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미라플로레스


브리핑: 페루 시위 및 국가비상사태가 심각해진 줄도 모르고 희희낙락하게 리마의 부촌인 미라플로레스 일대를 돌아다니며 여유로운 하루를 보낸 돚붕이. 하지만 리마에서 남쪽 4시간 정도 걸리는 이카(Ica)로 가는 버스표의 날짜를 바꾸려고 버스 터미널에 찾아가고 나서야 깨달아버린 사태의 심각성...

표를 바꾸러 간 전 날부터 남미 특유의 Bloque(길막)때문에 페루 남부로 가는 버스 표가 모조리 취소되었다는 소식을 카운터 직원에게서 급히 듣고, 버스표 환불처리 및 앞으로의 여행계획을 전면 수정하느라 멘탈이 갈려나가기 시작...


이건 버스표를 바꾸러 버스 터미널에 향하던 중 찍은 사진인데, 리마 시내의 도시공공교통을 책임지는 BRT 노선입니다. 리마에도 지하철이 있지만 주로 구시가지 지역을 다니는지라 위치상 관광객들에겐 좀 진입 장벽이 있습니다.

대신 이 BRT 노선이 매우 촘촘하게 잘 짜여져 있는 편이어서, 우버 타기 싫으신 분들은 이쪽을 이용해도 좋을것...


리마의 메인 도로들은 서울의 올림픽대로를 보는 것 마냥 항상 차들로 북적이는데, 중고차들이 넘쳐나는 페루 특성상 공기 질은 그닥 좋지는 않습니다.

보행자 친화적이지 않은 것도 덤 (도로때문에 단절효과가 심해져 3분이면 갈 거리를 15분 이상 돌아들어가야 하는...)


남미 국가들에는 국제 및 도시간 버스 회사들이 상당히 많이 있는데, 페루도 마찬가지인 부분입니다.

아무래도 어머니를 모시고 여행했는지라 빡세게 제일 싼 버스로는 예약을 못하겠고, 좀 가격대가 있지만 안전하고 안락한 Cruz del Sur 라는 버스 회사에서 예약을 했지만... 돌아온건 "지금 Bloque 때문에 언제 갈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라는 답변...

그제서야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깨닫고 원래 가려던 리마 구시가지를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제 직감이 저한테 속삭이더군요.

"오히려 군인과 경찰이 통제하고 있다면 관광객들에게 있어선 평소보다도 더 안전하지 않을까?" 하고요.


그래서 갔다왔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우버를 타고 아르마스 광장(Plaza de Armas)으로 향하는데, 기사가 바리케이드 때문에 광장에는 못 내려주니 한 2-3블럭 정도 걸어가야 된다고 알려줍니다.


그렇게 광장까지 걸어 들어왔는데... 어째 사람이 한 명도 없습니다 ㅋㅋㅋㅋㅋ (원래 사람으로 북적북적 거려야 할 장소인데...)



보시면 저렇게 광장 중앙과 그 주변으로 사람이 모이지 못하게끔 바리케이드를 이중 삼중으로 쳐놓고 경찰이 광장 가운데로는 가지 말라고 뀌띰까지 해줍니다.

여러모로 경계가 삼엄한 모습...








아르마스 광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세 건물들, 위에서부터 두 장씩 리마 대성당(Catedral de Lima), 페루 대통령궁(Palacio de Gobierno del Perú), 그리고 리마 시청(Palacio Municipal de Lima).

원래라면 이 앞에 관광객들이랑 호객하는 현지인들이 득시글 거려야 하지만...




보시다시피 사람이 많이 없어서 광장 전체를 전세낸 듯한 기분... ㅋㅋㅋㅋㅋㅋ




덕분에 대통령궁과 광장 바로 옆 상권인데도 사람이 별로 없는 모습입니다. 한낮이라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지만요...


일단 구시가지의 관공서 건물들은 다 스페인 색채가 짙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참고로 페루에서 관공서인지 민간 건물인지 구분하는 제일 간단한 방법은 바로 걸려있는 깃발이 정부기냐 민간기냐 일듯 합니다.


이렇게 국장이 있으면 정부기,


국장이 없으면 민간기입니다.

개인적으론 국장 포함한 정부기가 이쁘긴 이쁩니다.


Alpaca is watching YOU


한산한 광장을 잠시 빠져나와 밥을 먹으러...

이날 점심은 페루의 소울푸드인 Pollo a la Brasa를 먹어보도록 하죠.


이렇게 생긴 훈제 닭을 감자튀김과 함께 먹는 요리인데, 이게 어떻게 맛이 없을 수 있겠습니까...

한국인 입맛엔 약간 짤 수도 있는데, 잉카콜라와 함께라면 상당히 궁합이 잘 맞습니다.




광장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한 느낌있는 시장. 하지만 시국이 시국인지라 조금은 한산한 모습...





그래도 광장 주변부로 나오니 상당히 많아진 사람들... 거의 대부분이 현지 페루 사람으로 보이더군요.




구 스페인 식민지 답게 곳곳에 있는 카톨릭 성당들.

리마 구시가지엔 여기 말고도 다른 광장들이 더 있긴 하지만(산 마르틴 광장이라던가...), 거긴 나중에 뉴스로 보니 실제 과격한 시위가 벌어지고 있었더군요...

경찰과 군인 통제 밖에서 움직이는 건 조금 위험할 수도 있다고 판단, 빠르게 미라플로레스로 복귀했습니다.


물론 이 날 숙소로 복귀해 페루 관련 절망적인 소식들을 듣고 멘탈이 완전히 나가서 원래 계획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호텔에 박혀서 어떻게 페루를 탈출해야 하나 고민까지 했었습니다... ㅠㅠ


그럼 다음 편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