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는 Half-Life (and Sex). 여태껏 출시 및 공개된 하프라이프 시리즈와 그 콘텐츠 중 흔히 '노렸다'고 표현되는 성적 묘사 관련 요소에 대해서 다루는 유튜브 영상이다.

자막을 따로 지원하진 않으나 그림 위주에 약간의 부연 설명으로 구성된 식이라 어떠한 콘텐츠를 다루는지만 알면 그렇게 이해하기 어렵진 않다.
본 게시물에서는 해당 영상에서 등장한 하프라이프 시리즈의 콘텐츠 목록을 필자가 아는 선에서 정리하여 아래에 나열하였다.

[0:23] Mr. Friendly, 일명 '친절이씨'. 하프라이프 1 게임 상에서 시체가 사라지는 시스템에 개연성을 부여하기 위한 시체 청소부 역할로 추정된다. 하프라이프 2를 비롯한 하프라이프 시리즈 개발 비화를 담은 아트북인 Half-Life 2: Raising the Bar에 따르면 플레이어 캐릭터를 한 쌍의 촉수 팔로 끌어 당겨 '명백한 남성기'로 치명적인 교미를 시도한다는 설정이다.

[0:58] 여성 과학자: 하프라이프 1에서 전형적인 랩코트와 안경을 쓴 다른 과학자 NPC와 달리 '풍만한'(ample) 맘마통이 특징이다. 개발 과정에서 삭제된 챕터인 통신시설(Communications Center) 부문에서 등장하였으며, 이후 다시 조우했을때 해병대를 동반하면서 플레이어를 배신한다는 전개로 기획되었다. 조력자였다가 배신자가 된다는 설정은 하프라이프 2의 주디스 모스맨으로 재활용된다.
[1:61] CIA 여성 병사: 양갈래 꽁지머리, 드러낸 복근, 튀어나온 유두. 하프라이프 정식판에서 등장하는 블랙옵스 (여성) 암살자의 전신이라 할 수 있다.
[1:39] 블랙옵스 암살자: 고강도 훈련을 받은 블랙옵스 요원으로, 게임 상에서는 플레이어와 거리를 두고 도약으로 이동하면서 공격한다. 고무나 라텍스 재질처럼 보이는, 끈이 달린 검은색 바디슈트나 '흔들리는 가슴' 연출에서 알 수 있듯이 정식판에서도 살아남은, 성적 매력을 드러내는 몇 안 되는 콘텐츠이다. 한편, 하프라이프 출시를 앞두고 개발사인 밸브 코퍼레이션과 유통사인 시에라 엔터테인먼트는 판촉용 이미지에 실사화된, 즉 블랙옵스 코스어를 등장시킨 바 있는데 함께 기재된 문구가 압권이다. "그녀는 똑똑하고 훌륭한 개성을 가지고 있으며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은 '흉부'라는 걸 안다."(She's smart has a great personality, and knows that the way to a man's heart is through his sternum.)
 인용된 영상은 https://www.youtube.com/watch?v=sbb9YYkag94&t=63s

[2:11] 지나 크로스: 앞서 '풍만한' 여성 과학자는 비록 정식판에서 삭제되었지만 또다른 여성 과학자로서 존재한다. 본편인 하프라이프 1에서는 장애물 코스(Hazard Course)에서 잠깐 등장하였고 이후 기어박스 소프트웨어에서 제작한 확장팩으로 2인 협동(Co-Op) 게임인 "하프라이프: 디케이"에서 콜렛 그린과 함께 주연으로 등장한다. 재밌게도 작중에서 경비원이 HEV 보호복을 입은 모습을 두고 추파를 던지는 대사가 있다.

[3:08] 콤바인 암살자: 하프라이프 2는 동유럽 디스토피아로 공간적 배경이 바뀌었지만 무장과 적대 NPC 구성은 전반적으로 전작과 동일하게 유지하려 했으며 대표적인 사례가 하프라이프 1의 블랙옵스 암살자를 계승하는 콤바인 암살자이다. 물론 블랙옵스 암살자만큼 '도발적인' 디자인은 아니지만 높은 굽의 부츠나 (정확히는 포탈 시리즈의 그것과 유사한 신축성 스프링 장치가 달린 형태이다.) 두드러지는 가슴은 여전히 꼴린다는 걸 알 수 있다.

