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연재 시리즈는 제 개인 블로그인 https://blog.naver.com/imz1_sulu에도 같이 올라갈 예정입니다.]


 세르게이 쇼이구는 불교 신자인가, 정교회 신자인가?


세르게이 퀴쥐겟오글루 쇼이구(Сергей Күжүгет оглу Шойгу / 1955년 5월 21일(소련 러시아SFSR 투바자치주 차단) ~ )은 러시아 연방의 국방장관이다. 아마 밀덕들에게는 매우 유명한 인물이 아닐까 싶은데, 열병식 보면 항상 나오는 아재니까. 


군부측 인물이기 때문에 자세한 정보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우크라이나 사태를 비롯하여 러시아의 대내외 분쟁에 그가 항상 개입되어 있음은 모두가 아는 비밀이다. 또한 한국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는 사실인데, 쇼이구는 옐친 정부에서 비상사태부 장관을 맡으며 1993년에 국회를 포격하고 1998년에는 친옐친파 정당을 설립하는 등 대표적인 친옐친계 인물이다. 


그런 그는 한편으로는 시베리아 소수민족들에게 존경받는 위인이기도 하다. 시베리아의 수많은 원주민들은 사실상 슬라브족의 노예로서 변방 구석탱이에 찌그러져 살던 과거 러시아 제국 시절은 물론이고, 허울좋은 민족자결주의를 내세웠지만 실상은 미개하다며 차별받던 소련 시대에 시베리아 원주민 출신 고위직이 나온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비록 '반쪽짜리 원주민'이긴 했지만, 자신들의 형제가 모스크바에 있다는 것은 얼마나 멋지게 보이겠는가.


1991년 쇼이구가 장관으로 오르자 자신들의 소왕국을 꾸린 자치공화국들의 대통령들은 모스크바에 예산을 더 가져다 달라고 구걸하는 것에 본인들의 정치력을 쏟아부었다. 특히 쇼이구의 출신지인 투바는 더더욱 그랬다. 쇼이구는 투바의 왕보다도 위에 있는 섭정과도 같았고, 그 대가로 투바인들은 자신이 증오하는 이교도(정교회 신자)와 이민족(러시아인)들을 학살할 권리를 암묵적으로 인정받았다. 


여기서 쇼이구의 종교와 관련된 의문이 제기된다. 첫번째는 러시아 정교회의 러시아 중앙정부에 대한 영향력과 관련된 의문이며, 두번째는 티베트 불교의 투바 지방정부에 대한 영향력과 관련된 의문이다. 그리고 쇼이구는 러시아 군부의 대표자이자 실세이며, 동시에 투바라는 지방의 칸이기 때문에 논란이 발생하는 것이다.


사실 쇼이구는 투바에서 보낸 기간이 길지 않다. 그의 아버지인 퀴쥐겟 세르게오글루 쇼이구(Күжүгет Серээ оглу Шойгу / 1921년 9월 24일(투바인민공화국 카라-홀) ~ 2010년 12월 1일(러시아연방 모스크바))는 지역 당간부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바는 예나 지금이나 기초적인 인프라가 잘 되어있지 않은, 매우 외진 곳이다. 지리적으로 봤을때도 러시아 방면으로는 사얀산맥이 떡하니 자리잡고 있고, 몽골 방면으로는 끝없는 초원만이 이어질 뿐이다. 따라서 그는 이후에 계속 투바 외부에서 생활했으며, 소련이 붕괴되고 종교의 자유가 회복된 1991년 당시에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또한 모두들 알다시피 옐친 시대를 지나 새로 집권한 푸틴 행정부는 정교회의 영향력이 깊게 투시된 것으로 보인다. 푸틴은 각 소수민족들에게는 각자의 민족종교(이슬람, 불교)를 장려하되, 슬라브족에 한해서는 강력한 정교회 중심주의를 내세운 것이 사실이다. 종교의 자유가 있다지만 전국 곳곳의 학교에 예수의 이콘이 그려져 있고 종교수업이 필수과목인 러시아 사회에서 정교회가 러시아인 지역에서 준국교 상태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러시아인이 무신론자거나 딱히 종교에 관심이 없는 건 상관없지만, 공인된 종교를 믿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어떤 시선으로 쳐다볼지는 다들 짐작할 것이다. 소련 시절에 공산주의가 국교였다면, 이제 러시아에서는 정교회가 국교인 셈이다. 쇼이구는 이런 러시아 중앙정부에 31년간 있었던 인물이다. 


또한 결정적으로 쇼이구는 열병식때 성호를 그었고, 그 소련 시절에 세례까지 받았다. 그러나 이 사실만 보고서 그가 독실한 신자임을 확신하기엔 아직 이르다.


투바는 러시아 중앙정부와는 반대이다. 1991년 신 투바공화국의 건국부터 티베트 불교계와 투바공화국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발빠르게 투바공화국의 이권과 정치권력을 가져간 투바민족동맹은 불교 신자들이 주축이 되어 설립되었다. 공화국 헌법과 국기는 달라이 라마와 티베트 망명정부의 승인을 받았다. 90년대에 불자들은 정교회 성당을 불태웠고, 때로는 정교회 신자들에 대한 테러도 서슴치 않았다. 칸이었던 쇼이구가 이를 모를리 없었다. 그는 투바에 군대를 끌고 폭도들을 진압하는 대신 묵인하였고, 가끔씩 투바에 방문하여 성대한 대접을 받고 사찰에 수백만 루블을 시주하고 가곤 했다. 그의 친누나인 라리사 퀴쥐게토우나 쇼이구(Лариса Кужугетовна Шойгу / 1953년 1월 21일(소련 러시아SFSR 투바자치주 차단) ~ 2021년 6월 10일(러시아연방 모스크바)) 전 상원의원이 생전 매우 독실한 불자로 달라이 라마를 만나기까지 했다는 점, 숄반 왈레리오글루 카라-올(Шолбан Валерий оглу Кара-оол / 1966년 6월 18일(소련 러시아SFSR 투바ASSR 초두라) ~ ) 러시아 하원부의장을 비롯한 쇼이구의 최측근들이 최소 한번씩은 다람살라에 가서 생불을 만났던 것을 고려하면 의심은 더욱 깊어진다.


여기서 우리는 다른 식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시베리아 소수민족들의 마인드셋 말이다. 시베리아 원주민들에게 신은 전통적으로 하나님도, 부처님도 아니었다. 그들은 샤머니즘과 텡그리 신앙을 신봉하던 부족들이었고, 현재도 그 영향이 깊게 남아있다. 외부 종교가 유입된 이후에도 그것은 변하지 않아서, 그들은 정교회에서의 하느님과 '신앙적' 불교에서의 부처님을 같은 신으로 치환하는 경우를 꽤나 흔하게 볼 수 있다. 무당들이 섬기는 신이 곧 부처님이고 곧 하느님이라는 뜻이다. 거기에 불교에서 말하는, 진리는 곧 하나라는 말을 생각해보면 종교는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고 마음속의 믿음만 하나면 그만이라는 거다. 


여기서부터는 내 뇌피셜의 영역인데, 쇼이구의 종교적 행보를 생각해보면 쇼이구도 결국은 시베리아 원주민의 믿음을 유지하고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만 그가 '독실한 정교회' 신자로서 칸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불자 코스프레를 했다면 얘기가 달라지지만, 진실은 그와 그의 가족들만 알 것이다. 


인도 다람살라에서 달라이 라마를 만난 숄반 카라-올 러시아 하원부의장 (당시 투바 국가수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