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선은 누가 이길까?

뭐, 그건 아무래도 잘 모르겠다. 더 잘하는 당이 이기겠지. 

애초에 그런 류의 이야기를 하려고 적은 글이 아님을 기억해주었으면 한다. 


총선에서 누가 이길지는 알 수 없지만, 구도가 어떤지 정도는 지난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해볼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일명 '막대기를 꼽아놔도 당선되는' 콘크리트에 좀 관심이 끌렸다.


우리는 지난 4년간 1번의 총선, 1번의 대선, 1번의 지선을 겪었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는 탄핵의 여파가 남아있었고 당시 여당(민주당)에 유리한 호재, 코로나라는 국가적 재난이 겹쳐 보수당을 국회에서 몰락시켰다.

2022년 20대 대선에서는 탄핵 프레임이 사라지며 다시 이전과 같이 엎치락 뒤치락하는 대통령 선거구도가 만들어졌고,

2022년 8회 지선에서는 허니문 선거라는 현재 여당(보수당)에 유리한 호재가 작용하여 민주당을 지자체에서 몰아냈다.


이러한 배경이 있어, 불과 2년 간격으로 우리는 2번의 서로 다른 쪽으로 굉장히 치우친 선거를 보았다. 

이 글의 유일한 사견이라면, 이번 총선의 구도는 저 2번의 선거만큼이나 치우친 결과를 보여주지는 않을 것 같다.

양당에 대한 평가라기 보다는, 저 정도로 구도를 한 쪽으로 밀어넣는 초대형 호재/악재는 없어 보인다는 뜻으로 이해해주면 좋을 것 같다. 

(+ 19대 대선이나 7회 지선은 탄핵 국면이라는, 데이터로 치면 이상값과 같은 시기였기에 제외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즉, 21대 총선이라는 열악한 환경에서 보수당을 지지한 지역구라면, 아주 높은 확률로 이번 총선에도 지지할 것이다

또, 8회 지선이라는 불리한 구도에서 민주당을 지지한 지역구라면, 아주 높은 확률로 이번 총선에도 지지할 것이다. 



우선 21대 총선부터 보자. 

21대 총선에서 보수당은 자당 출신 무소속 의원까지 88명을 당선 시켰다. 

신도시로 인한 극적인 인구 구조 변화가 없는 이상, 이들 지역구 거의 대부분에서는 이번 총선에서도 당선될 것이다. 


선관위에서 제공하는 동 별 비례대표 득표율 데이터와 선거구 별 동 구성표를 이용해 각 지역구 별 비례대표 득표율을 계산해보았다. 

88개의 지역구 중, 비례대표 득표율에서 민주당이 2% 이상 앞서는 지역구는 없었다. 

오히려 부산에서 당선된 민주당 3석: 사하구 갑, 북구강서구 갑, 남구 갑의 경우, 비례대표 득표율에서 보수당이 무려 10% 이상 높았다. 

유리한 구도와 더불어 소위 말하는 '인물론'으로 민심을 돌파한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수식은 (민주당 비례대표 득표 수 - 보수당 비례대표 득표 수)/총 투표자 수  * 100%로, 쉽게 말하면 마이너스가 클수록 보수당 지지율이 높은 곳이다.

민주당 비례대표 득표 수의 경우,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의 것을 합하였다. 

(+ 본인은 컴퓨터를 좀 다룰 줄 알아서, 선관위에서 구할 수 있는 raw data를 이용해 직접 계산한 수치이다. 오류가 있을 수 있다... )



다음으로, 8회 지선을 보자. 구시군장/광역비례/시도지사 데이터를 만들어봤다.

이번에는 지선 득표율을 총선 득표율로 변환하는 과정이 있어 조금 더 복잡하다.

우선, 총선의 지역구 선거와 가장 가까운 선거는 구시군장 선거라고 판단하였다. 

출마자 수도 적고, 중량감 있는 출마자들이 많아 '인물론'이 훨씬 크게 좌우하는 시도지사 선거는 총선과 큰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호남/대경의 뻔한 콘크리트 일부를 제외하면 전 지역에서 민주당:보수당 출마자가 있다. 

상대당 출마자가 없는 경우, 시도지사 득표율로 대체하였다 (출마자가 없을 만큼의 콘크리트인 만큼 구도 분석에 큰 영향은 당연히 없다).

