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몇몇 글에 인문지리 관련해서 무식한 사례들 몇 개 올라와있길래 그렇다면 나는 과연 어느 정도 무지했던 건가 싶어서 적어봄.


1. 인천이랑 제주 정도 제외하면 우리나라엔 공항이 없다.

20살 돼서 대구 공항 이용하기 전까지는 우리나라엔 인천이랑 제주 정도 제외하곤 공항 없는 줄 알았음. 우리나라가 미국처럼 동부 끝에서 서부 끝까지 차로 가는 데 엄청난 시간이 걸리는 것도 아니고 서울에서 부산까지도 고작해야 몇 시간 정도밖에 안 걸리는데 딱히 공항이 필요할 거라는 생각은 안 했었음.


2. 진주는 전라도인가.

이건 확신한 건 아니고 예전에 창원 가는 길에 진주라는 곳을 봤는데 생전 처음 들어보는 지역이기도 하고, 이름이 전주랑 비슷하길래 자연스레 '전라도 쪽인가?' 싶었음.


3. 전라도는 사투리를 안 쓴다.

대학교 가서 친해진 선배 중에 전라북도 김제 출신인 누나가 있었는데, 당시 전라도 사투리에 대한 내 인식은 말 끝마다 '~께"를 붙인다는 거였어서 그 누나한테 "누나는 사투리 안 쓰네요? 전라도 사람들은 말 끝마다 '~께' 쓰지 않아요?" 이러니까 그 누나가 어이 없어하면서 우린 그런 거 안 쓴다 그러고, 동아리에서 친해진 광주 출신 남자애도 사투리 안 쓰길래 "전라도는 딱히 사투리 안 쓰나보다" 싶었음.


4. 충청도 사투리는 '~겨', '~유', '웃도리' 이 세 가지밖에 없다.

내가 성인이 돼서 타 지역으로 가기 전까지는 원래 사투리 자체에 별 관심이 없었음. 중학교 때 쌤들이 '~겨'랑 '웃도리' 정도만 사투리라고 알려주기도 했고, 대전 토박이 우리 엄마도 예전부터 서울이랑 대전이랑 말하는 거 별 차이 없다고 그래서  제일 유명한 충청도 사투리인 '~유'까지 해서 충청도 사투리는 이 세 개가 전부인 줄 알았음. 그러다가 21살 때 유튜브에 충청도 사투리 관련한 영상이 뜨길래 '충청도 사투리 뭐 별 거 있나, '~유', '~겨', '웃도리' 이거 세 개 뿐이지' 하고 봤는데 "뭐여"처럼 '~여'로 끝나는 거랑 '~겄~', '~디', '쩜매다' 등등도 사투리라는 거 알고 개충격 먹었음. 그래서 내가 이거 계기로 사투리에 대한 관심도가 확 높아짐.


5. 사투리는 촌에서 쓰는 거다.

위에서 말했다시피 당시 내 지식 안에서 내가 알고 있던 충청도 사투리는 저거 세 개 뿐이었고, 그중에서 자주 쓰는 '~겨' 빼고는 딱히 사투리 안 쓴다고 생각했어서 '대전이 사투리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대도시여서 서울이랑 거의 비슷한 거고 다른 충청도 지역들은 촌이라서 사투리가 심할 것이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음. 그래서 대학 갔을 때 진주 출신 애가  대전 충청도 아니냐고, 넌 왜 말 안 느리냐고 물어보길래 "대전은 말 안 느려 ㅋㅋㅋ 다른 충청도 지역들이나 느리지"라고 말했었음. 근데 어느날 뉴스에서 천안이 나오길래 '저긴 말 끝마다 '~유' 쓰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인터뷰 내용 들어보니까 전혀 안 그래서 그때서야 내가 잘못 알고 있었다는 걸 깨달음.


6. 전주는 100만 경주는 50만.

우리나라에서 역사적인 걸로 인지도가 높은 지역을 꼽자면 전주랑 경주가 가장 많이 거론 될 텐데,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었음. 그래서 이런 역사적이고 인지도 높은 도시들은 인구가 많을 거라고 생각했어서 전주는 인구 100만 정도, 경주는 50만 정도 규모일 거라고 생각했었음. 참고로 위에서 사투리는 촌에서 쓰는 거라는 인식 때문이었는진 몰라도 전주랑 경주는 딱히 사투리 없을 줄 알았음. 사실 사투리 쓰든 말든 별 관심도 없었지만.


7. 수원이랑 화성은 같은 행정구역이다.

예전부터 교과서에서 수원 화성 이런 거 엄청 들었어서 수원이랑 화성이 같은 행정구역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둘이 별개의 시이길래 좀 놀랐었음. 그리고 수원이랑 화성이 분리된 거라는 건 나중에 알게 됨.


이외에도 더 있을 거 같지만 당장 생각나는 건 이 정도..

이 정도면 무식했다고 생각될 정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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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생각나서 한 개 더 적어봄.


8. 충청남도 대전.

난 대전이 광역시로 분리 독립한지 11년이 지나고 태어났는데도 주소 쓸 때 항상 충청남도 대전시 서구 ~~동 이렇게 썼었음. 아마 어릴 때 엄마가 외할머니한테 자주 맡기고 가서 그런 거 아닌가 싶음. 우리 외할머니는 충청남도 대전군에서 태어나셔서 충청남도 대전군, 충청남도 대전부, 충청남도 대전시 모두 다 겪으신 세대라 앞에 충청남도 붙이는 게 익숙하셔서 내가 할머니랑 같이 생활하면서 할머니가 주소 쓰실 때 옆에서 보고 배운 거 같음. 그래서 나도 주소 쓸 때 충청남도 대전시 ~~ 이렇게 썼는데 어쩔 땐 충청남도 대전광역시 서구 ~~ 이렇게 썼었음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