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과학사 차이를 이해 못한다.

일단 한국머학원에서 분자생물학으로 학위땄다는 점 정도는 말해둔다.


여기 분자생물학 대충 맛이라도 본 사람이 있나 모르겠는데, 분자생물학 앞부분 (기껏해야 챕터 3~5 정도) 에 보면 오카자키 절편이란게 나온다. 



사실 저거 말고도 생물학 공부하다보면 일본인 이름이 종종 보여서 눈에 거슬리긴 하는데.
가령 당장 내 분야인 줄기세포 연구에서는 야마나카 인자(Yamanaka factor) 이야기가 항상 나옴.

어쨌건, 오카자키 절편연구는 1960년대에 진행되었고, 최종적으로 논문은 1968년 PNAS 지에 실렸다.

그럼 오카자키 부부가 DNA 연구 실컷하던 1960년대 한국은 어떤 상황이었게?
한국은 막 이승만 정부 몰아내고 / 박정희 정부 집권해서 새마을 운동 달리고 있던 시절이다.
이런 시절에 DNA 연구 같은게 가능했을리가 없지.

그나마 연구라고 할만한 연구 할 곳은 박정희가 이곳저곳에 돈 퍼붓기 전까진 아마 나름 제국대학 이었던 서울대가 고작이었을 텐데, 해방초 혼란기에 서울대의 이과 계열 교수들중 절반은 북한뽕 맞고 북한으로 가버렸다.
당장 당시 폴리머 전문가라고 할만한 이승기 교수는 북한으로 자기 제자들 죄다 끌고 가버렸지.

그래서.. 요약하자면, 밑에서 한국인이 노벨상 수상하려면 뭐가 필요한지 물었는데,
내가 보기엔 돈도 돈이지만 진짜 필요한건 시간이다.
일단 한국에서 학사/석사/박사 를 모두 거친 사람이 (포닥은 해외에서 하더라도) 교수가 되서 한국에서 학사/석사/박사 를 하는 사이클을 최소 두세사이클은 돌아야 그 나라의 제도하에서 연구를 체계화 할 준비가 된다고 봄.

아까 밑에서 주입식 교육 운운했는데, 어차피 일본도 교육법에서 (한국과 영미권 사이 처럼)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고.
실제 대학원 와서 굴러보면 알겠지만, 실제 연구할때 "암기"가 필요 없는건 아님.
오히려, 새로운 발상을 떠올리려고 해도 그 단서는 이전에 들었을 (관계있을거라 상상도 못한) 수업들에서 나오기 마련이고
떠올린 발상을 검증하려고 해도, 관련 분야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결국 자기가 주도적으로 연구를 진행 못함.

다만 "연구실 분위기" 란게 조금 구닥다리인 랩들이 많아서 그런데, 막 교수된 파릇파릇한 교수들 랩들은 그래도 나름 선진화된 랩인 경우가 많다. 내가 저 위에서 "교수가 몇세대 나와야 된다" 라고 한게 그런 맥락이고.
솔직히 일본과 한국 과학사의 절대적인 시간차는 사실 1세기 이상 나긴 하는데, 어차피 한국은 압축성장 같은걸로 많이 격차를 줄여왔기 때문에, 대충 내 또래 중에는 수상자 한둘쯤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