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실질적 권역은 시기에 따른 변동이 큰 반면 행정적 경계는 그렇지 않다.

특히 개발과 인구 급증을 겪은 지 오래 된 선진국들의 경우 행정구역 변동이 적은 편이다.

그러나 비교적 근래에 개발과 인구 구조 변동을 경험한 한국의 경우 아직 행정 구역과 생활권의 일치에 대한 요구가 높다.

다만, 그것이 도시(특히 대도시권)에 대한 분석으로 이어질 때에는 잘못된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부산은 인구가 감소하기로 유명(?)하다. 지역 뉴스나 다큐멘터리 등 매체를 보면 부산 인구 감소에 대한 우려를 많이 다룬다.

1995년 정점을 찍은 이래로 수십 만의 인구 감소가 지속되고 있고 제 2의 도시를 인천에게 곧 빼앗길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다.

하지만 부산광역시에 한정하지 않고, 부산권이라 할 수 있는 주변 위성도시를 포함한 도시권의 개념에서라면 인구가 감소하였을까?


그 전에 부산 광역권의 정의를 어떻게 내려야 할지를 논해야 한다. 도시권의 범위에 대한 설정은 어디를 가나 다양하다. 미국은 Metropolitan Statistical Area를 정의하고 있지만 이외에도 몇 가지 도시권 구분 방법이 있다. 특히 State 단계의 바로 아래 단계인 Metropolitan Planning Organization(MPO)의 관할 영역에 따라 지역 계획을 수립하는데, 이에 대응하는 우리나라 기관이라면 대광위 정도가 되겠으나 역할과 권한은 다소 차이가 있다. 더욱이 부산 대도시권에 대해서는 메가시티라는 허울뿐인 대화만 오가고 실질적으로 작동이 되는 기관은 없기에 각자의 방법으로 도시권을 정의할 수밖에 없다. 예전에 도지챈에서 통근/통학 비율을 가지고 분석한 경우도 있었고, 다른 기준으로 분석한 자료도 있었던 것 같다.


이 글에서는 비교적 다수가 동의 할 수 있는  좁은 범위로, 정말 위성도시라고 할 수 있는 도시들인 김해와 양산만 포함시켜 보았다.

아래 표는 1995년부터 2020년까지 5년 간격의 인구를 나타낸 것이다(자료출처는 나무위키 각 도시 문서). 모두가 알다시피 부산광역시의 인구는 25년간 40만 명이 넘게 감소하였으나, 김해와 양산을 포함하면 1995년 대비 2020년의 인구 감소가 2만 명이 채 되지 않는다. 이는 비율로 계산하면 0.4%의 감소로 미미한 편이다.


부산광역시경상남도 김해시경상남도 양산시합계5년 변화율'95년 대비 변화율
19953,883,880256,370163,3514,303,601

20003,796,506331,979191,9754,320,460+0.39%
20053,638,293431,778217,1544,287,225-0.77%
20103,567,910503,348260,2394,331,497+1.03%
20153,513,777528,865301,2914,343,933+0.29%
20203,391,946542,338352,2294,286,513-1.32%-0.40%


이는 동시기 경상남도의 인구 증가량과도 비교해 볼만 하다. 아래는 1995년부터 2020년까지 부울경의 인구 변화이다. 울산을 제외하였을 때 부산의 인구 감소분과 경남의 인구 증가분이 거의 유사하다. 실제 인구 유출입은 타 지역, 특히 수도권과 활발히 일어났을 것이나, net value를 보았을 때에는 근래에 이르러서야 증가세가 꺾인 것을 알 수 있으며, 그 추세가 아직 지속적인지는 관찰되지 않았다. (물론, 전국적인 인구 감소 경향을 보았을 때 장래에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부산광역시울산광역시경상남도합계5년 변화율'95년 대비 변화율
19953,883,880(경상남도)3,845,6227,729,502

20003,796,5061,040,2252,978,5027,815,233+1.11%

20053,638,2931,087,6483,056,3567,782,297-0.42%

20103,567,9101,126,2983,290,5367,984,744+2.60%

20153,513,7771,173,5343,364,7028,052,013+0.84%

20203,391,9461,136,0173,340,2167,868,179-2.28%
+1.79%


결국은 지낸 25년 간 부산광역시의 인구 급감에 있어서 가장 큰 요인은 교외화라고 볼 수 있다. 다큐에서 이야기하듯 일자리가 적어서 수도권으로 떠나는 젊은 세대가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동시에 김해는 전국적으로도 상당히 젊은 도시에 속한다.


그러나 이것이 요즘 화두가 되는 메가시티와 행정 통합으로 이어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첫째로는, 나아진 교통 여건과 온라인 업무의 활성화로 더 이상 행정 기관의 위치에 크게 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에서 서부로 갈수록 교통이 발달한 시기에 county가 획정되어 county의 면적이 넓어진 경우와 비슷하다.

둘째로는, 같은 시군구 혹은 읍면동 레벨이라도 인구 규모에 따라 유연한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어떤 곳은 시임에도 인구가 어떻고, 어떤 곳은 면임에도 인구가 어떻고, 그래서 분리하고 통합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주로 행정 서비스의 역량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는 현재를 고려한 것일 뿐 장래에 변화가 있을 때 또 변경을 해야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

그리고 셋째로는, 그렇기에, 이제 행정구역의 경계(특히 특별/광역시와 도 사이의 경계)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광역권 계획을 통괄하고 조율하는 기구가 필요하다. 가령, 김해에 살더라도 부산권 교통 수단을 부산광역시 내에 있는 사람들과 큰 차이 없이 이용 가능하다든지(예: 김해 운행 부산 시내버스 대량 감회 사태), 또는 김포에 살더라도 수도권 인프라 이용에 있어서 서울과 굳이 구분하려 하지 않는 접근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행정 구역은 앞으로도 인구 변동과 함께 경계 변경에 대한 요구로 불필요한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좁은 나라에서 부산은 인구 감소 대책을, 김해와 양산은 인구 증가 대책을 이야기해야 하는 이런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는 행정이 지속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진정한 메가시티는 경계에 대한 관념을 버리는 데에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