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슈 지방(九州地方)은 일본의 본토를 구성하는 4개의 주요 섬 중 최남단에 위치한 큐슈 섬을 메인으로 하는 지방으로, 면적은 4만 2천km²(큐슈 섬 단독으로는 3만 7천km²)에 인구는 2020년 5월 기준으로 1276만명으로 3만 2천km²에 1300만명인 경상도와 비교했을 때 면적은 좀 크고 인구는 비슷함. 통상적으로 큐슈지방이라 하면 큐슈 섬에 본토를 둔 7개의 현을 일컫는 것이 빈번하지만 때때로 오키나와를 포함할 때도 있음. 이 경우에는 큐슈 · 오키나와 지방이라는 명칭을 대신 사용함. 여기서는 큐슈 본토의 7개 현만 다루니 유의하시길.


이름의 유래는 율령제 시절 지금의 큐슈 지방인 사이카이도(西海道, 서해도) 중에서도 큐슈 섬 일원에 설치되었던 9개의 율령국—치쿠젠 국(筑前国), 치쿠고 국(筑後国), 부젠 국(豊前国), 분고 국(豊後国), 히젠 국(肥前国), 히고 국(肥後国), 휴가 국(日向国), 오스미 국(大隅国), 그리고 사츠마 국(薩摩国)—에서 기인함. 참고로 이 9개의 율령국은 1871년 폐번치현(廃藩置県, 번과 국을 폐지하고 현을 설치한 행정구역 개편)을 거치며 합병과 분리를 반복하다가 1883년에 현재와 같은 7개의 현으로 정리됨.


과장을 좀 (많이) 보태서 역사적으로 일본의 근원이 되는 지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일본서기에 따르면 일본의 초대 천황인 진무덴노(神武天皇)의 진무동정(神武東征, 진무 덴노가 동쪽인 야마토—지금의 나라 현 일대—를 향한 정벌을 시작해 일본을 통일한 사건)이 이곳에 위치했던 휴가 국에서 시작했기 때문. 하지만 남간에 따르면 진무 덴노가 과연 실존인물이었는지는 교차검증이 불가능하다카더라... 그래도 근대 일본의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무진전쟁(戊辰戦争, 흔히 보신 전쟁이라고 부르는 전쟁)을 신 정부군의 승리로 이끌었던 주역 중 하나인 사츠마 번이 이곳에서 발흥했으니 완전 틀린 말은 아닐 듯.




인구밀도 지도를 보면 후쿠오카 · 키타큐슈 대도시권을 중심으로 각각 큐슈 제 1, 2의 철도 간선인 카고시마 본선과 닛포 본선을 따라 인구가 느슨하게 선형으로 분포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음. 이밖에도 서부의 나가사키와 사가가 이에 못지않게 집중적으로 인구가 분포되어있고 이와 반대로 큐슈 섬의 중심부는 섬을 종단하는 험준한(1700m급) 큐슈산지의 영향으로 인구밀도가 제일 낮은 것으로 보임.


아래는 현별 설명(+구글 스트리트뷰 이미지)





후쿠오카 현 福岡県


큐슈 최북단에 위치하며 면적 5000km²에 인구 510만명으로 일본 3대 도시권 다음가는 인구규모를 자랑하는 인구 554만명의 후쿠오카 · 키타큐슈 대도시권이 위치한 현. 근대 이전까지만 해도 나가사키, 쿠마모토 등의 전통도시들에게 밀려 존재감 없는 지역이었지만 하카타항 개항, 큐슈대학 설치, 그리고 키타큐슈 공업지대의 형성과 함께 큐슈의 중심지로 거듭나게 됨.


과거에는 일본 유수의 광업으로도 유명한 지역이었지만(치쿠호 탄광) 1953년의 서일본수해(西日本水害, 북큐슈를 중심으로 일어났던 집중호우)와 1950년대에 유행하던 에너지 혁명의 여파로 결국 현내의 모든 탄광이 폐광되어 현재는 광업이 완전히 중단되버림. 현 중부에 위치한 도시인 카마 시는 1950년부터 20년간 인구의 절반이 증발해버리기도...


한국 부산과의 거리가 무척 가까워 상호교류가 잦고 재일한국인이 1만 4천명 쯤 거주하고 있음; 그와는 별개로 중국과도 상대적으로 가깝지만 외국인 인구는 10위권 수준. 참고로 큐슈 국립박물관은 의외로 후쿠오카에 없고 다자이후라는 소도시에 있는데, 다자이후는 역사적으로 큐슈의 지방행정기관인 다자이후가 위치해 번영했었고 현재는 연간방문객만 1000만명에 달하는 초유명 관광지가 되었음.






