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균형발전. 내 기억이 맞다면 참여정부 시절부터 제대로 추진되기 시작한 정책으로 알고 있음.


과연 지역균형발전이 무엇이고, 왜 필요하며, 어떤 방법이 가장 효율적일까?에 대한 질문에 내 개인의 생각으로 답해보려고 함.



1. 지역균형발전의 초점


우리는 일반적으로 지역균형발전을 막연히 각 지역별 인구 / 경제력 / 산업력 격차를 줄이는 것으로만 인식하고 있음. 과연 이러한 인구 / 경제력 / 산업력 격차가 줄어드는 것이 국가경쟁력 증진에 도움이 될까? 이에 대한 예시를 찾아보자.


강원도와 충청북도, 전라북도의 인구수는 서로 비슷함. 그러나 강원도의 경우 춘천, 원주, 강릉이 각각 멀리 떨어져 3대 도시를 이루고 있고, 전라북도는 전주를 중심으로 익산, 군산 등의 중견도시가 뭉쳐 있으며 정읍, 김제, 남원 등의 소도시가 있는 형세고, 충청북도는 청주를 중심으로 충주, 제천이 북동쪽에 있는 형태임.


어느 도의 경쟁력이 가장 강할까? 완전히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는 없겠지만, 2019년 기준 시도별 GRDP를 통해 각 지역별 경제력을 알아보자. 정확한 결과치 산출을 위해 인구수는 2019년 12월 기준으로 했음. GRDP의 단위는 백만원.


면적인구명목실질1인당 명목1인당 실질
강원도16,828.301,541,50248,624,64945,891,95331.54429.771
충청북도7,406.801,600,00769,337,80266,974,61343.33641.859
전라북도8,069.101,818,91751,826,01049,459,52628.49327.192


충청북도 >>> 강원도 > 전라북도라는 결과가 나왔음. 강원도의 경우 도시권 하나인 영서북부가 충북 면적을 가뿐히 뛰어넘고 전북 면적과 맞먹는 수준인 면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고려를 해봐야겠지.


결론은 경부축선에 있어 대도시로 성장한 청주가 있는 충청북도의 압승이라는 결과가 나왔음. 이 결과가 뜻하는 건 각 지역의 산업력 격차도 물론 있지만 지역균형발전이 국가경쟁력 증진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도 내포한다고 생각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균형발전은 반드시 필요한데, 그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


대도시에서 나고자란 사람들의 경우에는 잘 모를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어떤 지역에 살던 본인의 거주지에 관계없이 동등하거나 그에 준하는 인프라와 권리를 누리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함.


단적으로 비교해볼까? 여러 지역에서 살아본 내 경험을 되짚어보도록 하자.


화천군 화천읍 신읍리

신읍리의 경우, 비교적 화천시내와 가까운 편이지만 걸어갈만한 거리는 아님. 하루에 시내버스는 네 번 들어오고, 시외버스는 한 개 노선으로 동서울이나 청평, 가평, 춘천, 다목리를 갈 수 있으며 배차간격은 30분 정도. 2010년 당시 기준으로 살펴보면 시내에 고층아파트는 낙원아파트와 신아아파트(당시 군인아파트였음), 대양고운채아파트 3개 단지 4개 동이 있었고, 화천민속박물관이 막 개원했을 시점. 4차선 국도는 커녕 제대로 된 4차선 도로 하나 없었고, 45분 정도 가면 강원도청이 있는 춘천이 있어서 마트를 가는 정도의 일은 대부분 춘천에서 해결했음. 2주에 한 번 꼴로 춘천에 나갔는데, 서울에 가려면 당시 기준으로 버스를 타면 2시간 30분, 남춘천역에서 기차로 환승하면 3시간 20분 정도 걸렸던 것 같음. 그래서 화천에 살 적엔 서울에 가 본 적이 한 번도 없음.


그때 당시 화천초등학교 옆에 있는 '단설' 유치원인 화천유치원을 다녔는데, 역사가 아주 깊은 유치원이기도 함. 등원할 때는 항상 할머니 봉고차나 엄마 차를 탔고, 하원하고는 시내에 있는 이모네 음악학원에 갔으며, 8시가 넘고 학원이 끝나면 온 가족이 다 같이 집에 돌아갔었음.


그래도 내실있는 지역축제가 많았는데, 산천어축제는 그 당시에도 전국적으로 유명했고, 화천쪽배축제 역시 여름에 시내에서 진행됐으며 사창리에서는 토마토축제를 열기도 했음. 시내에서는 민속축제인 용화제를 하기도 했고. 화천시내는 7사단 장병들이 주로 이용하고, 15사단 장병들도 이용하곤 해서 뭔가 침체되어 있다는 느낌은 잘 못 받았던 것 같음. 특히 겨울에는 그만큼 활발할 수가 없었지.


