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0일 일본의 문부과학성은 교과용 도서 검정조사 심의위원회를 열고 내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 교과서의 검정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중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은 검정 심사를 통과한 역사 총합(종합), 지리 총합(종합), 공공 등 3개 사회 과목 교과서 30종에는 모두 ‘독도’와 ‘센카쿠 열도’ 관련 기술이 포함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2016년에 있었던 검정에서도 검정을 통과한 사회 과목 교과서의 77% 이상이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는 일본의 고유 영토’이며 ‘한국이 불법 점거를 하고 있다’는 등의 영유권 주장을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모든 교과서에 그 내용이 포함되었다고 발표한 것으로 보아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더욱 강화된 것으로 이해됩니다.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에 해당하는 일본의 학습지도요령이 2018년에 발표되면서 이미 이런 사태는 예견된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일본의 교과서 내용이 우리나라에 알려지면서 한동안 정부와 언론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주한 일본 외교관을 초치하여 항의하기도 하고 일본의 교과서 내용을 비판하는 언론에서도 관련 기사들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다시 잠잠해진 것처럼 보입니다. 일본에서 차기 학습지도요령을 발표하고 그에 따른 교과서 검정을 하게 되면 그때 또다시 우리는 발끈하는 과정을 계속 되풀이하면 되는 것일까요?


우리도 일본과 중국 주변국의 지속적인 역사 왜곡과 영토 문제 등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하여 교육과정 개정과정에서 큰 변화를 주어왔습니다. 참여정부 때 발표된 2007 개정 교육과정에서 역사를 사회 과목에서 독립하여 역사 교육을 강화하도록 하였고 대학 수학능력 시험을 비롯한 각급 공무원 선발 시험 등에서도 한국사는 필수 과목으로 지정되어 치러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독도를 비롯한 영토 문제는 한국사에서 다루어지는 것으로 충분한 것일까요?


독도는 우리나라의 영토 중 일부입니다. 독도를 포함한 영토교육은 역사뿐 아니라 지리, 법,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시각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현재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영토교육을 다양한 시각에서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과목은 ‘한국지리’가 유일합니다. 하지만 영토를 포함하여 우리나라의 지형과 기후, 산업, 인구, 도시와 촌락 등 다양한 지리적 주제를 다루고 있는 ‘한국지리’는 과목은 수많은 사회과 선택과목 중 하나로 취급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한국지리를 선택한 학생들에게만 영토교육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지리에 관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국지리 과목은 대부분 고등학교 2, 3학년 과정에서 선택 수강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교육 통계에 나타난 2021년 고등학교 2, 3학년 전체 학생 수는 대략 88만 6천 명입니다. 전국에서 한국지리 과목을 선택한 학생 수를 정확하게 산출해 낼 수는 없지만 한국지리 교과서의 총 채택 부수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2021년 한국지리 교과서 총 채택 부수는 10만 8천 부 정도입니다. 이는 전국의 고등학교 2, 3학년 학생 중 12.2% 정도가 한국지리 과목을 선택했고 87.8%의 학생은 한국지리를 배우지 않고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우리와 역사와 영토 문제로 대립하고 있는 주변국의 교육과정은 어떨까요? 일본에서도 현대적인 추세에 맞게 학생들의 선택권을 늘려가는 방향으로 교육과정에 개정되어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와 마찬가지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수강해야 하는 과목을 두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지리 총합(종합)’이라는 과목입니다. 일본의 고등학생들은 ‘지리 총합’과 ‘역사 총합’, ‘공민’을 수강해야 고등학교 과정을 마칠 수 있습니다. 일본은 이 ‘지리 총합’이라는 과목에서 일본의 영토와 그들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다양한 지역에 대해서 자세하게 교육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또 하나의 이웃 국가인 중국의 경우에도 일반계 고등학교 학생들은 지리를 필수로 6학점 이수해야 졸업을 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 본인이 선택할 경우 4학점까지 초과하여 이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요. 영국, 프랑스, 독일, 싱가포르 등 다른 국가들을 일일이 열거하는 것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우리나라를 제외한 거의 모든 국가들이 중고등학교 과정에서 자국의 지리와 세계의 지리를 자세하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는 지리라는 과목이 과거 세대가 살아왔고 앞으로 미래 세대가 살아가야 할 삶의 터전에 대한 가장 기초적인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우리나라의 지리를 스스로 홀대하는데 과연 전 세계 어느 누가 관심을 가져줄까요? 우리가 이렇게 손을 놓고 빈틈을 보임으로써 주변국들의 잘못된 지리와 역사 교육의 단초를 제공한 것은 아닐까요? 현재 진행중인 교육과정 개정 작업에서 이 문제가 반드시 해결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우리나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이라면 우리나라의 지리를 반드시 배워야 합니다.

- 중학교 교육과정에서 ‘지리’와 ‘일반사회’를 인위적으로 묶어놓은 ‘사회’ 과목과 고등학교 1학년 과정의 ‘통합사회’는 해체되어야 합니다. 정체성을 상실하고 괴물처럼 변해버린 ‘사회’ 과목은 전 세계 다른 어느 국가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과목 선택의 유불리나 과목 이기주의의 논리를 떠나 대한민국 교육의 정상화를 촉구합니다.


국민청원 링크 :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Temp/tPzkZ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