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학과의 부흥과 한국 지리학계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국회의원 전원 찬성으로 가결되며 이르면 내년부터 전국 30개 주요대학 및 국립대학들은 학부, 대학원 과정에 '지리학과'를 신설해야 한다. 이어 30개 주요대학과 국립대학에 해당하지 않는 대학교들 역시 지리학 관련 교양 과목을 최소 2개 이상 개설해야하며 1과목 이상을 필수 교과목으로 지정하게 되었다. 또한 현재 지리학과 학부, 대학원 과정을 모두 운영하고 있는 대학교들은 법률의 적용을 받지 않지만 이들 대학 역시 지리학과 정원확대 및 시설개선 등의 의무를 가지게 된다. 

 이와 같은 결정에 대한지리학회, 한국지리학회는 지리학과의 확대에는 찬성하지만 1년이라는 기간은 학과를 개설하는데 너무 짧다는 공통된 의견을 내놓았다. 현재 지리학과와 지리교육과를 모두 합쳐도 전국 20개 대학에만 개설되어 있어 지리학 박사과정을 이수한 전공자들의 절대적인 수가 부족하다. 또, 모든 대학교에 지리관련 교양과목이 개설되기 때문에 현재 교육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교수, 강사 인원으로는 수요를 충족할 수 없어 일부 학교에서는 지리학 석사 졸업자나 박사과정중에 있는 대학원생들을 채용할것이라는 계획을 밝혀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속보)지리학과 신설 첫 해, 문제 속출

작년 가결된 지리학과 부흥 법률에 의거하여 46개 대학에서 지리학과가 새로 출범하였다. 기존 지리학과가 있던 학교들 역시 정원을 2~3배 가량 확대하여 모집하였다. 올해 들어온 지리학과 학생만 3,000여명에 이르며 급격한 추진으로 각 학교들에선 문제들이 속출하고 있다.

서울 소재 S대학에선 '도시지리학과'를 신설하여 단과대 내 도시학 전공 교수 일부를 신설학과로 배치하여 기존 학과생들의 반대운동이 전개중이다. 지방의 한 국립대에서는 정상적인 학과 운영에 필요한 4명의 전임교수들을 모집하는데 실패하여 인근 A 대학의 지리학 박사과정생 8명을 임시 강사로 고용하여 교대로 강의를 맡기고 있는 실정이라며 A대학에게 해당 학생들을 빨리 졸업시켜달라고 요구했다.

지리학과 신설 의무에 해당하지 않는 대학들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수도권 소재 한 사립대학에서는 지리 교양 필수과목을 개설하여 운영중이나 강의 구성이 고등학교 세계지리 교과목 보다 부실하다는 학생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학원계에서도 관련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 입시학원 원장 XXX씨는 예측할 수 없었던 변화라며 원생들의 입시 컨설팅에도 문제가 생겼으며 정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도 상위 대학 위주로 개설이 되다보니 원서를 안전하게 쓰는 경향이 늘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급속한 지리학과 신설로 대학계는 물론 입시시장도 혼란을 겪고 있다. 이제 지리학계가 응답해야 할 때다.


TV

수도권에 위치한 한 대학교. 올해 개설된 '글로벌시대의 지역이해' 수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학생들의 표정은 밝지 않습니다. 어떤 학생은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잠들어 버립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돚붕 기자가 직접 해당 수업의 교재를 입수하여 살펴보았습니다. '건조지역의 특성', '온대기후 사람들의 생활' 교양 수업임을 감안하더라도 난이도가 지나치게 낮은것이 한눈에 보입니다. 수강생들 역시 해당 수업에 반발하며 개설 준비를 제대로 하고 다음학기부터 운영하거나 필수과목 지정 해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도지찬(21세, 경영학과): (태블릿을 보여주며) 솔직히 이거 중학교 사회시간에도 다 배운건데 굳이 대학에 와서도 이런 수준의 과목을 배울 필요가 있는가 의문이 들고.....(화면전환)

시지리(22세, 생물학과): 갑자기 필수과목이 하나 더 생기는 바람에 계획했던 시간표들이나, 아니면 전공 커리큘럼이 조금씩 꼬이게 되니까 개인적으로는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닌거 같아요.

대한지리학회와 한국지리학회 관계자는 관련 문제들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교과목 커리큘럼 자문 및 지리학 교원 양성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