사가 현 佐賀県


면적 2400km²에 인구 81만명으로 후쿠오카와 나가사키 사이에 위치하며 큐슈 지방에서 제일 적은 인구와 현민총생산을 자랑하는 현. 하지만 현 면적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드넓은 사가 평야가 위치하고 면적이 작아서 인구밀도는 후쿠오카 다음으로 높음.


현 동부의 토스 시는 후쿠오카에서 출발해 나가사키와 쿠마모토로 갈라지는 도로와 철도의 분기점으로 신토스 역은 2022년 개업을 목표로 하는 큐슈 신칸센 니시큐슈 루트(일명 나가사키 신칸센)의 분기역으로 낙찰될 정도로 교통적 입지가 탁월함. 하지만 토스는 후쿠오카 현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고 사가 현의 나머지 지역과는 따로 노는 특성 때문에 넷상에서는 토스를 명예 후쿠오카 현 취급하는 경우가 적지 않음;;


관광업과 인지도 면에서는 전국적으로 봐도 최하위권이고 남간에 따르면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행한 적이 없는 현을 조사해보니 1위로 드러난 안습한 해프닝이 있었다카더라. 참고로 2위는 코치, 3위는 토쿠시마. 일본 김 중에도 알아준다는 브랜드인 아리아케산 김이 사가 현에서 생산되는데, 정작 사가 김이라고 하면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고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






나가사키 현 長崎県


큐슈 최서단에 위치하며 면적 4100km²에 인구 131만명으로 눈에 띄지는 않지만 츠시마의 존재로 인해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일본의 현. 다도해와 리아스식 해안이 발달해 북방영토를 제외한 홋카이도보다도 해안선 총연장이 길어 일본 제 1위를 자랑하고참고로 홋카이도의 면적은 나가사키의 20배에 달함동시에 일본에서 가장 많은 수의 섬(971개)을 관할하고 있음.


어업의 규모도 홋카이도에 이어 일본 2위를 자랑하고 복잡한 해안선으로 인해 항구가 발달하기에 좋은 조건을 보유하고 있어 구 일본 해군 4대 군항 중 하나가 현 북부의 사세보항이었고 사세보항은 현재까지도 자위대 기지로 기능하고 있음. 사세보에 위치한 하우스텐보스는 네덜란드의 거리를 그대로 재현한 것으로 유명하고 단독 테마파크 중에는 일본 최대(1.5km², 윤중로 제방 안쪽 여의도의 절반 정도)라는 타이틀도 가지고 있음.


현청소재지인 나가사키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인 나가사키 원폭 투하로 유명하고 학교 관계자들 중 절반이 미츠비시 관계자라는 풍문도 있을 정도로 지역 일대의 산업을 책임지는 미츠비시 일색의 도시라고함. 1925년 국세조사(国勢調査, 인구조사)까지는 후쿠오카를 제치고 나름 큐슈 최대의 도시이기도 했을 정도로 전국적인 대도시였지만, 원폭을 거쳐 인구의 절반이 증발하고 1965년부터 인구가 정체하기 시작해 장장 55년 동안 그 인구가 유지되고 있음... 이건 옆동네 사세보도 마찬가지.




쿠마모토 현 熊本県

면적 7400km²에 인구 174만명으로 일본에서 두번째로 큰 규모의 칼데라인 아소산과 개성있는 지역 마스코트인 쿠마몬이 유명한 현.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지만, 위백에 따르면 원래 熊本가 아닌 隈本로 썼으나 구마모토 번 초대 번주였던 가토 기요마사가 隈이라는 한자가 남을 경외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 좀 더 용맹한 무사에 걸맞는(?) 熊으로 교체해 지금까지 내려온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고 하는 듯.

현청소재지인 쿠마모토 시는 정령지정도시(政令指定都市, 일본의 대도시 집단) 중 가장 나중에 지정된 도시로 일본 3대 성으로 꼽히는 쿠마모토 성이 위치해 있음. 수돗물을 틀면 나오는 물이 지하수 100%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지하수에 크게 의존하는 도시임.

일본 4대 공해병 중 하나인 미나마타 병(水俣病, 집단 수은중독 현상)이 1956년 현 남부의 미나마타 시에서 발생했는데, 1997년에서야 미나마타 만의 안전선언이 이루어져 지금은 평화로운 일상으로 되돌아갔다고. 그 임팩트가 워낙 충격적이었는지 10년 뒤에 일본 반대편의 니가타 현에서 발생한 공해병을 제 2 미나마타 병이라고 명명했고, 비록 오보이긴 했지만 그 10년 뒤에 옆동네 후쿠오카에서 일어난 공해병을 제 3 미나마타 병이라고 명명했던 바가 있음...




오이타 현 大分県

큐슈 최동단에 위치하며 면적 6300km²에 인구 113만명으로 온천 산업이 유명하며 닭고기 소비량 전국 1위, 남편의 가사비중 전국 최하위, 가구당 간식 구입금액 전국 1위 등의 비범한 타이틀을 많이 가지고 있는 현. 

