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계획"이라는 말에 대해서 처음 듣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 '종부세' 내지는 '주택공급' '신도시' 등을 처음 듣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위키백과는 도시계획에 대해서 이렇게 정의한다.
도시계획은 건축·수원·공기 환경·기반 시설 등 도시 생활에 필요한 모든 환경을 능률적이고 효과적으로 공간에 배치하려는 계획이다. 도시의 바람직한 미래상을 정립해 가며 이를 시행하려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또한 도시계획은 도시의 장래 발전 수준을 예측하여 사전에 바람직한 형태를 미리 상정해두고 이에 필요한 규제나 유도정책, 혹은 정비수단 등을 통하여 도시를 건전하고 적정하게 관리해 나가는 도구이기도 하다
이처럼 도시계획이란 도시의 문제를 해결할 뿐 아니라 이상적인 도시를 만들어 나가는 하나의 시스템이자, 학문이고, 또 공학(engineering)이다.
하지만 나는 도시계획을 이렇게 정의하고 싶다.
'도시계획'이란 '땅과 건축물'을 '제어'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하는 '설득'이다.
1. "도시계획"이란 "제어"다.
우리나라 헌법 제120조 제2항은 말한다.
"국토와 자원은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국가는 그 균형있는 개발과 이용을 위하여 필요한 계획을 수립한다."
또한 헌법 제122조는 말한다.
"국가는 국민 모두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있는 이용ㆍ개발과 보전을 위하여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에 관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
이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있는 이용 및 개발을 위해서는 시장의 자율성을 다소 저해할지라도 국가가 개입해서 제어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이러한 사례를 바로 난개발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시장 위주의 난개발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의 제어의 필요성이 헌법에 명시되어 있으며, 이러한 헌법 정신을 실현하기 위해 "先 계획 後 개발"이라는 원칙을 확립하였다.
이러한 제어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정부조직인 국토교통부가 담당하며, 이러한 헌법 정신을 실현하기 위한 제어의 수단으로서 '국토기본법'과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 참고로 국토기본법은 최상위 법인 동시에 지역균형개발에 관한 법률이며, 본 시리즈의 주제인 도시계획 자체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달려 있다.
2. "도시계획"은 "땅과 건축물"이다.
앞서 말한 듯 헌법은 국토를 정부가 제어할 수 있도록 명시하였다. 그렇다면 국토란 무엇인가? 바로 우리나라 영토 내에 있는 땅과 건축물을 의미한다.
물론 땅과 건축물은 생각보다 범위가 넓다. 산이나 강이나 바다도 (개발이 가능해진다면) 본문에서 말하는 땅이다. 건축물 또한 아파트나 전원주택과 같은 건축물 뿐 아니라 단순 축조물 등도 포함된다. 도로나 공원도 포함되며, 공공청사와 학교도 포함된다.
그러나 도시계획은 사람의 삶을 제어하지 않는다. 재정이나 산업을 제어할 수 없다. 물론 효율적인 공간배치를 위해서 산업특성화를 제안하기도 하고, 재정사업을 제안하기도 한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도시계획은 오직 공간의 효율적이고도 균형적인 개발과 이용을 위해서, 용도와 규모, 배치 등을 제어할 뿐이다.
※ 이런 면에서 '도시재생'과 '지역균형발전'은 본질적으로 도시계획이 아니다. 지역균형발전은 앞서 말한 듯 국토기본법을 따라가는 전혀 다른 국가개발계획이다. 또한 도시재생은 땅과 건축물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나 재정, 산업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도시계획에서 벗어났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3. "도시계획"은 "설득"이다.
도시계획은 땅과 건축물을 제어해서 국토를 균형적이고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개발 및 이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균형적이고 효율적이고 체계적이란 말은 대체 무엇인가? 사실 이 말에 절대적인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100명의 사람이 있다면 100개의 도시 문제와 100개의 이상적인 도시상이 존재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100명의 사람들을 최대한 만족시킬 수 있는 대안을 찾아내고 그들을 설득해가는 것이 바로 도시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보다 현실적인 문제에서는 이런 설득의 필요성은 더욱 더 강하게 요구된다. 본문에서 말하는 제어란 국가(공공)에게는 재정투입이며, 개인(민간)에게는 재산권 제한으로 실현되기 때문이다. 민간이 난개발 할 수 있는 권리를 제어해가며, 공공에게 세금을 써서 도시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하는 도시계획이란 말 그대로 설득 그 자체이다.
※ 만약 당장에 어떤 것이 있는가 생각해보면, GB(그린벨트)와 지하철 확충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다. 민간(개인)에게 당신의 땅은 국토 전체 차원에서 보전의 필요성이 존재하니 앞으로 집을 짓지 마시오, 라고 말하려면 얼마나 설득이 중요할 것인가? 마찬가지로 한정적인 세금을 통해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하철 노선을 어떻게 구성하는지 결정하려 해도 설득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4. "도시계획"은 "사람"이다.
도시계획은 국민의 복리향상, 국민의 삶의 질의 향상을 위해서 존재한다.
국토기본법 제1조는 말한다.
이 법은 국토에 관한 계획 및 정책의 수립ㆍ시행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정함으로써 국토의 건전한 발전과 국민의 복리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마찬가지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1조는 말한다.
이 법은 국토의 이용ㆍ개발과 보전을 위한 계획의 수립 및 집행 등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여 공공복리를 증진시키고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처럼 도시계획의 존재 의의와 목표는 사람이다.
또한 도시계획의 실현과 평가도 사람에 의해 일어난다. 또한 이런 도시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설득을 하는 대상도 사람이다. 사람들이 원하는 이상적인 도시에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도시계획의 문제가 해결될수록 그 도시계획은 올바르고 괜찮은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