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30층에 층별 두 세대 있고 지하 2층까지 있는 아파트에 사는데 17인승 엘리베이터가 한대임.

출퇴근 시간대에는 정말 난장판이 따로 없음.

만원이라고 내 층 패싱하는 건 그냥 일상이고 한번 고장이라도 나면 얄짤없이 걸어다녀야 됨.

택배 배달원이 엘리베이터 잡으면 나머지 사람들은 한세월 기다려야 되고, 배달원들도 되게 불편해하더라. 엘리베이터 놓치지 않으려고 초인종도 안 누르고 냅다 집어던지다시피 함. 그래서 배달사고도 잦고.


예전에는 지하 없는 10층짜리 아파트에서 똑같은 엘리베이터 1대로 불편없이 살았는데 여기로 이사오고 나서 엘리베이터 1대의 불편함을 알게 된 것 같음. 특히 지하 2층까지 있다보니까 1층, B1층, B2층, B1층, 1층 이렇게 몇번씩 정차하는 거 보고 속 터지는 줄 알았음.

요즘 신축 아파트들은 자기 집에서 엘리베이터 버튼 누를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는데, 부작용이 뭐냐면 눌러만 놓고 안 나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대기시간이 오히려 더 늘어났다고 함..


이게 단순히 개인의 불편함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음. 만약 고층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했는데 엘리베이터가 계속 만원이거나 갑자기 고장나서 구조대가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면 어떨까? 그리고 두 다리가 멀쩡한 사람이라면 걸어내려가도 되지만 보행이 어려운 장애인들은 엘리베이터가 오지 않으면 꼼짝없이 발이 묶이게 됨.

https://m.mk.co.kr/news/realestate/view/2016/02/126007/


서울시는 30층 이상의 고층아파트에서는 무조건 엘리베이터를 두 대 이상 설치하도록 의무화되어 있다고 함.

이전까지는 건설사에서 엘리베이터 대수를 최대한 줄이려고 했는데 그 이유가 엘리베이터를 많이 지을수록 공용면적이 커져서 분양가가 높게 형성되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임.

이 규정이 생기면서 엘리베이터 면적은 아파트 공용면적에서 빠지게 되었고, 덕분에 오히려 입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규정보다 엘리베이터를 더 많이 설치하는 아파트들도 등장하게 되었음.


이제 적어도 서울에서는 고층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 부족으로 고생하는 사람은 앞으로 많이 줄어들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