만 보면 그렇게 보일수도 있을것 같다.


또하나의 공략을 쓴것같긴 하다. 이제 이 공략을 보고 따라갈지, 하지 않을지를 결정하는것은 당신의 몫이다.

내가 말하고 싶었던건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