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계획은 땅과 건축물을 제어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하는 설득의 과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제어는 주로 민간에 대한 재산권 침해로 나타난다. (공공에 대한 예산투입 또한 도시계획의 큰 요소이나 현재 도시계획에서는 매우 소극적으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이러한 재산권 침해는 과연합당한가? 도시계획은 정말 반드시 필요한 것인가? 


도시계획의 한계는 대체 무엇인가?




1. 도시계획은 시장을 따라가지 못한다.


기본적으로 도시계획의 제어 방식은 바로 조닝zoning이다. 이는 용도 별로 주거지역은 주거지역끼리, 상업지역은 상업지역끼리, 공업지역은 공업지역끼리 뭉쳐서(clustering) 집적화 이익을 내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은 때때로 그렇지 않다. 현재 도시의 특징으로는 용도혼합(mix use)인데, 이에 대표적인 예가 바로 상업지역에 세워지는 대형 주상복합 시설이다. 도시계획적으로는 유동인구가 몰리는 시내 한 복판에 주거시설을 건축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허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상복합 시설에 대한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 상업지역에 건축하는 주거용도의 오피스텔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시장의 변화는 도시계획이 따라가기 어려운 성질이 있다.


뿐만 아니라 제조업도시(maker city)의 경우 공업용도가 상업 또는 주거지역으로 침투되는 형태로서 시장과 도시계획이 배치되는 대표적인 예이다. 직주근접도시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도시계획적 기본이론과 시장의 괴리는 도시계획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2. 도시계획은 시장을 저해한다.


앞서 말한 도시계획과 현실과의 괴리가 벌어지는 것보다 더 한 것은 바로 도시계획이 시장을 저해하는 것이다. 도시계획의 제어가 촘촘하고 세밀할수록, 토지주 또는 개발자의 개발의지를 꺾는 역할을 한다. 


물론 타 법에 따른 제어이긴 하지만, 토지주의 개발의지를 꺾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주자창 건설 기준이다. 종전에는 건폐율이 100%에 육박하며 1층 면적을 꽉 채워서 상가로 쓰던 땅이 도시계획으로 다시 건설할 경우 주차장을 건설하고, 이것저것 해당 법규에 맞춰서 건설하다보면 사업성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추후 다루겠지만 개발사업에 따른 공공기여(기부채납), 또는 층수 및 경관 규제 같은 부분은 현실적인 사업비 문제와 연결이 되어 시장을 저해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그외에도 건축물의 형태 및 외관, 광고물 등에 관한 규제도 촘촘할 수록, 사용자들이 느끼기엔 예쁘고 정돈된 도시경관을 누릴 수 있지만, 토지주 내지는 개발자의 입장에서는 개발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3. 도시계획은 사람을 설득할 만한 힘이 잆다.


당초 도시계획이 강력한 힘을 가졌을 때는, 군부독재 시대를 제외하고 바로 환지와 같은 개발방식 또는 뉴타운 재개발 광풍과 같이 수익성이 크게 보장되어 있을 때였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저성장 시대에 도시계획은 사람들을 설득할만한 힘이 없다. 


오히려 대다수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도시계획은 GB, 그린벨트처럼 단순히 공공의 재산권 침해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우스갯소리로 도시계획가들이나 관련 공무원들도 내 땅에 도시계획이 복잡하게 결정된다고 한다면 반대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합리적인 계획을 수립한다 할지라도, 사람, 즉 토지주들을 설득할 수 있는 힘이 없기 때문에 도시계획은 무의미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4. 도시계획은 합리성을 담보하기가 매우 어렵다.


도시계획이야 말로 가장 합리성, 논리성을 담보해야 하는 영역이다. 앞서 말한 듯 도시계획은 재산권을 제어하고 공공의 재정을 투입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 많은 이해관계자와 복잡한 절차들로 인해 합리성은 점점 사라지고 현실적이고 소극적으로 변하게 되기 쉽다.


아니면 지자체장이나 정치인들의 공약을 위해 말도 안되는 계획이 세워지기도 한다. 우리는 이러한 대표적인 사례로 몇 군데를 알고 있다. 또는 일부 교수들과 공무원들의 영향을 받거나, 유행을 타기도 한다. 



이러한 현실적인 한계로 인해 도시계획은 그 실효성과 존재 가치에 대해서 의문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