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미라플로레스

2편: 리마 구시가지


브리핑: 페루의 대통령 탄핵 관련 소요사태 때문에 리마에 발이 묶였다는 것을 깨달아버린 둘쨋날. 그 날은 멘탈이 파사삭 박살나 구시가지에 갔다온 뒤 호텔에 쳐박혀 어떻게 계획을 수정해야 하나 쭉 고민을 하다가 '보험용(?)으로 볼리비아 비자라도 받자' 하고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아내 저와 제 어머니의 여권정보 및 비자 신청서를 볼리비아 E-비자 신청 사이트에 제출한 뒤, 내일은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심정으로 잠을 청했습니다.

볼리비아는 도착비자도 가능한 나라이긴 한데, 저랑 제 어머니는 볼리비아로 입국할 것을 상정 못해두고 가서 황열병 접종 기록이 없었습니다. 물론 황열병 접종을 하지 않아도 안데스 고산지역 위주로만 간다면 입국은 문제가 없을 거라고 들었으나... 어디까지나 가정법이었음으로 확실하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도착비자는 비쌉니다. (USD $100)

대신 사전에 한국이나 볼리비아 주변국에서 볼리비아 비자를 대사관이나 영사관에서 받아간다면 한국인은 무료로 비자를 받을 수 있는데 (알아보니 미국인들한테는 이것도 100불 언저리를 받더군요), 쿠스코나 푸노에 있는 볼리비아 영사관은 뒷돈을 찔러주지 않으면 처리 속도가 굉장히 느려진다는 소문이 무성해서, 리마에 있는 동안 대사관에서 비자를 받아놓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왠지 모르게 졸라게 믿음이 가는 지역 가이드(?)의 대사관 리뷰 ㅋㅋㅋㅋㅋㅋㅋ

이것만 믿고 서류들을 프린트 하고 볼리비아 대사관으로 향해봅니다.


꽤 단촐(?)한 볼리비아 대사관의 정문. 페루랑 가장 사이가 가깝고 교류도 잦을 나라의 대사관인데 생각보다 초라(?)해서 놀랐습니다.


대사관 내부의 비자 발급 대기실. 저 테레비에선 우유니를 중심으로 한 관광 영상들을 틀어놓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대사관 직원이 나와 과연 리뷰대로 굉장히 친절한 태도로 서류들을 받아주고, 잠시 후 나오더니 '월요일에 오면 비자를 받을 수 있다' 라고 일러줍니다 (이때가 금요일). 하지만 주말 동안 다른 계획이 있을 예정이었던 저는 오늘안에 못 받으면 안된다고 계속 비볐습니다...

다행히 옆에 영어와 스페인어 둘 다 가능한 비자 신청인들이 있어서, 제가 의도하는 바를 전해달라고 좀 해주었더니 이 날 오후 4시까지 해주겠다고 합니다.

정말 리뷰대로 친절했던 대사관 직원... 역시 대사관과 영사관은 하늘과 땅 차이로군요.


그렇게 받을 수 있었던 볼리비아 비자. (개인정보는 성별 빼고 일단 죄다 가렸습니다 ㅋㅋㅋ)

페루 여행이 어그러질 경우를 대비해 무료 보험(비행기값 미포함)을 받아 놓았으니 이제 다시 가벼운 마음으로 리마 시내를 돌아봅니다.


볼리비아 대사관에서 약 20분 정도 걸어가면 보이는 한 피라미드형 유적지. 이름은 와카 와야마르카(Huaca Huallamarca).

참고로 페루를 여행하다 보면 '와카'라는 단어를 자주 맞닥뜨릴텐데, 케추아어로 '성스러운 혹은 성물' 이란 뜻입니다.


리마가 스페인 식민시대에 본격적으로 도시로 개발이 되었던 지역인지라 잘 안알려진 사실이지만, 스페인이나 잉카 이전에도 리마 주변에는 작은 부족국가들이 해산물을 잡아 먹으며 여기저기 존재해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이 피라미드의 기원은 무려 BC 2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그 당시 마을에서 종교적인 의식을 치루기 위해 지었다고 합니다.

