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9~2024.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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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편: 아카풀코행 버스


시애틀을 떠나와 뉴욕에서 본격적으로 여행을 시작한 후 약 30일만에 처음 바다에 이르렀는데, 그것은 아카풀코(Acapulco)의 태평양 바다였습니다.

한때 아카풀코는 미국의 전 대통령 JFK도 신혼여행을 여기로 왔을 만큼 북미대륙 탑클라스의 휴양지였습니다만,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해 그때의 영광을 찾지 못한 채 많이 쇠락해 버렸습니다.


멕시코가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시절 갈레온(Galeón) 무역의 태평양 방면 핵심 항구였던 아카풀코를 거쳐 한때 세계적인 휴양지였던 아카풀코를 지나 마약과의 전쟁 및 초강력 허리케인으로 인해 몰락의 결정타를 맞은 아카풀코의 모습을 이 편에서 전부는 아니어도 일부 담아보고자 합니다.


우선 이건 아카풀코만의 특징은 아니긴 하지만, 아카풀코 종합버스터미널에 내린 후 가장 놀라운(?) 점이 바로 우버가 안 잡힌다는 점입니다.

제가 가본 멕시코의 지역들 중에서는 주로 멕시코시티 이남의 지방도시들에서 우버 영업이 막혀있는듯 했는데, 대신 로컬 택시를 흥정해서 잡아타야 하는 슬픈 사실... ㅠㅠ


그동안 우버와 디디 덕에 흥정할 일이 없어 여행이 참 편했는데, 저같은 흥정 한번 하는데 용기를 내야하는 인종한테는 여행의 난이도가 꽤나 상승하는 부분이긴 하지만...

호구를 물렸는지 잘 깎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최대한 기사가 부른 가격에서 60-70% 가격에 흥정해보려고 나름 노력 많이 했습니다... ㅎㅎ


그렇게 로컬 택시를 어찌저찌 흥정을 해서 잡아타 호텔까지 이동.



호텔에서 바로 보이던 아카풀코 만의 해변.






그리고 다른 쪽으로는 역사적인 부분의 아카풀코인 서아카풀코의 산 디에고 요새(Fuerte de San Diego), 그리고 여러 해변이 있는 라스 플라야스 반도(Península de Las Playas).


호텔 뒷편으로는 그 악명높은 아카풀코의 빈민가들이 산 위에 걸려있습니다.


호텔의 빈약하게나마 있는 시설을 좀 둘러본 후...



일단 식사를 하러 해변가로 나왔습니다.


호텔 바로 앞에 있던 식당에 자리를 잡고...


너무 더운 날씨 탓에 미적지근(...)해진 콜라와 함께 먹은 Pulpo a la diabla(문어와 고추 말린 것을 같이 볶은 요리).

태평양 연안에 왔으면 무조건 해산물을 한번은 먹어봐야 합니다 ㅋㅋㅋ


야자수가 죽 늘어서 있어 휴양지 느낌은 제대로 나긴 납니다.


냥이


해안 도시답게 작은 모터보트들이 죽 늘어서 있는 아카풀코의 해변.


사실 아카풀코는 국제적인 휴양지로서는 많이 몰락한 상태이지만, 그래도 멕시코시티에서 가장 가까운 태평양 바다인 만큼 멕시코 국내에선 아직 휴양지로 많이 찾습니다.




사실 구글 지도를 보면 바로 아실 수 있듯이 아카풀코 센트로의 앞바다는 태평양 외해로 뻥 뚫린 바다가 아닌, 좁은 만 안으로 들어와 있는 형태입니다.

이는 아카풀코의 항구가 원래는 태평양 외해의 강한 파도를 피할 수 있는 적절한 위치에 건설되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대목.



각각 해협의 동쪽 끝과 서쪽 끝.

저 해협의 입구를 벗어나면 바로 태평양 외해입니다.


그나저나 멀리서 봤을땐 번듯한 건물인줄 알았던 라스 플라야스 반도에 있는 리조트 건물들이, 사실은 폐건물 천지였다는...


상대적으로 리조트 개발은 만의 동부, 즉 코스타 아술(Costa Azul, 제가 저번 편에서 동아카풀코라고 잘못 부르던 그 지역;) 쪽이 더 잘 되어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저 십자가 밑의 주택 단지처럼 보이는 곳이 바로 아카풀코의 가성비 올인클루시브 리조트로 유명한 라스 브리사스 아카풀코 호텔(Hotel Las Brisas Acapulco).


