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고 있기로는, 미국은 사회적으로 나이 제한이 느슨하기 때문에 1년 늦어지는 것에 덜 민감함. 한국처럼 평균보다 몇 살 더 많은 지원자를 기피하고 일부러 불합격시키는 억압적인 풍조가 미국에는 없다는 말. 그래서 유급제도를 시행하기에 무리가 없음. 한국에서 유급제를 시행하면 "우리 애 나중에 (나이 많아서) 취업 못 하면 어쩔 거냐"는 항의와 고소가 빗발칠 것임. (계속)
일본 방송에서 언급된 건데, 방송 조연출은 딱 20~22살만 신입으로 뽑고 1살이라도 많으면 그냥 탈락시킴. 저 나이 안에 일을 시작 못 하면 영원히 방송 스태프가 될 수 없음. 일본은 우리보다 더 심한 것 같아요. 참고로 일본에서 재수 안 한 신규 초대졸이 20살, 신규 대졸이 22살임.
유급제의 장점이야 알다시피 학력 하한선을 강제로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는 것.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단점임. 유급제로 중고교 상위 90% 미만이 유급당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런데 이 정도로는 학생 인생 조져 가며 하한선을 끌어올린 보람이 없어요. 최소한 상위 30%는 돼야 교육 효과가 나거든요. 상위 95% 낙제생을 졸업을 안 시켜 가며 억지로 상위 90%로 끌어올려 봤자 서로 감정만 상하고 교육 효과는 없어요.
와, 이에 대해 정말 많이 생각하신 게 눈에 보이네요.
만약 유급제를 한다면 상대 평가보다는 절대 평가가 더 괜찮을까요? (모두가 다 어느 정도 잘 한다면 모두가 졸업을 하고, 모두가 다 교과 과정을 소화를 잘 못하면,, 음... 그런 경우에는 아마 교육 과정이 문제겠네요... )
모든 학생이 공부를 잘하도록 만들 수는 없어요. 낙제할 기미가 보이면 교사와 동급생들이 1:1 맞춤지도를 해서 중위권으로 끌어올려 준다는 북유럽 교육선진국 고등학생들이 한국의 학력평가 수학 문제를 손도 못 댔다는 일화는 유명하죠.
굳이 찾아보자면 우리나라에도 유급과 비슷한 시스템이 있긴 해요. 수능 한국사는 절대평가인데, 감점 없는 완전통과 점수를 받으려면 상대평가식 상위 80%쯤 됩니다. 이런 널럴한 컷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너무 어렵고 학습 부담이 크다고 호소하고, 교육자들은 이렇게 쉬워서 무슨 교육 효과가 있겠냐고, 이게 시험이냐고 한탄하는 딜레마가 터졌죠.
위에서 말했듯이 유급 컷을 상위 3~40%로 바짝 조이면 낙오자가 너무 많아서 학생과 학부모(선거 때의 표)의 원성이 점점 쌓일 거고, 상위 8~90%로 느슨하게 하면 시행하는 의미가 없습니다.
일제강점기 당시에 수용된 일본식 나이=학년=계급이 아직도 고쳐지지 않은거임, 이건 몇살 차이나도 Friend하는 서양이랑 나이차이 조금이라도 나면 형 동생하는 것부터 볼 수 있음. 한국도 조선때까지만 해도 오성과 한음이 5살 차이인데도 친구친구 하던 나라인데 일본식 악습이 아직도 안 사라진거...
요즘 한국 사회를 보면 다행히도 조금씩 자정되고 있는 것 같아요. 몇 년 전만 해도 남자는 육군에 가서 2년만 휴학하고, 26살에 졸업과 동시에 취업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엄청났어요. 28살 취준생을 백수라고 비웃고 시트콤 소재로 쓰던 게 고작 15년 전. 그런데 이제 27~29살을 넘어서 30대 취준생까지 무시 못 할 숫자로 늘어나니 나이 제한이 조금씩 느슨해지고 있어요. 대표적인 예로, 경찰관은 만 30살 이하로만 뽑았는데 2009년부터 40살 이하로 늦춰졌고요.