 첨부된 그림은 https://www.deviantart.com/layerth-3d/art/Combine-Assassin-727260612

[3:30] 알릭스 밴스: 하프라이프의 지나 크로스가 하프라이프: 디케이에서 그 디자인이 좀더 '누그러진'(toning down) 것과 마찬가지로 알릭스 또한 E3 2002 행사 시연에서는 바디슈트 차림에 긴 부츠를 신은 모습으로 나왔으나 이듬해 E3 2003 행사에서는 현재의 모습으로 변경되었다.

[3:40] 알릭스 밴스와 주디스 모스맨의 대사: 블랙메사 동부에서 알릭스와 주디스가 주고 받는 대사는 고든의 관심을 끌기 위해 각자의 매력과 집착 외에는 두 캐릭터 자체의 공통점은 없다. 사실 상 전형적인 '하렘' 전개로써, "젊고 외로운 남성 게이머의 대중적인 판타지"를 채워주는 셈이다. 이런 맥락에서 팬 제작 리마스터 모드인 FakeFactory의 "CInematic Mod"에서 구현된 알릭스의 방에는 대놓고 딜도가 놓여있으며, 아예 알릭스의 캐릭터 3D 모델을 빅젖으로 바꿔준다.

 인용된 영상은 https://www.youtube.com/watch?v=cP0ziNVUc9A

[4:16] 알릭스의 속옷: 사실 하프라이프 2 정식판에서도 "고상한 사람"(prudish)이라면 불편해 할만한 묘사가 있는데, 바로 알릭스의 청바지 너머로 살짝 보이는 보라색 팬티이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필자 주: 참고로 E3 2003 시절에는 빨간색 팬티였다.

[4:27] 알릭스와 고든의 관계: 밸브는 플레이어가 알릭스를 로맨틱하면서도 성적인 관심이 끌리도록 설계하였다. 에피소드 1의 도입부에서 잔해 아래에 깔려있던 고든을 견이가 발견하고는 알릭스가 고든을 끌어 안는다. 바니는 빠루를 고든에게 또다시 건내주면서 그녀(알릭스)를 기다리게 하지 말라고 말하며 "부러운 녀석"(You lucky dog, you.)이라 덧붙인다. 에피소드 2에서는 조수석에 앉은 알릭스가 고든에게 윙크를 하는 등 더욱 노골적이다. 자동 포탑이 설치된 지역을 건너가야 하는 구간에서 한 반군이 알릭스에게 (고든이) 네 남자친구냐고 묻는다. 결말 부근에서 일라이는 콤바인의 출산 억제 파장이 해제되었으니 알릭스와 고든이 '관계'를 가져야 하지 않겠냐며, 노인이 손자 보고 싶은 게 당연한 게 아니냐는 식으로 말한다.


[5:49] 영상을 마치며: 듀크 뉴켐에서 돈 주면 젖탱이를 흔드는 스트리퍼나 모든 여성 캐릭터가 하프라이프 1의 폐기된 여성 과학자처럼 생긴 SiN처럼, 여러분이 본 영상에 느낀 바가 있겠지만 그래도 하프라이프는 동시대의 다른 대다수 게임보다 성적인 주제를 다루는데 있어서 더 겸손했다.

(Despite the impression you might get from this video half-life was more modest in handling sexual themes than most games of the era.)

하프라이프가 딱히 선정적이거나 공격적인 게임이 아니라면 내가 왜 이 영상을 만들었을까.

(So if I don't see Half-Life as a particularly raunchy or offensive game then why did i make this video.)

하프라이프 시리즈가 개발 과정에서 노골적인 성적 테마로 시작했다가 좀 누그러뜨린 게 신기하고 재밌었다.

(Because I think it's interesting that both half-life games started out with heavier sexual themes and then toned them down and also because it was fu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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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시인사이드 하프라이프 마이너 갤러리에 내가 쓴 글을 발췌해서 다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