만의 동부인 코스타 아술 지역과 이 서아카풀코를 가르는 일종의 기준점으로 작용하는 저 대형 멕시코 국기.

눈을 부릅뜨고 호텔 리조트들의 건물 외벽들을 자세히 보시면 한가지 보이시는게 있을 텐데, 바로 파여있는 외벽이 제대로 수리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Hurricane_Otis#/media/File:Hurricane_Otis_hits_Acapulco_(Copernicus).jpg)

그것은 바로 시간상 얼마 되지 않은 2023년 10월, 허리케인 오티스(Otis)가 동부 태평양에서 발생해 아카풀코에 태풍 최성기로 상륙하면서 그대로 아카풀코 시 전체를 개박살을 내버렸기 때문...

안 그래도 마약과의 전쟁 이후의 치안 부재로 인해 국제적인 휴양지의 명성을 점점 잃어가고 있던 아카풀코였지만, 이 허리케인으로 인한 피해는 거기에 완전히 결정타를 때려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특히 산비탈에 지어져 폭우에 취약한 빈민가들은 거의 아예 파괴 수준까지 가버렸을 정도로 이래저래 피해가 막심했고, 제가 방문했던 2024년 5월 말까지도 이 상흔은 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건 다음날 호텔 체크아웃을 한 뒤 더위를 피하고자 에어컨이 나올만한 시원한 쇼핑몰로 찾아 들어간 것이었는데, 기대했던 에어컨은 작동하지 않았고 허리케인 당시의 홍수와 폭우 피해로 인해 1층의 바닥과 천장, 2층의 천장 등이 여기저기 뜯겨져 나가있던 모습.

스타벅스를 제외하곤 쇼핑몰 자체가 연 곳들보다 닫은 곳들이 더 많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아직도 허리케인 피해로부터 회복을 못한 모습이었습니다.



슬슬 해가 지면서 제 배도 고파오기 시작했습니다.

무언가 먹을 것을 찾으러 서둘러 길을 나서보도록 하죠.



비록 예전에 비해 몰락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특이한 지리 조건에 세워진 항구도시인만큼 꽤나 아름다운 야경을 가지고 있는 도시입니다.



누에바에스파냐 부왕령 시절 태평양 방면의 핵심 항구였던 아카풀코 항을 지키는 산 디에고 요새를 가까이서 본 모습.

시간이 늦어 이미 유적지 입구를 닫아버려 이 시점에선 들어가볼 수는 없었지만, 다음날 낮에 그래도 들어가볼 수는 있었습니다.




멕시코의 여느 도시들이 그렇듯이 이 곳도 도시 광장이 있는데(Plaza Álvarez 혹은 단순히 Zócalo de Acapulco라고 불림), 보통 광장 가운데에 있는 저 정자(Pabellón)가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모습이었습니다.


이곳만의 특징인가? 했는데...


(출처: https://es.wikipedia.org/wiki/Plaza_%C3%81lvarez#/media/Archivo:Bandstand_of_Plaza_Alvarez_in_Acapulco,_Mexico_(2).jpg)

원래는 이렇게 생겨야 하던 건물이더군요... ㅎㅎ;

아마도 허리케인 피해로 인해 뼈대만 남은 것 같다는게 제 추측이긴 합니다.


당연히 아카풀코의 도시 중앙 광장 바로 앞에도 성당이 떡하니 하나 자리잡아 있습니다(Catedral de Acapulco).


낮에 오면 이런 느낌?


역시 멕시코 대선을 3일 남겨놓았던 시점이었던지라, 열심히 유세를 다니던 각 정당 지지자들...


근처에 포솔레(Pozole) 집이 있길래 시켜본 흰 국물 닭고기 포솔레.

맛은 딱 님들이 생각하는 닭곰탕(?) 맛인데, 맥주는 여기서 안판다고 하셔서 그냥 편의점에서 사왔습니다 ㅋㅋㅋㅋㅋ




워낙 한때 치안으로 악명이 높았던 도시였던지라 밤거리를 걸을 때 약간 쫄렸었지만, 생각보다 아카풀코 센트로 근방은 경찰도 많이 깔려있고 괜찮았습니다.