옛날에 TV에서 본 장면이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네요. 브라질 학생이 일본으로 전학을 갔는데 교실 안 학생들의 나이가 전부 똑같다는 걸 알고 문화충격을 크게 받은 장면이요.
우리학교는 과목중에 F 뜨거나 학고 (1.75 미만) 뜨면 유급.
시험은 상대평가고 교수님들이 한학기당 하위 5~10% 정도로 유급 날림.
윗 글에서도 말하듯 유급제도의 장점은 학력 하한선을 높이는 효과인데 의대는 실력없으면 졸업하면 안되니까 필요하긴 합니다. 다만 중고등학교에서 적용시키는건 조금 다르게 보는게 의대의 유급은 모두 평균이상 공부시키기 위해서 유급을 주는거고 교수님께서 판단하기에 실력이 부족하다고 하면 하위 20% 이상 유급을 날리기도 합니다. (다만 이런 경우는 몇년에 한번 있을까말까) 하지만 중고등학교는 모두를 공부만 하는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게 아니므로 사회로 나갔을때 최소한의 교양과 사회를 살아가는 지식을 가지고 있을 만큼 정도로 적절하게 조절하는게 좋을거 같아요. 옛날 운동부 학생들처럼 운동한다고 공부 하나도 안하고 졸업하는데 성공 못하면 인생 힘들어지는 일은 없도록 해야되지 않을까요.
제 보딩스쿨 경험으론 유급, 퇴학 많이 봤습니다. 유급은 성적이 잘 안나오면 무조건, 그리고 퇴학은 주로 한 학기 내 일탈행위(술, 담배, 폭력, 등) 두번이면 퇴학이라던지.. 실제로 기숙사 전체에서 술파티가 있었는데 걸리는 바람에 20명이 동시에 퇴학 직전까지 간 적도 있습니다. 퇴학을 많이 때린다고 해도, 엄격하게 안하면 학교 자체가 유지될 수 없다 같은 위기의식과 보수성이 있었습니다. 퇴학당한 친구들한테 이야기를 들어보니 또 어찌어찌 결국엔 다른 학교로 전학 가긴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이 교육의 장점은 사회에 나가기 전에, 스스로 행동에 책임을 지고 선을 넘지 않고 스스로 공부하는 성격을 갖게 된다는 것 이겠죠. 애시당초 자기 하고싶은 만큼만 공부하기에, 한국의 "대학만 들어가고 보자" 에서 생겨나는 보상심리가 없습니다.(물론 한국이라고 다를 바 없이 취업준비라는 새로운 입시가 기다리고 있죠) 특히 교육에 있어서 한국과 가장 크게 다르다고 느꼈던 점은, 스스로 찾아서 하는 학생에겐 모든 것을 주고(심지어 대학의 경우 교수님 Office hour 에 질문을 해야지만 풀 수 있는 숙제를 내는 교수님도 있습니다. 소심한 성격이라 그냥 혼자 죽치고 검색하고 공부하며 20시간 이상 허비하고, 물어보러 갔다가 너무 쉽게 다 알려줘서 벙찐 기억이 있습니다.), 누가 끌어주길 바라는 학생은 아무도 끌어주지 않는다는 점 이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이 가장 적응에 어려웠습니다. 한국에서는 우등생, 열등생 할 것 없이 똑같이 쥐어 짜듯 몰아치는 분위기인데, 환경과 가치관이 너무 달라서 스스로가 사고방식이 바뀌어야 잘 할수 있는 것이죠. 상위권에 올라가기 위해선 항상 선생님을 찾아가 뵙고 질문을 해야만 했거든요 -물론 대학 붙은 이후에는 C맞을 정도로만 수업을 들었습니다. 아쉽게도 C이상 유지해야 합격증이 유효하다는 조항이 있었기 때문에.
나중에 취업 잘하려면 교수님들 추천서 받아내야하니 교수님들 안면을 좀 터놔야 하는 것도 있지요. 교수님들도 자기 평판이 달린 문제라서 그런지 잘 모르면 안써주거나 안좋게 써주시는 분들도 있다하더군요. 국내는 영어추천서는 너가 써와라 난 검증만 함 하시는 교수임들이 많은 듯한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