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우리집 앞에 있는 미호천(美湖川)


미호천은 진천평야 북쪽 끝인 음성군 삼성면 마이산에서 발원해서 세종시 합강에서 금강으로 합류하는 하천으로, 총 유역은 진천평야에서 증평, 청주를 지나 세종의 조치원과 전의, 천안의 목천까지 망라하는 상당히 큰 면적을 지니고 있음.

미호천의 옛 이름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여러 자료들을 살펴보면, 이 미호천은 조선시대에는 딱히 진천평야에서 세종까지의 전 구간을 일컫는 명칭이 딱히 없고 각 고을마다 주천(注川), 반탄(潘灘), 작천(鵲川), 동진강(東津江) 등 이름을 달리 해서 불렀다는데, 조선 후기 지리서에는 연기 읍치 동쪽에 있는 나루터인 동진을 중심으로 물줄기를 이해하며 동진강이라는 이름이 많이 나타났음.

그러다가 일제강점기에 지명을 정리하면서 미호천이라는 이름이 등장했는데, 미호천의 미호는 연동면 예양리의 '미꾸지'를 음차한 것으로, 미꾸지 또한 미호천 가에 있는 나루터의 이름이었으며, 아마 경부선 조치원역이 갓 생기고부터는 조치원과 가까이 있는 미꾸지의 인지도가 늘어났을지도 모르겠다.

즉 일제강점기에 확립된 지명이고 옛날에 썼던 이름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바꾼 것은 맞지만, 의미상 일제가 일부러 조선을 깎아내리기 위해서 작명했다고 볼 수도 없고, 또 일제가 지명을 정리하기 위해 지명을 조사하던 시기에는 이미 미호천이라는 이름을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어서 일본 관료들이 이것을 보고 미호천으로 했을 가능성이 있는 상황임. 애초에 지명 정리 직전에 쓰이던 명칭에 대해선 팩트가 없으니 여러 가지 추측을 할 수밖에 없는데, 일본 관료도 사람인만큼 당대에 지역에서 자주 쓰이던 명칭을 기록해갔을 거라는 가능성이 개연성이 높다고 봄.


따라서, 애초에 미호천이 당장 주민 정서상 맞지 않아 시급히 갈아엎어야 될 지명인 것은 더더욱 아니고, 역사적으로 통용되었던 미호천을 동진강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 어찌보면 숨겨진 또다른 역사적 맥락과 지명의 변화를 무시하는 것이 될 수도 있는 것.


다만 옛날엔 강이었는데 일제 이후로는 천으로 부르니까 왠지 없어보인다는 이유로 그냥 천만 강으로 바꿔서 미호강으로 부르자는 주장도 있음. 미호천은 분명 꽤 큰 하천인데, 보통 천이라고 하면 작다는 느낌을 주기에 아예 이름을 갈아버리자는 게 아니라 접미어인 천을 강으로 바꿔 부르자는 것은 상대적으로 주민 정서와 호응하기 좋은 주장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충북도는 미호강이라는 이름을 매우 좋아해서 미호천의 일종의 브랜드네임으로 쓰고 있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