 

구시군장 열을 내림차순으로 정리했을 때, 경기도 안산시상록구 을 까지, 민주당이 이길 수 있었던 지역구는 총 71개였임을 알 수 있다

*서울시 영등포구 갑의 경우, 차이가 미미하기도 하지만, 보수당의 광역비례나 서울시장선거 득표율이 다른 민주당 강세 구들에 비해서도 높은 편이다.


하지만 비례까지 보면 민주당 입장에서는 조금 더 안 좋다. 

민주당이 이긴 지역구의 광역비례 득표율을 보자. 

하이라이트된 지역구들은 구시군장 선거 분석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지역구들 중 비례대표에서 보수당 득표율이 10% 이상 높은 곳들이다. 

앞서 이야기한 21대 총선 부산 지역구 3곳처럼 '인물론'으로 돌파한 곳도 있고 (성동구청장), 보수당 후보가 분열/자멸한 경우 (충청 2곳)도 있다. 

특히 충청남도 공주시부여군청양군의 경우, 보수당이 21대 총선에서 승리했을 정도로 보수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구다. 


가장 흥미로운 지역구는 경기도 평택 을 이다

경기도 평택 을은 21대 총선에서 보수당이 당선자를 냈지만, 8회 지선에서는 오히려 평택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당선자를 냈다. 

또 경기도지사 후보는 당선자였던 민주당 후보가 아닌 보수당 후보를 더 많이 지지하는 교차 투표를 보여준, 명백한 경합지가 되었다.


총선에서는 또 다른 '인물론'이 작용할 수 있겠지만, 8회 지선으로 그것을 예측할 수 는 없다는 점을 고려해 지역구 카토그램 지도를 만들어봤다.

- 선거구는 21대 총선 선거구를 기준으로 하였다.

- 21대 총선에서 이긴 보수당 지역구는 붉은색으로 칠하였다.

- 8회 지선 동별 득표수를 지역구로 환산하여 민주당이 이긴 지역구는 푸른색으로 칠하였다.

- 앞서 언급된 '인물론' 혹은 기타 특수한 이유로 인한 현상은 배제하였다.

         

(각 지역구 이름까지 넣는 건 못했지만, 직관적으로 보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본인의 지역구가 궁금하다면 옆에 원본과 대조해 찾을 수 있다.)


정리해보자면 21대 총선 선거구 기준 지역구 253석 중,


서울 49석 (민주당 10석, 보수당 8석, 그 외 31석: 63%)

경인 72석 (민주당 23석, 보수당 8석, 그 외 41석: 57%)

강원 8석 (민주당 0석, 보수당 5석, 그 외 3석: 38%)

충청 28석 (민주당 4석, 보수당 8석, 그 외 16석: 57%)

호남 28석 (민주당 28석, 보수당 0석, 그 외 0석: 0%)

대경 25석 (민주당 0석, 보수당 25석, 그 외 0석: 0%)

부울경 40석 (민주당 0석, 보수당 33석, 그 외 7석: 18%)

제주 3석 (민주당 3석, 보수당 0석, 그 외 0석: 0%)


총 253석: 민주당 68석, 보수당 87석, 그 외 98석으로 분류할 수 있다.  


양 당간 콘크리트 의석 수에서 약 20석의 차이가 나는데 수도권 + 충청/강원까지 계산하면 양 당간 콘크리트 의석 수 차이가 크게 없으므로,

저러한 차이는 결국 호남과 영남의 규모 차이, 특히 부울경 33석에서 벌어지는 것이 크다. 


이를 감안하면 부산에서 '인물론'으로 당선된 민주당 의원들은 보수당 -1의 효과까지 가져오는 것이므로 민주당 입장에서는 소중한 전략자원이겠다. 


또, 조금 옛날 이야기이긴 하지만 보수당의 2020년 총선과 다르게 민주당이 2008년 총선에서 지역구 66석, 비례까지해도 81석으로

개헌 저지선도 못 가져온 이유가 당이 몰락할 때 뒤를 받쳐줄 수 있는 콘크리트 의석 수가 보수당에 비해 부족한 것이 크다. 


이상 휴가 기념 밤 새 만들어본 데이터였습니다~ 흥미로웠다면 만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