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1일 금수산지구 노동당 중앙간부학교 준공식에 참석해 기념 연설을 했다고 지난 22일 보도했다. 교실 벽에 김정은 초상화가 김일성·김정일 초상화와 나란히 걸려있다.

최근 열린 북한 노동당 중앙간부학교 준공식은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기본 이유는 초상화입니다. 새로 지어진 학교 건물 전면에는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 초상화가 나란히 걸렸습니다. 많은 사람은 김정은 초상화의 등장으로 이제 가정집과 공장 사업소마다 김일성과 김정일 뿐 아니라 김정은 초상화가 걸리게 될 것으로 예측합니다.


 

현 단계에서 아직 확신할 수 없으나 북한 국내 정치의 논리를 감안하면 조만간 김정은 초상화의 의무화는 불가피해 보입니다.

 

그러나 북한 공식 사상을 체현하는 노동당 중앙간부학교에 김정은 초상화가 걸렸다는 건 다른 의미도 있습니다. 이것은 김정은을 북한의 최고 사상가 중 하나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물론 북한 사상 일꾼들은 현직 지도자가 개발하는 사상을 준비해야 하고, 당연히 이름까지 지어야 합니다. 김일성 시대, 수령 사상의 이름은 주체사상이며 김정일 시대는 선군사상이었습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는 김정은이 개발했다고 주장할 사상의 이름을 보게 될 겁니다.  

 

중앙간부학교에는 다른 초상화도 걸렸습니다. 바로 마르크스와 레닌의 초상화입니다. 이것은 2021년 노동당 제8차 대회 때부터 등장한 마르크스주의 부활을 다시 한번 암시하는 것입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북한은 1960년대 말까지 마르크스 레닌주의를 자신들의 지도 사상으로 묘사했지만, 1970년대 초 조선민족의 특별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외국에서 수입된 마르크스 레닌주의 사상 대신에 주체사상을 강조하기 시작했습니다. 갈수록 북한 언론에서 마르크스 레닌주의에 대한 언급은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마르크스 레닌주의는 북한 공식 서류에서 다시 언급되기 시작했고 2012년에 김일성 광장 노동당사에서 사라졌던 마르크스의 초상화가 당 중앙 간부학교에 내걸렸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북한 대외정책 그리고 국내 정치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대외적으로 말하면 북한은 중국과 가까워지고, 사실상 중국에서 나오는 지원으로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중국은 사실상 극한 자본주의 경제의 나라가 되어버렸지만, 여러 이유 때문에 공산주의 간판은 여전히 내걸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북한은 자신의 마르크스 레닌주의 유산을 강조하면서 중국에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둘째 북한 국내 정치도 중요합니다. 몇 년 전부터 북한은 시장화 촉진 계획을 중단하고 다시 김일성 시대의 명령식 계획경제를 부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북제재로 북한의 경제개혁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의 정책은 근거가 없진 않습니다. 또 이와 같은 상황에서 명령식 경제를 찬양해 온 마르크스 레닌주의 사상을 부활한다는 것은 북한 국내 정치 노선을 암시하는 상징물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초상화는 상징물입니다. 그러나 북한과 같은 나라에서는 초상화가 등장하는 것도, 사라지는 것도 모두 정치적 의미를 갖습니다. 이것은 북한 주민들, 특히 북한 간부들을 향해, 또 외부에 보내는 신호입니다. 즉 북한 당국이 내놓는 새로운 신호를 분석해 보면 결국 북한은 이제 개혁과 변화의 길을 포기하고, 원래 수십년 동안 걸어온 길을 계속 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