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5


길고 길었던 미국 동부 일주가 마무리되고 드디어 멕시코로 들어가는 날.

의도했던건 아니었는데, 암트랙의 스케줄을 따르다보니 멕시코계 미국인들의 축일인 싱코 데 마요(Cinco de Mayo)에 맞춰 멕시코에 입국하게 되었습니다.

(싱코 데 마요는 정작 멕시코에선 뭥미? 하는 축일인건 안 비밀)


히스패닉/라티노 계열이 무려 도시 인구의 70%를 차지하는 샌안토니오(San Antonio).


그런만큼 근처에 멕시코 음식을 파는 식당들이 군데군데 많았는데...


한 식당에 와보니 죄다 멕시코계 미국인 현지인들뿐 ㅋㅋㅋ


거기서 먹은 모닝커피와 파히타(Fajita).

흔히들 미국에선 멕시코 요리라고 생각되는 음식인데, 사실은 북부 멕시코의 텍스-멕스(Tex-Mex) 계열 요리에 가까운 녀석입니다.

즉, 멕시코 본토에서는 북부 지방을 제외하곤 쉽사리 보기 힘든 음식이기도 하죠.


식사를 마치고 곧장 우버 타고 샌안토니오 다운타운에 있는 그레이하운드 버스 터미널로 왔습니다.


...사실 버스강국인 멕시코임을 생각하면 왜 이때 굳이 그레이하운드를 타고 멕시코로 입국했나 싶긴 하지만, 다른 멕시코의 고급 버스회사들은 샌안토니오 시 외곽에 있거나 어디서 타는지 스페인어로만 나와있는 경우가 많고, 또 서비스 고급화 전략 탓인지 티켓 값이 그레이하운드보다 비싸 그냥 다운타운에 터미널이 있는 그레이하운드로 결정.


개차반같은 미국의 대중교통/시외교통 사정상 그레이하운드 터미널은... 별 기대도 안했습니다.

시각적/후각적으로 화장실같이 생긴 터미널...


아무튼 그레이하운드를 타고 국경을 넘어봅시다.

이게 국경버스임을 단숨에 알 수 있는게 바로 뒤에 달려있는 번호판인데, 각각 멕시코 번호판(왼쪽, 어느 주인지는 불명), 미국 텍사스주 번호판(오른쪽)을 동시에 달고 있습니다.


일단은 미-멕 동부 국경의 국경도시 중 하나인 러레이도(Laredo)로 향해봅니다.


5월 초쯤의 샌안토니오 근방은 멕시코 만에서 습하고 더운 공기가 날아들어와 강력한 토네이도를 만드는 비구름이 생성되는 탓에 비도 추적추적 내리고 우중충하고 흐린데, 이게 신기하게 딱 미-멕 국경 근방을 기준으로 날씨가 맑고 흐린게 갈립니다.


텍사스의 초원(Ranch)을 바라보다 보니 러레이도 근방에 도착해가고 있었습니다.

어느새 미-멕 국경으로 오니 개어버린 하늘 ㅋㅋㅋ


그나저나 이 러레이도로 가는 도로에 경찰들이 쫙 깔려있더군요.

아무래도 멕시코발 월경자들 때문인듯...?


본격적으로 국경을 넘기 전 마지막 미국에서의 화장실 및 담타(저 비흡연자입니다...).



미-멕 국경마을의 외곽 모습.

이렇게 보면 평범한 미국 마을 같긴 하지만...


시내로 들어서니 묘하게 멕시코스러운 구석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일단 러레이도까지가 목적지인 사람들을 러레이도에 있는 그레이하운드 터미널에 내려준 후...


본격적으로 우리 버스는 미-멕 국경인 리오 그란데(Rio Grande, 그란데 강)를 넘습니다.


국경을 넘기 전 마지막(?)으로 눈에 담아본 미국의 모습.

약 두달 정도 계획하고 넘어온 멕시코인데, 미국에 대한 정이 충분히 털렸음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못 볼 생각을 하니 묘하게 싱숭생숭해진 기분...? ㅋㅋㅋㅋㅋ


그렇게 이제 물리적으로 완전히 국경을 넘었습니다.


