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할 때 위성사진으로 일본을 살펴보다 보면, 몇몇 공항의 활주로에 공항 명칭이 적혀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간사이 국제공항)


(오사카 이타미 국제공항)


이런 표기는 왜 있는 걸까요? 그리고 어떤 기준으로, 어떤 공항에 있는 걸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일본의 항공법에서 공항은 '비행장명표식(飛行場名標識)'을 갖춰야 한다고 명시했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는, '공항 등(空港等)'에는 '비행 중인 항공기에서의 식별이 용이한 장소(飛行中の航空機からの識別が容易な場所)'에 '공항 등의 명칭(空港等の名称)'을 표기해야 하며, 이 때 문자는 로마자로, 색은 명료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문자 하나의 크기는 가로 세로 모두 3m 이상이 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항공법 제79조의 17, 육상공항의 시설의 설치기준과 해설(陸上空港の施設の設置基準と解説) 3.12.2)

하지만 해당 조항에서 '주변의 지형 등을 통해 해당 공항 등의 명칭을 확인할 수 있는 경우를 제외한다'(周辺の地形等により当該空港等の名称が確認できるものを除く。)고 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 공항이 반드시 비행장명표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규정이 모호하기 때문에, 비행장명표식이 없는 공항들에 큰 규칙성이 있지는 않습니다. 사실, 애초에 비행장명표식이 없는 공항 자체가 매우 적습니다.

대표적으로 비행장명표식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공항이 바로 도쿄 국제공항(하네다 국제공항)입니다. 그 외에도 나리타 국제공항과 미야코 공항 (오키나와현 미야코지마시)의 위성사진에서는 비행장명표식을 찾을 수 없습니다.

또한, 군용 공항의 경우에도 비행장명표식이 없습니다. 이는 민, 군 공용 공항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여서, 이바라키 공항, 미사와 공항 등에는 비행장명표식이 없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예외가 있습니다. 도쿠시마 공항과 요나고 국제공항(미호 비행장)의 경우, 민, 군 공용임에도 불구하고 비행장명표식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호 비행장 / 요나고 국제공항)


(도쿠시마 공항)


또한, 법적으로 있어야 한다고 명시가 되어 있긴 하나 색상이나 글씨체, 유지 관리에 관해서 명확한 조항이 없다 보니 실제로는비행장명표식이 잘 인식되지 않는 공항들도 있습니다.


(이키 공항)


(쇼나이 공항)


또, 문자를 조경을 통해 구현하거나, 공항의 별명, 캐치프레이즈 등을 함께 표시하고 있는 공항들도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러한 추가 표식은 비행장명표식과는 관련이 없으나, 대다수의 공항에서 비행장명표식 근처에 두고 있습니다.


(나가사키 공항, 활주로가 아닌 옆의 공간에 조경으로 비행장명표식을 구현하였습니다)


(타카마츠 공항, '사누키(さぬき)'가 함께 쓰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아오모리 공항, '새로운 비상 아오모리 공항(新たな飛翔青森空港)'가 쓰여 있습니다)


(후쿠시마 공항, 후쿠시마현 캐치프레이즈 'うつくしまふくしま'가 쓰여 있습니다)


이러한 비행장명표식은 대체로 활주로의 옆에 활주로와 평행하게 설치되어 있습니다만, 현대에 와서는 공항을 이용하는 항공기에서 비행장명표식을 보고 공항을 확인하는 일은 거의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러분도 다음에 혹시 일본에 방문할 일이 있으면, 이착륙하는 항공기에서 창 밖으로 비행장명표식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참고자료: https://detail.chiebukuro.yahoo.co.jp/qa/question_detail/q12229963942, https://elaws.e-gov.go.jp/document?lawid=327M50000800056#827, https://www.mlit.go.jp/common/001287526.pdf)

(모든 사진은 구글 지도에서 캡쳐했으며, 사진 상 위쪽이 북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