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나는 행정구역도 그렇고 정부 부처 이름도 주렁주렁 길게 달아놓는걸 싫어하는 편임. 그러다가 오늘 문득 정부 명칭은 어쩌다가 저런 이름을 갖게 되었나 궁금해져서,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역대 정부조직법 뒤져보면서 그 변천사를 한 번 조사해봤음 ㅋㅋ


들어가기 전에, 작성 단계에서 최대한 가독성을 고려하고자 노력했으나 상황에 따라 찢어졌다 합쳐졌다 폐지됐다 부활했다 서열이 내려갔다 올라갔다 하는 통에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가독성 떨어질 수도 있음...


먼저 1·2공화국 시기. 역시 다들 초대 부처명이라 이름이 아주 간결함. 이때의 큰 변화점이라면 제헌 직후 서열 1위이던 내무부가 외무부에게 자리를 내주게 되었다는 것 ㅋㅋ 외무부와 그 후신들의 장관 서열 1위는 이후 약 반세기 간 유지됨.


또 시대상을 알 수 있는 점이라면, 6.25 휴전 이후 폐허가 된 국토를 재건하기 위하여 "부흥부"를 신설했다는 것.

5.16이 일어나며 제2공화국의 간판을 내리며 등장한 국가재건최고회의. 허나 1·2공화국의 정부 부처에서 크게 바뀐 것은 없는데, 한 가지 주목할 점이라면 부흥부가 폐지 되었다는 것. 이 부흥부는 경제기획원 예하 국토건설청이 되었다가 1962년 들어 다시금 "건설부"라는 이름으로 부활하게 되었고, 제3공화국 출범일과 동시에 저 수직에 가까운 서열 상승을 보이며 화려하게 복귀함 ㅋㅋ


이후 노태우 정부 초중반인 1989년까지 행정각부의 "1963년 체제"는 큰 틀에서는 변하지 않고 유지되는데,

1970년대 초반 세계를 뒤흔든 오일쇼크의 영향으로 '77년에 동력자원부가 신설되었다는 것과, 5공화국 들어서 그간 보건사회부 예하에 소속되어 있던 노동 담당 부처가 "노동부"라는 명칭으로 독립했다는 것.


마지막으로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 확정 이후 높아진 체육에 대한 관심으로 말미암아 체육에 관한 사무를 담당하는 부처가 "체육부"라는 명칭으로 신설된 것이 주목할 점이겠네.


이렇게 만들어진 체육부는 88올림픽이 끝난 후에 청소년 업무로 까지 범위를 늘려 "체육청소년부"로 이름을 바꿨다가 문민정부 들어서 문화부와 통합하면서 "문화체육부"가 됨. 지금도 약칭으로 익숙할 문체부.. 그 이름은 이 때부터 시작됐더라고 ㅋㅋ


또 정부 수립 이후로 단 한번도 이름과 업무 분야가 바뀌지 않았던 "재무부"가 문민정부 초중반에 경제기획원과 통합하면서 재정경제원이 되버려 행정각부 목록에서 빠졌다는 게 주목할 점.


다음으로는 정부 수립 이후로 장관 서열 맨 끝이나 뒤에서 두번째 자리를 지키고 있던 "체신부"가 정보화 시대를 맞으며 "정보통신부"라는 이름으로 서열 수직 상승을 찍었다는 것이 이 시기에 관전 포인트 같아 ㅋㅋ 또 산업이 꽃피우면서 동시에 환경오염이 대두되던 시기에 맞게 환경부가 신설되었다는 것도.


마지막으론 건설부와 교통부가 통합하여 "건설교통부"가 되었다는 것과 농림수산부에서 수산 업무가 분리되어 해양수산부가 정부 수립 이후 최초로 독립 부서를 가지게 됐다는 것.


1997년 대선에서 당선된 김대중 정부 들어서 행정각부의 명칭은 대격변을 맞게 되는데, 일단 1997년 겨울을 더욱 더 춥게 만들었던 IMF 사태로 인하여 경제 담당 주무부처인 재정경제이 재정경제로 행정각부 장관 서열 1위로 복귀하게 됨.


또 통일부가 이 때 최초로 독립 부처를 가지게 되는데, 그와 동시에 장관이 통일부총리 직을 겸임하면서 국민의 정부 출범 직후에는 경제부총리에 이어 서열 2위를 찍게 됨 ㅋㅋ


또한 우리별 무궁화 아리랑 위성 등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에 발맞춰 "과학기술부"가 신설되었고 이는 참여정부 시기에 이르러 과기부총리 직함을 받으며 순식간에 서열 3위로 급상승.