오히려 해안가를 따라 늘어선 해안도로에서 바라본 야경이 아름다워서 그런지 밤 산책을 나서는 관광객 및 시민들도 많았던...

근데 밤이 되어도 해안가라 그런지 습도가 진짜 장난 아니었...


밤 수영 마치고 나오신 멕시코 형님들.



호텔방에서 바라본 아카풀코의 야경.


그리고 라스 브리사스 호텔 지역의 야경.

저 십자가가 아카풀코 시내 여기저기서 눈에 띄긴 합니다.



그리고 멀리서 봤을때에는 아름답지만 가까이 가면 끔살당한다고 알려진 아카풀코 빈민가의 야경.

실제로도 미국 등지에서 놀러온 외국인 관광객들이 마약이나 매춘을 목적으로 저 빈민가에 들어갔다가 끔살당하는 일이 꽤나 벌어졌다고 합니다...


착한 돚붕이 여러분들은 괜히 중남미까지 오셔서 객기부리는 일은 없길 바랍니다 ㅎㅎ;



그리고 다음날 드디어 찾아갈 수 있었던 아카풀코에 남은 갈레온 무역의 흔적.

이 산 디에고 요새 앞에 있는 소광장의 이름이 멕시코-필리핀 광장인데...


(출처: http://www.atlasnews.co.kr/news/userArticlePhoto.html)

갈레온 무역 선단의 태평양 횡단 마닐라행 노선이 바로 이곳 아카풀코에서 출발했기 때문입니다.

이 당시 스페인 제국의 은 최대 산지였던 멕시코의 과나후아토와 볼리비아의 포토시(Potosí)를 두 축으로, 당시 은본위제를 시행하느라 막대한 은이 필요했던 중국(명나라)에 은을 대가로 막대한 부와 사치품로 바꿔오기 위해 멕시코 지역의 은은 아카풀코로, 남미 지역의 은은 일단 리마로 모아 파나마를 중간 경유로 아카풀코에 몰아준 다음, 무역풍을 타고 마닐라로 실어나른 후에 거기서 중국 상인들과 거래를 트는 식의 거의 지구 반바퀴를 도는 국제 무역이었습니다.


이 필리핀의 존재가 사실 스페인 제국이 포르투갈의 마카오와 같은 중국에 인접한 거래소를 트지 않은 결정적인 이유였다고 할 수 있는데, 후일 대만 섬 북부에 몇번 찝쩍대기는 했지만(이는 또 다른 당시의 해상왕국 네덜란드 견제 용도) 어쨌든 스페인 제국 입장에선 마닐라에서 거래하면 되는데 굳이? 라는 생각이 강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다시 아카풀코로 실어날라진 상품들은 다시 육로로 멕시코의 대서양 방면 항구인 베라크루스(Veracruz)로 옮겨져, 쿠바의 아바나를 경유해 스페인 본토로 운송되는 그야말로 당시 기준으론 초장거리 무역이었습니다.


이때의 흔적으로 지금도 아카풀코에는 필리핀계 멕시코인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다는...


일단 요새의 입구.


쨍쨍하고 무더운 날씨에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면 요새의 후문(?)이 나옵니다.

하긴 요새의 정문을 바다 방향으로 낼 리는 없으니...




요새 내부의 해자의 흔적.

당시 이 갈레온 선단을 털어먹으려 온갖 곳에서 몰려든 해적들이 즐비했을 테니, 이렇게 단단해보이는 요새를 지은 것도 나름 이해는 가는...



해자에서 올라와 성벽 쪽에서 바라본 아카풀코.

만 반대편의 고층 리조트 건물들과 큰 대비를 이룹니다.


요새의 정문.


들어가려면 입장료를 내야해서 그냥 패스...했습니다 ㅋㅋㅋㅋㅋ


성벽 위에서 바라본 현대의 아카풀코 항.

다만 현대에는 무역항 기능은 거의 없는 것 같고, 어항 혹은 관광용 배들(요트 등)만 많이 다니는 느낌이었습니다.


역시 요새의 후문에서 바라본 아카풀코 만.

여기저기 감제하기 좋은 위치에 있다고 느껴지긴 했습니다.


다음 편은 아카풀코 만 지역에서 벗어나, 태평양 외해 쪽의 아카풀코를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