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금 감상하고 가새오


모두가 알다시피 터키는 이 분께서 20년째 장기 집권중임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아프리카나 중앙아시아 같이 막장 세습 독재정은 또 아님

그렇다면 이 작자가 어떻게 해서 20년씩이나 저기에 앉아있을 수 있었느냐? 그리고 왜 정치성향을 떠나서 모든 터키인들이 이 사람은 이제 끝났다고 보느냐? 이건 터키의 인구구성을 좀 봐야 됨


2018년 터키 총선. 위 지도대로라면 AKP는 헌법도 심심하면 뜯어고치는 초 거대 여당이었어야 하지만 뒤에서 얘기할 이유로 실상은 그렇지 못함.


위키피디아에서는 터키의 종교 구성이 수니파 무슬림 80%, 시아파 무슬림 10%, 기타 종교나 무종교가 10% 정도라고 제시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논문 등에 나오는 우리나라 종교 구성을 별로 믿지 않듯이 터키 국민들이 체감하는 종교 인구 구성은 큰 차이가 있음. 

보통 터키인들이 체감하는 종교 구성은 수니파 무슬림 터키인 40%, 수니파 무슬림 쿠르드인 30%, 알레비 무슬림+무종교 30%임. 

사실 터키 사람들은 시아파 수니파 이런 거 잘 모른다. 공교육에서는 알레비 무슬림의 존재를 부정하고 "알라를 믿으면 다 같은 무슬림"정도로 가르치고, 수니파 무슬림은 알레비를 이단 내지는 그냥 다른 종교로 취급하고, 알레비 무슬림들은 자기들은 터키식 이슬람을 믿는 터키 무슬림이고 수니파는 아랍식 이슬람을 믿는 아랍 무슬림이라고 생각함.

여기서 주목할 점은 알레비의 역사는 로컬라이징을 극도로 혐오하는 주류 무슬림들에 의해서 온통 고난과 역경으로 뒤덮여 있기 때문에 알레비교도들은 자기 종교를 숨길 권리가 보장돼 있음. (들어봤을 지 모르지만 우리나라에 오는 무슬림이 종교 숨기고 사기 결혼한 뒤에 본국으로 배우자를 납치해 간다는 찌라시의 근거가 되는 바로 그 구절에 의해서) 그래서 여론조사나 인구조사 등을 하면 1/3 정도는 그냥 쌩까버리거나 수니파 무슬림이라고 구라를 치기 때문에 통계 왜곡이 발생함.


하지만 자기 종교색을 숨길 수 없는 시간이 오는데, 그건 바로 선거 날임.

위에서 말했듯이 터키인들이 체감하는 인구 구성은 수니파 터키인 40%, 알레비+무종교 터키인 30%, 쿠르드인 30% 정도로 구성돼 있는데, 에르도안 이후로 최근까지 이들의 투표 성향은 우리나라 지역투표 저리가라 할 정도로 편향성을 보였음. (AKP의 수장인 에르도안은 표를 의식해서 계속해서 극단주의 발언들을 하고 있고, CHP 당수인 클르츠다르오을루는 알레비교도임) 따라서 AKP를 중심으로 한 보수진영은 40%, CHP를 중심으로 한 진보 진영은 30%의 지지율이 무조건 보장됨. 즉 여기서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건 다름아닌 쿠르드인들임.


그런데 이들의 성향은 보통 AKP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6~70%, 쿠르드 민족정당인 HDP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3~40% 정도 됨.

이 사람들의 셈법은 좀 복잡한데, 사실 이 사람들이 터키에서 제일 근본주의 무슬림들이지만 이들의 투표는 별로 종교적이지 않음. AKP를 찍는 사람들은 주로 터키인에 동화돼서 쿠르드인 입막음용 복지를 누리고 사는 도시 쿠르드인들이고, HDP 투표자들은 주로 쿠르디스탄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나, 슬금슬금 터키로 기어들어오는 시리아인과 아프간인들에 위기의식을 느끼는 도시 쿠르드인들임. (원래 쿠르디스탄 지역도 종교 문제가 최대 아젠다여서 AKP가 강세였는데, 시리아 내전 이후로 에르도안과 척을 지게 되면서 표가 다 넘어감) 통념과는 다르게 쿠르드인들은 이제 쿠르디스탄보다 도시 지역에 훨씬 많이 산다.

터키에서 가장 잘 나가는 가수 중 한 명도 이스탄불 출신 쿠르드인임.




아무튼, 반대로 말해서, AKP를 찍는 사람들은 경제가 망가지고 자기들한테 돌아가는 복지가 축소되면 전부 CHP나 HDP로 넘어갈 사람들이라는 거임. 그리고 이게 실제로 일어나고 있음. 특히 터키는 의외로 국민들이 민주주의에 대한 의식수준이 높아서 선거가 깨끗한 나라이고 선거부정이 생각보다 굉장히 어려움. (그래서 질 거 같으면 부정선거를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상대 후보를 암살해 버림. 실제로 에르도안이 한 번 했다고 의심받는 중) 그 말은 암살 카드를 두 번째로 쓰지 않는 이상 이미 대선이 나가리된거임.


그리고 터키의 국회의원 선거 방식은 한 선거구당 적게는 1-2명 많게는 35명을 뽑는 중선거구제인데, 터키 같은 다당제 환경 하에서는 지역 주민들의 정치 성향과 실제 당선되는 국회의원의 성향이 왜곡될 수 있음. 국회의원을 두세명 뽑는 지역구에서는 AKP가 유리하지만, 지역마다 CHP를 찍는 임포스터가 10-20% 정도 존재하기 때문에 그 이상 넘어가면 CHP가 유리하게 됨. 암튼 대체로 터키에서는 40-50% 득표율을 받는 AKP가 10-20석 정도 이익을 보고, 20-30% 정도 지지율을 받는 CHP는 보통 그대로이고 득표율 10% 정도 하는 나머지 정당들이 손해를 보는 시스템임. 문제는 여당 측은 10% 정당이 1개이고 야당 측은 10% 정당이 2개이기 때문에 그만큼 불리함.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당은 2018년에 총 득표율 46.3%를 받아서 600석 중 256석을 차지했고, 2023년에는 득표율이 역전돼서 야당 의석 과반까지 노려볼 수 있다는 말이 슬금슬금 나오는 중임. CHP에서도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보수 지역 출신 무슬림 이스탄불 시장을 앞세워서 종교색을 지우고 경제를 최대 쟁점으로 끌어올리고 있음. 실제로 이제는 수니파 무슬림들도 현 당대표가 물러나면 CHP 찍겠다고 답변하는 사람이 느는 중.


하지만 선거에서 패배하면 화성으로 돔황치려는 계획을 다 세워놓았기 때문에 아무런 걱정이 없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