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하게, 너 좋은 일이 생겼어. 자랑하고 싶은 일이 생겼어. 어떻게 할래?

가족, 친구 등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에게 알리고. 그래도 부족하다면 개인 sns에 올리고. 그래도 부족하면 인터넷 커뮤니티까지 오는거 아니야?


근데 너 안좋은 일이 생겼어. 힘들어 속상해. 어떻게 할래?

아무리 가족이나 친구라지만 거기 다 털어놓는거 의외로 어렵다? 개인 sns에 올리는건 뭐 저거랑 별반 다르지도 않지?

그럼 남은건? 익명성에 기대서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글을 쓰겠지.


뭐 이를테면 취준 생활이 길어져서 힘들고, 또 서류탈락하고, 시험 떨어지고 그랬어.

가족이나 친구한테 쉬이 말할 수 있어? Sns에 올리면 어차피 가족이나 친구한테 말하는거랑 똑같고.

어디 신세한탄 하고는 싶고.


우리 사회에는 경쟁에서 탈락한 이들이 많잖아. 종종 이야기 하는 친구들도 있잖아. 과한 경쟁이 문제다 하면서.

나도 시험 몇번 떨어지고 우울했던 적이 있고, 너네도 살면서 그런 비슷한 일을 겪었겠지. 극복하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하고. 누구나 그렇지 뭐. 


또 뭐 양극화도 심해지잖아.

내 친구 중 한명은 진짜 고졸 한량 백수야. 나 나름 돈 잘벌거든? 근데 나보다 돈이 많아. 집이 상당히 잘살거든.

진짜 시험 떨어지고 그럴때는 그렇게 아니꼽게 보일 수가 없더라. 근데 고기 사주고 술 사줘서 참았다. ㅋㅋㅋㅋ


수만세인가 수만휘인가 그 수험생 커뮤니티 아직도 있나 모르겠네. 나 학창시절에 있었는데, 거기 보면 맨날 힘들다는 이야기 밖에 없었거든.

아마 거기 당시에 글 썼던 친구들 지금 잘먹고 잘살고 있겠지 ㅋㅋㅋㅋㅋ


대체로 그런 류의 글이 많으니까, 분위기가 비관적이고 염세적일 수 밖에 없는거지 뭐.


그래서 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대체로 인스타 안좋게 보는거 아니야?

반대로 거긴 자랑하고 싶은 것들만 올라오니까.


툭 까놓고 말해서, 내 인생이 지금 막 행복한 시기야. 뭐 이를테면, 시험에 합격했어. 뭐 대학에 들어갔어. 취업에 성공했어.

그럼 너네 뭐 뉴스 보면서 의대 증원이 어쩌고 저쩌고, 애플이 어쩌고 삼성이 저쩌고 이런거 눈에 안들어올거 아냐 ㅋㅋㅋ

그러려니 하고 가겠지. 저게 큰일이 아니라서가 아니라, 지금 나는 저것보다 그냥 이 기분을 만끽하고 싶으니까.


근데 반대로 내 인생이 지금 막 불행한 시기야. 뭐 이를테면, 아까 말했듯 나처럼 시험에 몇번 떨어졌던 시기고, 친구들 누구는 막 취업했다 그러고. 

그럼 뭐 의사가 돈을 못벌어? 배가 불렀고만 소리가 그냥 뭐 바로 나와버리고, 삼성? 그걸 누가 씀. 애플? 그걸 누가 씀. 이러는거지.

마치 내가 위로해주러 나온 친구를 보고 괜히 아니꼽게 보였던 것 처럼 말이야.


인터넷 커뮤니티는 그러니까 일종의 쓰레기통 같은 역할을 하는거지.

아닌 경우도 많지. 이를테면 이 채널은 안그렇잖아. 특정 주제를 가지고, 그걸 좋아하는 사람들 끼리 모여서 뭐 이러저런 이야기를 하니까.

종종 극단적인 주장을 하기도 하지만 그게 막 우리가 흔히 보는 인터넷 댓글 처럼 악에 받친 그런건 아니잖아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