와중에 교육부는 업무는 변하지 않았으니 그 명칭 그대로 이어갈만도 했을텐데 교육인적자원부라고 이름 뻥튀기 해놔서 영 불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발 대침체 시기와 맞물리며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며 업무가 겹치는 부처는 통합하는 식으로 행정부처를 줄였는데, 문제는 통합 과정에서 이름이 지워지는 부처 직원들의 사기 저하 같은 것을 우려한 것인지 통합 이전의 부처의 이름을 통합 부처 이름에 주렁주렁 달아놓는 식으로 명칭을 정해서 이때도 또 한 번 대격변의 시기를 맞음과 동시에 부처 이름이 길어짐.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가 합쳐진 교육과학기술부야 원래 이름이 길었으니 글자수도 그대로라 그렇다 치더라도

농림부 + (구 해양수산부의 수산 담당 업무) = 농림수산식품부

보건복지부 + (구 여가부의 가족 담당 업무) = 보건복지가족부

문화관광부 + (옛 체육부의 체육 담당 부처 공무원 배려...?) = 문화체육관광부


이어지는 박근혜 정부 시기엔 육해공 전부를 총괄하며 공룡부처 소리를 듣던 국토해양부의 해양업무와 농림수산식품부의 수산 업무를 분리하며 해양수산부를 부활시켰는데,


해양업무가 빠진 국토해양부라면 뭐 건설교통부였으니까 국토교통부 글자수도 같고, 5글자까진 딱히 뇌절 같이 않아서 그렇다 치더라도

수산업무가 빠진 농림수산식품부라면 그냥 농림부로 돌아가거나, 농림식품부로 돌아가는 게 어땠을까 생각하는데! 역시 담당업무에 포함되는 축산을 끌어와서 농림축산식품부가 되버리면서 수산 업무가 떨어져 나갔으나 글자수는 그대로 남아버리게 됨.


다음으로는 국민의 정부 시기 들면서 전통적으로 상공부가 담당하던 통상 업무를 외교부에 빼앗긴 상태였던 산업자원부~지식경제부는 15년만에 통상업무를 돌려받게 되었는데, 통상 업무를 담당하던 시기 이 부서의 명칭은 통상산업부였음. 


위 표를 봐도 알겠지만 상공부와 동력자원부를 통합하며 상공자원부가 되었다가 다시 통상산업부가 되었는데, 통상 업무가 빠지면서 산업자원부가 된건데, 이 시기에 통상업무를 돌려 받으며 다시 통상산업부로 롤백하나.....? 어림도 없지 산업통상자원부.


부처 이름에 대한 불만은 잠시 쉬면서, 박근혜 정부 시기의 주목할 점은 이명박 정부 시기 교육부와 통합되었던 구 과기부의 과학기술 담당 업무를 승계하여 옛 과학기술부가 "미래창조과학부"로 부활하게 되었다는 점. 이때 우정사업본부까지 가져오게 되는데 이 일이 훗날 나비효과가 됨.


그래도 교육부랑 외교부는 근본있는 이름을 되찾았단 점에서..



다음으로는 현행 행정각부 목록인데, 옛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의 업무를 흡수하여 만들어진 미래창조과학부는 박근혜 정부 시기 케치프레이즈였던 창조경제와도 맥을 같이하는 명칭이였기 때문에 그 다음 들어선 문재인 정권에선 이름을 그대로 쓰기 껄끄러웠나 봄. 때문에 미래부의 이름을 바꾸게 되는데, 아까 말한 나비효과가 이것. 담당업무를 모조리 늘어놔서 역대 최장의 부처이름이 탄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풀네임이 길어서 줄여봐도 과기정통부. 어지간한 부처들 풀네임이랑 글자수가 맞먹음 ㅋㅋ 더 줄여서 과기부라고도 많이들 부르는데 으음...


또 산업통상자원부 예하 중소기업청은 이 시기에 장관급 독립 부서로 독립하는데 그냥 중소기업부로 했어도 괜찮았을텐데 중소벤처기업부가 되면서 글자수 유지 실패..


현재 윤석열 정부는 2017년 체제를 변화 없이 유지하다가 작년에 차관급이던 국가보훈처를 장관급 국가보훈부로 승격시킴. 옛 보훈처가 업무 분야가 확실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글자수가 늘어지는 일 없이 "처"만 "부"로 변경.





그래서 결론은?



강원특별자치도? 그냥 강원도 해라

전북특별자치도? 그냥 전라북도 해라

○○어쩌구저쩌구샬라샬라특례시? 그냥 ○○시 해라


정부 부처도 통합시킨 부처 이름들 킬마크마냥 주렁주렁 달아놓지 말고 간결하게 지어주십시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