현 중부에 위치한 벳푸와 유후인을 위시로한 온천 산업이 발달했고 2012년에는 "온천 현"이라는 특허까지 신청할 정도로 온천에 관심이 많음. 군마 현과의 은근한 라이벌리가 있다고 하는데... 특히 벳푸는 교토, 나라 등의 쟁쟁한 도시들과 함께 1950년 국제관광문화도시(국제문화교류를 촉진하기 위한 도시 선정작업)로 지정되었을 정도로 전국적인 인지도가 있음.

현 곳곳에 널린 온천지대로 인해 지열발전 또한 전국 1위의 전력생산량을 자랑할 정도로 활발하고 오이타 임해공업지구를 중심으로 한 중공업도 현 경제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함. 이런 연유에선지 1인당 현민 소득이 큐슈에서 후쿠오카 다음으로 높을 정도. 2차 산업이 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8.9%로 전국 평균인 26.2%에 비해 좀 높다고 함.



미야자키 현 宮崎県

면적 7700km²에 인구 107만명으로 과거 일본 신혼여행의 메카였으며 남국이라는 이미지에 맞지 않는 일본 최남단의 스키장을 보유한 현. 현목부터가 야자나무를 연상시키는 생김새를 한 피닉스 카나리엔시스(Phoenix canariensis)고 과거 이름이었던 휴가(日向)에 걸맞게(?) 일본 내에서 휴향지로써 인지도가 높음.

현 북부에 있는 타카치호 협곡은 주상절리와 폭포 등 이국적인 풍경을 간직한 유명한 관광지이고 고카세가와라는 이름으로 천연기념물로 등재되어 있음. 비록 열대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일본 최남단의 스키장을 보유한 것 답게 의외로 2016년 1월 산간부에서 관측 이래 최저 기온인 영하 12도(!)를 기록해 내륙과 해안지방의 기온차가 극명하게 난다는 것을 알 수 있음. 

합계출산율은 2017년 기준 1.71로 1.95의 오키나와에 이어 전국 2위로 전국적으로 평균 이상인 큐슈지방에서도 가장 높은 수치를 자랑함.

독특한(?) 부산의 운전 스타일이 한국에서 유명한 것처럼 미야자키 특유의 테게테게 운전(てげてげ運転)이라는 것이 한때 밈화되었던 적도 있었음. 테게테게는 적당히 마이페이스라는 뜻의 카고시마 방언이라는데, 실상은 운전 중에 통화, 화장, 걱정(?) 등을 하는 행위라고. 2009년에 자체적으로 추방운동(...)을 벌여 현재는 어느 정도 사장된 표현이 된 듯.






카고시마 현 鹿児島県

큐슈 최남단에 위치하며 면적 9200km²에 인구 159만명으로 카고시마 시내에서 한 눈에 보이는 활화산이 위치한 사쿠라지마가 유명하며 일본 근대사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현. 전체적으로 사츠마 반도와 오스미 반도라는 두 개의 거대한 반도와 낙도로 구성되어 있으며, 남북을 이은 거리는 무려 600km(!)에 달함. 육지 면적도 무시 못할 정도라서 일본 전국 10위에 서일본 최대라고 함. 사실 지도에서 따로 때어놓은 지역은 아마미 군도라고 하여 원래 류큐 왕국의 땅이었으나 1609년 카고시마 현 본토에 위치했던 사츠마 번의 침공으로 강탈당해 지금까지 계속 카고시마 현 소속으로 남아있는 역사가 있음.

자연지리로는 단연 세계적으로도 드문 대도시 바로 옆(섬 정상에서 카고시마츄오역까지 11km)의 활화산 지대인 사쿠라지마가 유명하고 그 이외에도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야쿠시마(큐슈 지방 최고봉이 여기에 위치)와 주변에 다른 봉우리가 없어 홀로 우뚝 솟아 깔끔한 원뿔 모양을 한 카이몬다케 등 풍부한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음. 참고로 사쿠라지마가 육지와 연결되어있음에도 뒤에 지마(島)가 붙는 이유는 1914년 화산폭발로 인한 화산쇄설류가 육지와 섬을 잇기 전까지는 섬이었기 때문이라고. 이때 구호활동도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졌는데, 대만과 조선에까지 모금운동을 하러 온 일본인들이 있었다고 함.

앞서 말했듯이 일본 근대사에서는 지대한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곳에 있던 사츠마 번과 조슈(지금의 야마구치 현) 번이 사카모토 료마의 중재로 삿초 동맹(薩長同盟)을 맺고 막부군과의 전쟁을 벌여 승리한 후 근대 일본을 형성한 메이지 유신의 주역이 되었기 때문. 


백지도는 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