물론 지금 있는 저 피라미드는 1950년대에 복원한 것이긴 합니다만...



올라가면 이렇게 종교 의식 등에서 쓰였을 도자기나 조개껍질 등등이 출토되었다는 것을 표시를 해 두었습니다.



이 유적이 위치해 있는 지역이 리마의 부촌 지역인 미라플로레스-산 이시드로 인지라, 피라미드 위에서 바라보는 스카이라인이 상당히 느낌 있습니다.

살짝 송파구에 있는 백제 고분군 감성?


혹시나 해서 올려보는 비교샷 ㅋㅋㅋㅋㅋ


여기서 또 10분 정도 남쪽으로 내려가면 비슷한 유적인 와카 푹야나(Huaca Pucllana)가 있습니다.


여기는 아까 거기보다 더 본격적인 고대 유적지 느낌. 입장료도 더 비싸고, 미리 신청을 해야지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여긴 아까 와카 와야마르카보단 좀 더 성벽 같은 모양새. 건설된 목적은 비슷한데, 여기가 조금 더 세력이 큰 동네였던 모양입니다.


여기도 풍납토성마냥 도로로 인해 군데군데 단절된 부분이 있습니다. 이렇게 보니 진짜 서울의 강남 3구랑 꽤 비슷할지도...? ㅋㅋㅋㅋㅋ



여기도 마찬가지로 주변 주택가에 파묻혀 있어서 풍납토성과 진짜 비슷한 감성이긴 합니다. 마침 지어진 시기도 비슷하고...


안쪽에 산책하기 좋은 공원도 만들어져 있어서, 입장할 수만 있으면 꽤 흥미로운 산책이 될 수도 있었을듯 합니다.


혹시나 해보는 비교(?)샷 ㅋㅋㅋㅋㅋ


리마 특유의 건조한 기후 덕분에 유적과 유물의 보존 상태가 꽤 준수한 편인듯 합니다. 2000년도 더 된 유적들이 저렇게 거대한 형태로 도심 한복판에 남아있는걸 보면...

아무튼 이 리마의 유적지 탐방에서 제가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페루엔 잉카 제국기 유적 뿐만 아니라 그 이전 유적들도 다양하게 남아있다는 것과, 리마가 아주 근본없는 스페인식 식민 도시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ㅎㅎ


 이번엔 리마의 홍대나 이태원 같은, 젊음 혹은 힙스터의 거리 느낌이 물씬 나는 바랑코(Barranco)라는 구역으로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버를 타고 내리니 곧바로 보이는 스페인 색채가 짙은 건물들.




이 근방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인 탄식의 다리(Puente de los Suspiros). 숨을 참고 다리를 건너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나 뭐라나... 라는 인싸스러운 설정이 물씬 느껴지는 인싸스러운 관광지입니다 ㅋㅋㅋㅋㅋ







저야 극 아싸스러운 성격인지라 그런 전승엔 그닥 관심이 없고... 그냥 야경이 이뻐서 그것만 쭉 바라봤습니다.


애초에 바랑코(Barranco) 자체가 스페인어로 '벼랑'이란 뜻인데, 닉값답게 바닷가 벼랑 쪽에 동네가 매달려 있는 형국입니다.




상당한 교통체증...은 리마의 만성적인 문제인듯 합니다. 그야 도시권 인구가 천만명 가까이 되는데 절대적으로 공공교통수단이 부족하다보니...





생각보다는 한산한 공원.




근처에 술집도 많고 클럽도 많고, 무엇보다 건물 하나하나가 갬성이 충만해서 리마의 다른 곳들보다 훨씬 젊은 에너지가 많이 느껴집니다.



남미 여행의 꽃인 길거리 음식. 저 밑에 있는 우유 푸딩을 사먹었는데, 하나에 2500원 정도?로 생각보다 싸지는 않습니다...

나중에 쿠스코 쪽으로 가보니 시장바닥의 길거리 음식들은 쌌던걸로 보아, 리마가 그닥 물가가 싼 편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다른 도시로 가는 길이 다시 뚫렸다는 소식을 듣고 기대감 반 불안감 반으로 리마 밖을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어디로 갔을지는 다음 편에 아실 수 있을 겁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