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 도시는 건축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지난 수세기 동안 건축과 도시는 거의 동일한 의미였으며,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960년 건축법과 도시계획법이 각각 분리 제정되기 전까지 건축과 도시는 한 법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지금도 여전히 건축법과 도시계획법(국계법)은 서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러나 도시는 건축물로 구성되어 있지만, 건축과 다르다. 이는 무슨 말일까? 이는 바로 건축이 단일 건축물을 본다면, 도시는 도시만의 맥락 속에서 건축물을 본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도시의 맥락을 용도지역이라고 부른다. 용도지역이란 쉽게 말해 이 지역 만의 현재 모습(맥락)이자 또한 공공의 측면에서 원하는 이 지역의 미래 모습이다. 그렇다면 용도지역은 어떻게 도시의 맥락을 제시하는가? 바로 건축물의 용도와 밀도 등을 제어하여 도시의 맥락을 제시한다. (자세한 이야기는 추후 용도지역편에서 다룰 예정이다.) 이 중에서 우리는 먼저 건축물의 용도라는 관점에서 건축물과 도시의 맥락을 해석해보고자 한다.


사람이 건축물을 지을 때는 모두 목적이 있다. (단순 목적이 없이 쌓아 둔 것을 가리켜 우리는 적치물이라고 부른다. 건축물과 공작물의 차이 등은 본 시리즈에서 아마 안 다룰 예정이다.) 특히 단순히 탑과 같이 장식하거나 기념하기 위해서 쌓은 것이 아니라 건축물을 지을 때에는 분명히 그 건축물을 사용하고자 하는 확실하고 구체적인 목적을 가진다. 우리는 이러한 건축물의 사용목적을 가리켜 건축물의 용도라고 부른다. 건축법에서는 이러한 건축물의 용도를 28가지로 규정하고 있으며, 9가지의 시설군으로 정하고 있다. 


그런데 도시는 용도지역이라는 제도를 사용해서 도시의 맥락을 만들어 낸다. 그 방법은 바로 건축법에서 지어질 수 있는 28가지 건축물의 종류 중 몇 가지를 불허하거나 혹은 몇 가지만 허용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주거지역에는 주택과 그 주택가를 지원하는 근린생활시설만 허용하거나, 상업지역에서 상업 분위기를 해치는 주택이나 특수한 공장 등을 불허하는 방식을 사용할 때, 용도지역 별로 용도가 혼재되지 않고 연속적이고도 동질적인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다. 


덧붙여 이러한 도시의 맥락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도시 내 용도지역은 크게 4가지이며 각각의 맥락은 이러하다.


가. 주거지역: 거주의 안녕과 건전한 생활환경의 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지역

나. 상업지역: 상업이나 그 밖의 업무의 편익을 증진하기 위하여 필요한 지역

다. 공업지역: 공업의 편익을 증진하기 위하여 필요한 지역

라. 녹지지역: 자연환경ㆍ농지 및 산림의 보호, 보건위생, 보안과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방지하기 위하여 녹지의 보전이 필요한 지역

이를 통해 쉽게 예상해볼 수 있는 것은, 주거지역, 공업지역, 녹지지역은 각각의 성격이 너무도 확실하고 그에 따라 보호하거나 산업을 육성시키거나 녹지를 보존하는 등 용도의 혼재가 특히 엄격히 제어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 보통 몇 가지 건축물 용도만 허용해준다. 이에 반해 상업지역의 경우 상업이나 업무 뿐 아니라 그와 관련된 다양한 용도들이 입지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처럼 "특수한 용도가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 "특수한 용도만 불필요한"경우에는 해당 용도만 불허해두면 나머지는 자유롭게 입지할 수 있다.


사실 건축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건축물의 용도는 지극히 건축주 개인의 선호와 목적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도시라는 공간에서는 이러한 도시적인 맥락에 따라 이러한 건축주의 자유를 조금 제어하여 되도록 도시의 맥락과 미래에 합당한 용도의 건축물을 건축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