그나저나 멕시칸들 친절함과 유쾌함은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ㅋㅋㅋㅋㅋ

국경을 넘으면서 계속 제가 배고파할까봐 초콜렛 등 과자랑 견과류를 계속 퍼주시다보니 짧은 스페인어로 이야기를 좀 했는데, 몬테레이가 목적지라고 하니 본인들이 몬테레이에 산다고 모르는거 있으면 계속 물어보라고들 하시더군요 ㅋㅋㅋ

이분들 덕에 많은 정보를 얻고 몬테레이에서 여행을 할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 샌디에이고-티후아나 국경을 걸어서 넘을때는 심사관조차 없었(...)어서 몰랐던 사실이지만, 멕시코에는 사실 일종의 출국세라는 것이 있습니다.

원래 500페소 언저리였다가 최근엔 717페소로 올려서 받는데, 비행기로 여행 오시는 분들에겐 티켓 값에 이게 포함되어 있고, 7일 이하로 체류하는 관광객들은 이걸 낼 필요가 없는지라 모르시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육로 국경을 넘을땐 버스 티켓엔 이게 포함되어 있지 않아 입국/출국시 둘 중 한번은 꼭 내야하는데, 공무원들이 내야 입국 가능하다는 식으로 나와 전 그냥 빠르게 내버렸습니다.

항공교통으로 멕시코를 출국하는 경우는 모르겠지만, 멕시코-벨리즈 국경 육로 출국 시 부패한 공무원들이 입국세/출국세 둘 다 있다는 식으로 사기를 쳐서 700페소 가량을 또 뜯어갈 수도 있으니 저 종이는 절대로 잃어버리시면 안됩니다... ㅋㅋㅋ


그렇게 돈을 내고 체류기간 180일짜리 도장 쾅.



이 러레이도-누에보라레도 국경을 넘는 버스가 이렇게 많았다니...

이때는 몰랐습니다. 멕시코가 버스 초 강국인줄... ㅋㅋㅋ


멕시코의 누에보라레도(Nuevo Laredo) 쪽에서 바라본 미국의 러레이도.

리오 그란데를 두고 차박(?)을 하는 멕시코인들이 많이 보였는데, 반대로 미국 쪽 강가는 오히려 경비가 삼엄한 모습입니다.


누에보라레도의 그레이하운드 전용 터미널.

본국에 있는 샌안토니오의 그레이하운드 터미널보다 몇백배는 깨끗해 보이던 ㅋㅋㅋㅋㅋ

참고로 이 누에보라레도는 그 위험하다는 타마울리파스(Tamaulipas) 주의 팬핸들 지역(누에보레온 주 쪽으로 삐져나온 지역)에 위치해 있는데, 타마울리파스 주의 악명 치곤 그리 위험해보이진 않았습니다.


다시 누에보라레도에서 몬테레이(Monterrey)의 그레이하운드 버스터미널까지 달려봅시다.


그렇게 출발을 하려는데... 갑자기 버스가 달리던 와중 한 검문소에서 멈추고...

검문소 직원이 버스로 올라와 탑승객의 신분증을 일일히 확인합니다.


사실 멕시코 타 지역으로 가면 잘 없는 일이긴 한데, 멕시코 북부 지역에서 시외/고속버스를 타면 이렇게 중간에 검문을 당하는 일이 잦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마약과의 전쟁 때문에 불안한 멕시코 북부의 치안 때문이겠죠...?



국경을 넘어도 일단은 텍사스의 초원들과 다를 바 없는 풍경이 펼쳐져 있습니다.

영어로는 Ranch, 스페인어로는 Rancho라고 하는 그 풍경.


그래서 그런지 후일의 답사기들에서도 언급하겠지만, 몬테레이를 위시한 멕시코 북동부의 유명 음식이 카르네 아사다(Carne Asada)입니다.

바베큐(Barbeque)가 유명한 텍사스와 여러모로 겹치는 부분.


미국의 고속도로들은 동부의 일부 구간을 제외하면 죄다 무료인데, 멕시코는 한국의 그것과 비슷하게 고속도로 통행료를 징수하는 톨게이트가 따로 있습니다.

이 톨비가 멕시코인들의 소득수준 대비 굉장히 비싼지라 멕시코의 시외/고속버스들의 가격이 멕시코의 평균 물가에 비해 높게 책정되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그렇게 밤이 다 되어서 도착한 몬테레이.


밤에 도착한게 조금 걸리긴 하지만 어쨌든 몬테레이까지 무탈히 도착한 본인.

다음 편부터는 멕시코 도장깨기 시리즈(?)가 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