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었다. 

그날은 가을이었지만 초겨울같은 날이었다.

아니, 어쩌면 봄이었지만 늦겨울같은 날이었을 수도 있겠다.


분위기에 취한 친구들은 신나게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이 모두 있었고, 아쉬울 것은 전혀 없었다.


그때 나는 저 멀리를 바로보던 그녀를 보았다. 

나는 아무것도 모를 그 아쉬움을 보았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집에 가고싶다."

그녀는 나지막히 속삭였다. 

"집에 정말 가고싶다."


나는 철창 밖에 지나가는 강원여객 버스를 보며 대답했다.

"그러게. 저기 저 버스 타면 바로 동서울터미널인데. 우리의 목적지는 참 멀고도 가깝구나."


그녀는 나에게 질문했다.

"왜 우리는 한없이 우울할까."

"그러게..."

"왜 우리는 바쁜 삶을 살면서 행복이라는 중요한 감정을 잊고 사는 걸까."

"음...사실 남들이 보면 웃기긴 할거야.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할만한 위치에 있는데, 나는 맨날 울고 있으니까.

근데 예전에 친한 누나가 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행복이나 불행은 상대적인 게 아니라 절대적인 거라고.

그 누나는 정말 힘든 삶을 살았는데, 철없던 내 고민을 항상 들어줬거든.

어떤 사람이나 힘들 수 있고, 그건 숨겨야하는 거라던가 부끄러워해야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

"하긴, 그리고 우리가 몇달동안 갇혀 살고 있으니까 말이야."

"그치. 그리고 우리는 정말 많은 것을 배웠고, 많은 수업을 받을 수 있지만, 어른이 되는 방법, 행복해지는 방법은 안 배웠어.

그들은 의지를 가지고 살면, 종교를 믿으면, 힘든 일을 숨기고 살면 행복해진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것보다 더 어려운 것 같아."

"맞아. 과연 그걸 누가 알고 있을까."


-


그녀는 수많은 산과 별들을 바라보며 노래를 불렀다.


"너 노래 진짜 잘 부른다."

"야 나 밴드 보컬이잖아."

"아 미안!"

"너 설마 그것도 기억 못했어?"


참, 걔가 공연을 한두번 한 것도 아닌데, 내가 무식했지 뭐.


우린 그러고도 한참동안 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깊이 잠겨있었다. 

철창 밖의 수많은 차량 행렬들을 지켜보면서,

그들은 어디에서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그들은 지금 행복할까

우리는 과연 어디에서 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행복의 답은 무엇일까


-


친구들이 우릴 불렀다

우리는 잠깐 동안의 얕은 꿈에서 깨어나, 무리 속으로 들어갔다


언젠가 꽃피울 그날을 기약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