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재조사사업에 대해 들어 본 사람이 있을까?

지적재조사사업은 2012년 ~ 2030년까지 1조 3000원 투입이 예상된 대규모 사업이다

기본적으로 토지를 소유한 사람들은 한 번쯤 사업에 참여해봤을 확률이 높을 것이다


지적재조사에 관한 특별법 제1조(총칙)

이 법은 토지의 실제 현황과 일치하지 아니하는

지적공부(地籍公簿)의 등록사항을 바로 잡고,

종이에 구현된 지적(地籍)을 디지털 지적으로 전환함으로써

국토를 효율적으로 관리함과 아울러

④ 민의 재산권 보호에 기여을 목적으로 한다.


①번, 지적공부의 등록사항을 바로잡는다는 뜻은 무엇일까?



화면의 도면을 보자. 사붕이들이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면, 약 80%의 확률로 화면의 종이도면과 같이 관리되고 있다.

도면 자체를 컴퓨터 데이터로 전환하는 사업은 진작에 완료되었지만 사실상 종이도면과 같은 정확도로 관리되기에 큰 의미는 없다.

일제강점기 당시, 1912년부터 대규모로 실시했던 토지조사사업으로 측량사들이 달라붙어 7년만에 전국의 종이 지적도를 완성시켰다.

비록 강점기 때 시행한 사업이었지만 전국의 토지의 소유권의 기준(경계)를 확립할 수 있었던 대단하고 중요한 사업이었다


당시 지적도를 만드는 방법은

1. 아래가 비치는 한지와 평판을 준비한다.

2. 평판을 평평하게 세우고 다른 곳에 박아둔 말뚝을 주시한다

3. 한지에 선분을 연필로 반듯하게 긋는다

4. 관청으로 돌아가 지적도에 그대로 등사한다


지금 기준으로서는 많이 미덥지 못한 방법을 사용했던 게 문제였다

2번, 평판을 평평하게 세울 때 조금이라도 틀어지거나 돌아가면 오차가 발생하고

3번, 연필 자체에도 두께가 있어 경계의 위치가 불분명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십년간 관청에서 삭아버린 종이는 사정없이 쪼그라들어버리고 말았다.


물론 도면을 다시 만드는 등 오차를 줄이려는 국가의 노오력도 많았지만 

종이라는 재질에는 한계가 있었고 지적도면 곳곳에 크고 작은 오차가 생기게 되었다.

토지의 경계는 이리저리 뒤틀리게 되었고, 특히 건물에 경계선이 걸려버려 소송까지 가는 일이 지금까지 남발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종이에 구현된 지적(地籍)을 디지털 지적으로 전환하자는 사업, 지적재조사사업이 2012년부터 시행되었다.


화면의 도면은 일반적인 지적도와는 다르게, 각 경계점의 거리가 기재되어 있다. 경계점의 좌표가 등록되어 그 좌표간의 거리를 기재한 지적도,

즉 "경계점좌표등록부"가 있는 토지의 지적도인 것이다.

지적재조사사업이란 위 사진의 토지와 같이 토지를 다시 측량하여 경계점좌표등록부를 만들어 종이에 선만 그은 지적도면을 디지털로 변환하는 사업이며, 즉 경계를 현실화하여 토지의 경계점을 좌표값으로 등록하고 경계 정확도를 크게 높히는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경계점을 좌표값으로 등록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여러 누적오차가 쌓인 도면의 경계선과 달리, 좌표값을 숫자로 등록하면 토지 경계를 매우 높은 정확도로 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경계의 정확도를 더욱 높여 국토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국민의 토지소유권 보호에 기여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지적재조사사업은 좋은것이 아닌가?

경계를 현실화한다는 건 서로가 사용하던 토지 경계대로 경계를 확정해 바뀌지 않는 경계를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니까!

하지만 좋은 점만 있다면 이런 글을 작성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적재조사의 문제점을 몇 가지 꼽자면,

1. 면적 변동에 대한 금액(조정금)의 발생

2. 기존 지적도면 상 면적 오차의 존재

그리고 무엇보다

3. 토지소유자와의 이해가 없으면 사업 진행이 불가능함

등을 들 수 있겠다. 이 문제점들 중,

1. 면적 변동에 대한 금액(조정금)의 발생부터 보자.


