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도시계획은 무엇인가? :  https://arca.live/b/city/60611363 

2편 도시계획의 한계와 비판 :  https://arca.live/b/city/60724108 


앞선 글에서 우리는 도시계획의 한계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도시계획은 시장을 따라가지 못하며, 오히려 저해하기도 하고, 사람들을 설득할만한 힘도 없으며 무엇보다 정치논리 등에 따라 합리성을 담보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도시계획은 정말 필요한 것인가?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계획은 여전히 필요하다.




1. 시장은 합리적이나 사람은 합리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알듯이 시장은 언제나 경제적으로 가장 합리적으로 작동한다. 그러나 사람은 언제나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합리적이지 않다'라고 함은 단순히 자연경관적 요소나 미관적인 요소 만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공유지의 비극이다. 만약 주차장을 짓지 않도록 규제를 해소하는 것이 시장 경제상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되어서 아무도 주차장을 짓지 않게 된다면 그 일대는 곧 주차대란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그린벨트(GB)도 마찬가지다. 그린벨트로 인해 재산권이 침해되는 사람에게는 죄송한 일이지만, 이 그린벨트가 없을 경우 발생할 도시의 무분별한 확산은 아무도 장담할 수가 없다. 


이렇듯 시장은 합리적이나 사람은 합리적이지 않기 때문에, 도시계획은 필요하다.




2. 도시계획은 개발을 위축시킬수도 있지만 촉진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도시계획은 시장을 제어할 뿐 아니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시장이 과도하게 과열될 때는 계획을 통해 위축시킬수도 있지만, 또한 냉각된 상태에서는 규제를 좀 완화하는 방식으로 촉진시킬 수도 있다.


서울만 예를 들어도 80년대 강남개발, 00년대 뉴타운 개발은 모두 도시계획을 통해 시장을 촉진시킨 훌륭한 사례이다. 전국적으로 보아도 90년대 신도시 개발이나 10년대 혁신도시 사업 등도 계획을 통해 개발을 촉진시킨 사례이다. 이렇게 큰 사례가 아니더라도, 도시계획을 통해 도로를 추가적으로 확보하거나 주차장을 구비함으로서 지역이 살아난 사례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므로 시장을 잘 보완할 수 있는 도시계획은 분명히 필요하다.




3. 결정한 사람들이 비합리적이나 도시계획은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도시계획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기나긴 절차를 겪어야 한다. 그리고 각 절차마다 계획가는 수 많은 이해관계자들을 만나게 된다. 토지주, 개발자부터 시작해서 공무원, 정치인, 교수, 언론 등... 모두 각자의 이해관계가 다르고 또 유행이 다르다. 무엇보다 철학과 비전이 다르고, 한계적인 사람의 시야로는 장래를 예측할 수 없다. 그러므로 도시계획에서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기나긴 절차에서 수정된 계획은 개개인의 비합리적인 결정을 통해 오답에서 벗어나게 된다. 


도시계획은 정답은 존재하지 않으나, 오답은 분명 존재한다. 그러므로 비합리적으로 결정하는 사람들은 정답에서 점점 더 멀어지는 결정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언제나 결과론적으로는 오답에서 점점 더 멀어지는 결정을 하게 된다. 결정한 사람이 합리적이라서가 아니라 도시계획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렇게 결정된 도시계획은 한번 정해놓으면 변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점진적으로 수정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도시계획은 결과적으로 항상 "적어도 최소한의" 합리성을 가지기 때문에 필요하다.




4. 도시계획은 땅과 건축물을 다루기 때문에 필요하다.


도시계획의 대상은 사람도 아니고 돈도 아니다. 도시계획이 대상은 바로 땅과 건축물이다. 땅과 건축물은 기본적으로 한번 개발해놓고 나면 되돌리기가 어렵다. 사실상 비가역적인데, 이를 보고 토지의 영속성이라고 한다. 또한 위치가 불변한다는 점에서 부동성, (간척 및 개간 등으로 제한적으로는 가능하지만) 늘어날 수 없다는 점에서 부증성, 그리고 다른 재화와 다르게 위치마다 저마다 다른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개별성을 가진다.


이러한 땅과 건축물의 특징은 다른 재화와 달리 기본적으로 완전경쟁시장 형성이 불가능하게 만들며 언제나 왜곡될 소지를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도시계획은 이러한 땅과 건축물들의 특징을 최대한 제어하며 가장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이용될 수 있도록 방법을 제시한다.


그러므로 도시계획은 언제나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