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터키인들이 아타투르크를 존경하는가? 


예전부터 관심있던 이 주제에 대해 아는 터키인들에게 이 주제에 대해 최대한 조심스레 말을 건네 보았으며 다음이 그 결과입니다. 참고로 전원 여자입니다. 남자들이 좀더 케말에 대한 호감도가 높다는데 그것도 사람/지역마다 다르겠죠. 


나이/지역/직업/히잡착용유무/케말파샤 지지여부/에르도안 지지여부/기타


 1. 28세/삼순/백수/미착용/지지/반대 


아타투르크가 혁명을 시작한 혁명의 고향(?) 삼순답게 강력한 세속주의자이고 무신론자입니다. 아예 이슬람교를 가리켜 빌어먹을 종교 (Bullshit religion) 이라고 하면서 싫어하더군요. 자기는 역사나 정치는 잘 모르지만, 케말은 정말 위대한 지도자라고 말했습니다. 


2. 29세/이스탄불/학교행정직원(Okul memur)/착용/지지/마지못해 지지 


원래 터키에서는 최근까지 학교를 포한한 모든 관공서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히잡 착용이 금지되어 있었는데 에르도안의 치세(...)에 들어와서 풀렸습니다. 이 사람도 에르도안 이후에 히잡을 착용했는데... 히잡을 쓰긴 하지만 열렬한 케말주의자입니다. 개인 사무실 곳곳에 케말 사진을 걸어놓고 있으며, 작년 차낙칼레 전투(갈리폴리 전투) 기념일에는 케말이 얼마나 위대한 지도자인지 질리도록 설명해줬습니다. 


3. 40세/부르사/교사/미착용/지지/극렬 반대 


미모의 음악선생님이십니다ㅎ 열렬한 케말 지지자인데 대체로 에르도안 이전에 공무원이 된 사람들은 케말 지지자라고 봐도 큰 문제가 없다는 말을 하시더군요. 그리고 자기는 히잡은 더워서 쓰다 죽어! 라고 하십니다. 참고로 이분 사촌들은 공학박사/변호사/건축사 등 엘리트 집안인데 모두들 케말 지지자들입니다. 예전에 터키갔을때 이들에게 둘러쌓여서 치으쾨프테 먹으면서 한시간 넘게 케말에 대한(+그리고 에르도안 무리들이 얼마나 나쁜 도동놈들인가의) 강의를 들었습니다. 


4. 25세/트라브존/대학생/착용/지지/지지 


사범대학교 학생이고 원래 히잡 미착용이었는데, 에르도안 이후에 착용한 사람입니다. 에르도안이 터키를 잘 이끌 것이라는 강력한 믿음을 가지고 있으며... 케말파샤, 이뇌뉘(제 2대 터키 공화국 대통령) 모두 세속주의자지만 그래도 케말은 존경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뇌뉘는 싫다네요... 독실한 이슬람교도로서 무리는 아니라 생각합니다. 


5. 27세/이스탄불/사무원/착용/지지/지지 


올해 경찰시험에 붙고야 말거라는 꿈많은 녀성동무입니다. 원래 집안이 하타이 출신이고(인디아나존스 최후의 성배의 그 하타이 맞습니다) 아버지가 이맘(!) 이신데...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원리주의자는 아니시고요. 여식이 결혼을 하든 말든 그건 본인이 결정할 사항이다.. 이렇게 생각하신다네요. 아시는 분은 알겠지만, 아직 터키는 이런 분위기가 일반적인 나라는 아니거든요. 비록 케말의 정책이 옛 이슬람 전통과의 단절을 초래했지만, 터키 국가를 위한 그의 공적을 부인하는 건 아니라고 합니다. 그리고 강력한 에르도안 지지자인데 제게 서구 언론이 어떻게 에르도안을 모략하고 있는지... 시간날 때마다 설명해 줍니다; 뭐 그런갑다 해야죠;; 


6. 26세/콘야/대학생/착용/반대/지지 


한국어를 많이 아는 사회복지전공 대학생인데요.. 제가 그래도 케말이 터키를 위해 여러 전투에서 승리하지 않았느냐.. 고 하니까, 누가 그래요 그거 다 거짓말! 이라고 한국말로(!!) 답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거기다가 에르도안의 강력한 지지자... 그녀에게 잠시 에르도안에 대한 부정적인 언급을 했다가 도로 주워 담느라 엄청 진땀뺐습니다. 그래도 사람은 아주 착하고 적극적입니다. 머리도 좋아서 KPSS(터키 공무원 시험.. 현지에선 크파스스라고 부릅니다) 시험을 한방에 붙더라고요... 모쪼록 하는 일 다 잘 되길 바랍니다. 


7. 27세/이스탄불/학교직원/착용/반대/지지 이 사람은 히잡이 좀 특이합니다.. 제가 사진을 올릴 수는 없지만, 차도르나 니캅 수준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히잡보다 천이 풍성하고 몸을 가리는 면적이 넓습니다. 예의상 의상에 대해 물어보지는 못하였습니다만... 아무튼 이 사람도 케말을 "이슬람의 적!" 이라고 말하면서 에르도안은 똑똑하고 착한 사람이니까 터키를 잘 이끌 것이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다만 Isid (IS의 터키어 표기) 썅놈들에 대해서는 정말 두려워하는데... 사실 전 아직까지 IS를 지지한다는 터키인을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뭐, 사람이라면 당연한 것이겠지요... 


좀 의외의 면에서 보수적이던데.. 언젠가 유명한 터키식 커피 점 (Kahve Falı) 에 대해 재미있는 풍습이라고 얘기했더니 '그건 죄야. 운명은 오직 알라만이 아시는 거야 Bu bir günah. çünkü geleceği sadece Allah bilir' 라고 일침을 주더군요;;; 역시 종교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련있는 주제에 대해서는 말하기 전에 세번 생각해보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8. 28세/에르주룸/석사과정/착용/반대/지지 


기계공학 석사과정인데... 별로 정치에 관심은 없지만 이 사람도 케말이 이슬람 전통을 단절시켰다고 부정적으로 보고 있으며 에르도안을 지지합니다. 사실 동부지역은 쿠르드족을 제외하고 백퍼 에르도안 지지자들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결론?


 비록 질문의 대상이 여덟명 뿐이었지만 어쨋든 모든 터키인들이 케말파샤를 존경하는 건 아니더군요. 히잡을 쓴 여성일수록 그런 성향이 강한데, 이는 케말의 강력한 세속주의 정책에 기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에르도안 이전 군부 독재정권이 강력한 세속주의를 시행한 바 있는데, 당시 현실이 세속주의=민주주의는 아니였는지라(관심있으신 분은 영화 욜yol을 추천) 그에 기인한 것도 있지 않나 싶습니다. 단순히 히잡을 자유롭게 쓸 권리를 주었다는 이유로 에르도안을 지지하는 여성들도 엄청 많으니... 결국 자업자득이려나요. 그리고 아무리 주변 이슬람 국가들이 나이롱 이슬람 국가네 하고 비아냥 거려도 결국 터키도 이슬람 국가입니다. 아직까진 사람들의 삶에 있어 종교의 영향력은 결코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요건 예전에 콘야갔을때 선거를 몇일 앞두고 여러분 모이세요 위대한 령도자 에르도안이 콘야에 옵니다 둥둥둥 하는 팜플렛입니다. 그냥 재미있어서 하나 주서왔어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