지적재조사사업에는 "조정금"이라는 개념이 있다.

경계를 현실 경계대로 조정하여 확정되었을 때, 토지면적이 감소하면 그 면적만큼 조정금을 관에서 받고, 증가하면 조정금을 관에 내는 개념이다.

조정금은 경우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으나 보통 감정평가사들이 평가하는 "감정평가액"으로 산출된다.


면적이 줄어들면 돈을 받고, 늘어나면 돈을 낸다니!

참고로 일본에서는 지적재조사와 비슷한 사업을 1966년부터 시작하였으나, 조정금 조항을 넣지 않아 면적이 감소되는 국민들의 반발이 심해 사업이 거의 정체상태다.

이렇게 합리적인 제도가 어디 있을까 싶지만..


물론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실제 거래되는 토지의 가격은 개인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가격이 무시무시하다는 것이다

보통 사람이 6천만원을 납부하라는 고지서를 받게 된다면 대부분 화가 나지 않을까?

현실 경계에 맞게 조정하는 과정에서 16제곱미터정도는 가볍게 변동될 수 있는 수치겠지만, 그에 따른 조정금은 특히 도시지역일수록 크게 붙게 된다.

토지 면적이 증가하는 건 좋은 일이지만, 

토지를 가진 사람이 전부 부자는 아니기에 조정되는 면적에 따른 조정금 폭탄을 감당하라고 하기에는 많은 문제가 있다.

특히 단독주택에서 오래 살아오신 어르신들의 경우, 없는 돈 아껴가며 살고 있는데 이런 금액을 낼 수 있을리 없는 게 당연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 때문에 이어서 발생하는 문제를 보자.
 

지번지목면적
 (㎡)
지번지목면적
 (㎡)
증가
 면적
 (㎡)
감소
 면적
 (㎡)
772공원539772공원532.5 - -6.5
772-1220772-1220.0 -  - 
772-2166772-2166.0 -  - 
772-3177772-3177.0 -  - 
772-4236772-4236.0 -  - 
772-5368772-5368.0 -  - 
772-6899772-6899.0 -  - 
772-9289772-9289.0 -  - 
772-10291772-10291.0 -  - 
772-11278772-11278.0 -  - 
772-12288772-12288.0 -  - 
772-13190772-13193.7 3.7 - 
772-14195772-14195.0 -  - 
772-15195772-15195.0 -  - 
772-16196772-16196.0 -  - 
772-17196772-17196.0 -  - 

최근 지적재조사사업이 완료된 한 도시지역 토지 면적 변동결과의 일부이다.

서울 지역에 가까워 감정평가금액이 높아질수록 위 조서처럼 면적 변동이 거의 없이 사업을 완료하게 된다.

그나마 면적변동이 큰 772번지는 지목이 공원이라 사유지가 아닌 국공유지라서 조정금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면적 변동이 없는 지적재조사사업이 정말 현실 경계에 맞게 완료되었을까?

경계의 변동은 당연히 면적 변동을 수반하기에, 면적 변동이 없는 지적재조사는 애초에 말이 안되는 것이다.

결국, 본래의 사업 목적보다는 면적 맞추기에 급급한 지적재조사사업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국민의 세금을 들여 시행하는 사업이 본래 목적에 따른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말이 아닌가??

지적 경계를 현실 경계에 맞게 수정하기는 고사하고, 면적을 맞춰서 조정금 발생 최소화에 집중한다면 땅바닥에 세금을 내버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조정금을 납부하는 입장에서 보면 현실대로 경계선을 정하는 게 납득하기 힘들 것이다.

서울지역 토지가 30제곱미터만 변동되더라도, 그 조정금은 억대를 가볍게 뛰어넘을 것이다.

나는 평소에 쓰던 경계대로 토지를 사용했으나, 경계를 현실화한다는 명목으로 억대의 조정금을 국가에 내게 생긴 것이다. 난 아무 짓도 한 적이 없는데!

물론 토지면적은 증가하였지만 당장 팔 것도 아니고, 죽을 때까지 여기서 살아야한다면 삶의 마지막까지 조정금 빚쟁이로 살아야 하는 게 아닌가..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업 주체(시군구)들은 소유자 민원 눈치를 보고 토지 면적을 맞추며 지적재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