대전광역시 유성구 신봉동

다행히 초등학교는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었음. 자운대에는 150개동 정도의 4층 3-4개라인 아파트들이 있고, 주민등록인구는 약 5천 명 정도이며 실질적으로는 7천 명 정도 될 것 같음. 자운대쇼핑타운이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어 슈퍼를 가려고 차를 타고 나가지 않아도 되고, 여전히 민간인을 보려면 걸어서 30분 이상을 나가야 하지만 동네에 볼링장과 수영장도 있었고 이것저것 많았음. 2주에 한 번 정도는 노은동이나 관평동 롯데마트, 아니면 봉명동 홈플러스에 가서 이것저것을 사 오기도 했고, 반년이나 1년에 한 번 봉명동 홈플러스에 있는 애슐리에서 외식을 하는 게 마냥 즐거웠음. 공주나 계룡대, 아니면 연산 옆에 있는 양촌에 가서 소고기를 사 먹기도 했고, 문창동에 있는 영동뜨끈이에 가서 맛있는 뜨끈이를 먹기도 했지. 밤 11시에 외식은 화천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


정말 간혹 갤러리아를 갔었는데, 어머니는 항상 뭐가 없다고 불만이 있으셨음ㅋㅋㅋㅋㅋㅋ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율동

버스는 60-90분에 한 대 오고, 버스를 타고 나가는 게 아니면 동네에서는 뭣도 못하고 PX 가는 게 다인 동네이지만, 내가 진짜 대도시에 살았던게 여기뿐. 군인가족을 위한 통학버스가 있는데, 그거 타고 초등학교까지 30분 걸렸음. 당시 15-1번 버스를 타고 서현역까지 20분-25분 정도 걸렸는데, 서현역에는 AK프라자도 있고 이것저것 뭐가 엄청 많았음. 교보문고나 백화점을 일상적으로 가 본 건 이때가 마지막이었음.


11년도 연말쯤 신분당선이 들어와서 서현역에서 40분씩 걸렸던 강남이 15분밖에 안 걸려서 정말 편리했음. 정작 강남을 가는 이유는 잠원에 이모할머니네가 있어서 정도...


보면 사는 지역이 어디냐에 따라서 접근할 수 있는 인프라가 얼마나 차이나는지 알 수 있음. 지역균형발전은 국가의 경쟁력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처럼 전국 어디에 사는 사람이던 만족할 수 있는 인프라를 누릴 수 있게끔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함.



2.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추진근거와 추진방향


현재의 지역균형발전이 수도권의 발전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추진디고 있다는 것 자체는 어느정도 사실임. 그러나 본인은 보다 적극적으로 수도권의 발전을 억제하고 지방의 발전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봄.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음.


우선, 평등의 논리임. 현재 수도권의 인프라는 모든 면에서 대한민국 최상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음. 이게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부분도 있지만, 국가정책에 따라 90년대까지는 수도권과 대도시, 경부축에 발전을 집중시켜온 부분이 없다고 할 수 없음.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GTX 깔 돈으로 지방에 준고속전철 하나 더 까는 게 낫다는 이야기.


이러한 부분이 추진되기 위해서, 수도권에 집중된 교육인프라를 최대한 억제하고 지역균형 / 농어촌 혜택을 더욱 확대하는 기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함. 농어촌 혜택은 지방의 농어촌뿐만 아니라 수도권의 농어촌에도 혜택이 돌아가게끔 해서 수도권 내에서의 도심집중 문제를 줄이고, 지방대도시에 집중된 지방 교육인프라 역시 억제하면서 지방 중소도시에 혜택이 돌아가게끔 지역균형 혜택을 두어서 각자가 누려 온 교육인프라의 격차를 어느정도 극복할 수 있게끔 해야 함. 그래야 각 지역을 대변할 수 있는 지역의 인재들이 늘어나고, 앞으로 인구격차에 의해 생길 수도권과 각 지역별 발언권의 편차가 어느정도 극복될 수 있다고 봄.


두 번째는, 갈등의 억제임. 돚챈러들은 나머지 지방도시들을 버리고 지방대도시들을 최대한 키우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하지만, 이러한 국가주도적 중점발전은 각 지역간의 지역감정과 갈등을 야기하며 결과적으로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의 지출이 불가피함. 이제는 지방자치를 중심으로, 각 지역별로 지역의 경쟁력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지역 스스로 발전 아이템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고, 국가는 이러한 지역주도 발전에 필요한 인프라를 지원하고 좋은 지역주도 발전 아이템을 선별하여 지원해서 지역주도발전을 더욱 촉진시켜야 함. 실제로 제4차 국가균형발전 5개년계획의 기조가 이러한 방향으로의 전환을 염두에 두고 있음.



물론 개인의 성장배경과 처한 상황, 성향에 따라 생각하는 근거가 있을 것이고 정확한 답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음. 본인은 그저 대대로 산골에서 살아왔고, 수복지구 산골과 경북북부 산골 출신인 부모님 밑에서 태어나 수복지구 산골에서 살다가 지방도시에서 학교를 다닌 촌놈 서민이지만, 어쩌다보니 국가대표로 국제대회도 나가보고 영재학교에 들어가서 대도시에서 살아온 수많은 친구들을 만나면서 경험해본 것을 토대로 보았을 때 이러한 방향의 지역균형발전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함.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