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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제목은 '불행할수밖에 없게 길러진 세대'. 과장이 조금 있긴 했어도 베이비붐 세대의 '공포 마케팅'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분석한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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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이 어렸을 적, '체험 삶의 현장'을 보면서 부모님들은 '너 공부 안하면 저렇게 살아야 한다?'라는 육체노동에 대한 천시, 그리고 육체노동자가 된다는 것에 대한 공포를 심고 있었다.


그러면서 '먹을것 입을것 잠잘것 다 해주고 공부만 하라는데 그것조차도 못하냐'라는 구박을 들었다. 맞는 말이다. 우리들의 부모인 베이비붐 세대는 어렸을 적 끼니를 걱정하며 생존을 위해 달려왔던 경우가 많았고, 반면 우리 세대는 성공적인 산업화로 베이비붐 세대와는 다르게 대부분의 가정에서 전부 먹고 입고 잠잘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됐었다. 그런 이유로 다른 애들보다 더 높은 성적을 받아야 한다는 타박을 받았지만.


공부하는 이유는 배우는 내용이 가치있어서가 아니었다. 남보다 더 나은 성적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야 '체험 삶의 현장'에서 보던 '실패한 인생'으로 '추락'하지 않을수 있었기 때문이었고, 공부의 이유와 동력은 그런 인생으로 추락할까봐 벌벌 떠는 공포였다.


하지만, 상대평가의 당연한 귀결로, 우리들의 대다수는 어쩔수 없이 그 '망함'이라는 결과 앞에 서게 된다. 그리고 대다수는 그런 삶을 살수밖에 없다. 앞선 세대가 가꾸기는 커녕, 방치하고 자식들을 겁줘서 공부로 몰아붙이기 위해 더더욱 가열차게 경멸하고 절대 수용할수 없는 끔찍한 삶으로 여겼던, 그런 삶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처지가 되고 만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직면한 초저출산의 원인들 중에서는 대다수의 인간이 살아가게 되는, 그런 삶을 더 낫게 만드는 대신 가정에서, 학교에서, 사회 전체에서 애들한테 공부 열심히 해서 그런 삶을 어떻게든 피해라라고만 강조한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는 모든 어른들이 입을 모아 피하라고 강조했던 그런 삶을 살게 된다. 결국 그런 삶을 살게 된 그들은 자신의 삶을 '실패한 삶'으로 여길수밖에 없고, 자기 삶이 실패의 결과라는 생각 속에 살아가는데 그것이 행복한 삶일수는 없을 것이며, 그런 사람들이 웃으며 연애하고 기쁘게 가정을 꾸리며 생활할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그들은 우리가 행복하길 바랬기에 가능한 유일한 방법처럼 보였던, '다른 집 자식들을 경쟁에서 이겨서 너는 저런 일 하지 말고 편한 일 해라'라고 말하는데 올인했을 것이다. 그리고 모두가 그 방법에 죽기살기로 달려들었고.


좀 더 넓은 삶이라는 고원, 그리고 그 아래의 힘든 삶이라는 저지대 사이에 있는 깎아지른 절벽을 완만한 경사로 바꾸고, 고원을 낮추고 저지대를 올려 높이 차이를 줄이면 친구를 고원 아래로 떨어트려야 내가 살수 있는 세상이 아닌, 나는 내 적성에 맞는 일을, 너는 네 적성에 맞는 일을 하도, 두 삶 중 하나가 유난히 더 힘들지는 않고, 그리하여 꼭 하나를 놓고 지독하게 경쟁할 필요는 없는 세상이 될수도 있지 않을까?


만약 그런 세상이 가능하다면, 그걸 만들어가는건 지금 살아가고 있는 한국인들의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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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 달린 댓글 중에 유난히 와닿았던 댓글 하나가 있어서 갖고와봄.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평가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결국 저출산으로 갈 수 밖에 없음. 가끔 원래 세상은 경쟁하는거다, 그게 정상적인 사회구조다. 그러는데 뭐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하지. 그런데 그 말대로라면 각국의 정부가 경쟁하고 노력해서 청년들이 애를 낳게 만드는 것도 경쟁이고 각 회사, 공장 사장들이 우리는 월급 더 줄게요, 혹은 휴가 더 줄게요. 이러면서 구직자들 꼬시는 것도 경쟁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