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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심리 중인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제노사이드(genocide·특정 집단 말살) 혐의 사건에 아일랜드가 개입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독일·프랑스 등 다른 유럽연합(EU) 회원들 역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비판하고 있지만, 아일랜드의 경우 이스라엘을 향해 더욱 날 선 태도를 취한다는 평가다.


29일(현지시간) 미국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마이클 마틴 아일랜드 외무장관은 지난 27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제소로 ICJ에서 심리 중인 이스라엘의 제노사이드 혐의 사건에 개입하겠다고 밝혔다.


마틴 장관은 인질을 억류하고, 민간인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고의로 보류하고 민간인 및 민간 기반 시설을 표적으로 삼는 행위, 인구 밀집 지역에서 폭발성 무기를 무차별적으로 사용하고 전체 인구에 집단 처벌을 가하는 행위 등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제 멈춰야 한다.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Enough is enough)"라고 말했다.


마틴 장관은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로 개입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아일랜드 외무부는 제노사이드 협약 조항과 관련한 해석을 제시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CNN은 이같은 아일랜드의 행보는 유럽 내에서 도드라지는 것이라며 그 배경을 아일랜드의 역사에서 찾았다.


북대서양 북동부에 자리한 아일랜드는 12세기 노르만족 침략으로 광대한 땅을 빼앗긴 이후 800년 이상 영국의 지배를 받았다.


이 기간 아일랜드는 영국의 폭력적이고 차별적인 통치를 겪었다.


특히 1840년대 발생한 '감자 대기근' 동안 그 수모가 극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감자 역병이 돌면서 약 100만 명이 기아로 사망한 것으로 추산되는데, 영국 정부가 그 처참한 상황을 외면하면서 400만 명 이상이 고향을 떠나 이민 길에 올랐다.


제인 올마이어 더블린 트리니티대 역사학 교수는 아일랜드가 영국의 가장 오래된 식민지로, 과거 대부분 제국주의 세력이었던 다른 서유럽 국가와는 다르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팔레스타인인과 마찬가지로 아일랜드 역시 직접적이고 지속적인 제국주의 경험을 갖고 있다"며 이같은 경험의 공유는 아일랜드인의 대응 방식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실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한 뒤 아일랜드에서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높은 지지 여론이 형성됐다.


지난 1월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AI)가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일랜드 국민 71%가 팔레스타인인들이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 정권하에 살고 있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달 아일랜드 일간 아이리시타임스의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2%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이 정당하지 않다고 답변했다.


이같은 압도적인 여론은 아일랜드 국내 정치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인들이 유권자의 표를 의식해 이스라엘에 더욱 강경한 태도를 발신하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분석이다.


다나 에를리흐 주아일랜드 이스라엘 대사는 한 인터뷰에서 그가 "이스라엘을 유일한 악당으로 묘사하는 일방적인 견해만 들었다"고 말했다.


하마스에 끌려갔던 아일랜드계 이스라엘 소녀 에밀리 핸드가 풀려났을 때, 리오 버라드커 당시 총리가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에밀리가 '실종됐다가'(lost)라는 표현을 썼다가 이스라엘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은 적도 있다.


아일랜드 야당인 신페인당 맷 카시 대변인은 "아일랜드는 팔레스타인과 팔레스타인 분쟁 사안이 국내 정치 이슈가 되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라며 팔레스타인 사안에 "매우 강력한 표현을 쓰는 첫 본보기가 되라는 큰 압박이 정부에 가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리적으로도 멀고 별 관련도 없는 나라 같은데


특이한 현상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