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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노선도는 항상 우리가 지금 보는 것처럼 깔끔하지는 않았음. 



이 사진에서 보이듯이 지하철의 초창기에는 노선도도 지도의 일종으로 인식되어서 각종 지형지물이 표시된 실측지도 위에 실제 선형을 반영해서 노선을 표시했었음. 

이게 불편하다는 사실은 꽤 자명했던 탓에 노선마다 다른 회사로 쪼개져있던 런던 지하철이 런던교통위원회로 통합되자마자 대안이 나옴.



바로 프레드 스틴지모어 (Fred Stingemore)의 1924년판 런던 지하철 노선도였음. 템스강을 기준점으로 잡아 다른 지형지물은 빼버리고, 역간 간격보다는 역의 순서를 중요시하고. 노선들이 복잡하게 교차하는 런던 중심부를 과장하고 교외의 노선들은 축소하여 직선으로만 표기한 이 지도는 기존의 것들과는 다른, A역에서 B역까지 가는 길만 읽을 수 있으면 되는 “노선도”의 개념이 처음으로 확인된 사례였음. 이 새로운 노선도는 상부의 마음에도 들고 대중들의 반응 역시 좋았다고 함. 

이런 스틴지모어의 방법은 훗날 다른 선구자에게 영감을 제공하는데



그 사람은 바로 당시 런던지하철공사의 철도 노선 설계자였던 해리 벡임. 1931년에 교통위원회의 인적 재구성 과정에서 해고된 그는 전 직장을 너무도 사랑했던 나머지 스틴지모어의 방법보다 한 발짝 더 나간 기법을 적용한 노선도를 그리기 시작함.


해리는 다리 건너기 문제나 풀고 있던 위상수학이 실생활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인물임. 지하철을 탈 때는 다른 정보보다 가야 하는 방향과 정류장의 수가 한 눈에 들어오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가정 하에, 해리는 전기 회로도의 도법을 상당히 참고한 몇 가지 규칙들을 세웠음.

1) 축적은 배제한다.
2) 수직, 수평의 선과 45도의 대각선만 사용한다. 
3) 환승역은 더 크게 표시한다.

그 결과



실측 지도상에 이렇게 복잡하게 표시되던 런던 지하철 노선들이



처음으로 “지하철 지도“가 아닌 ”여행 계획용 도표“로 탈바꿈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