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좀 느긋하게 일어나고 싶었다

실제로 알람도 8시에 맞춰놓았다

그러나 7시에 카톡과 보이스톡 소리에 잠이 깼다

임용고시 최종 발표일이 오늘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만큼은 그 결과를 알고 싶지 않았으나 주변 사람들, 그리고 아버지의 연락 때문에 대신 확인해달라고 친구에게 부탁했다

1점이 부족해서 탈락했다

그걸 보고 있자니 그냥 의욕이 사라져서 그대로 침대에서 밍기적댔다

그리고 9시에 길을 나섰는데, 지하철 종점까지 가고 나서 핸드폰이 없다는 걸 깨닫고 탔던 지하철 다시 타고 숙소로 갔다

침대 위에 고이 놓여져 있더라


그래서 결국 숙소를 나온 시각은 10시가 다 되어서였다


그렇게 오늘은 침간산에 가본다



시작은 빨간 노선 칠런저르 선의 종점 Buyuk Ipak Yo'li역이다

영어로는 Great Silk Road이다

이곳에서는 치르치크로 가는 미니버스를 탈 수 있다




교외로 나간다




TTZ지구의 시장이다




화물기차가 서 있다

올 때도 서있더라




치르치크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가잘켄트로 가는 버스로 갈아탄다




이제 설산이 보인다





가잘켄트 도착

이곳에서 훔산으로 가는 버스를 타면 차르박에서 내릴 수 있다




설산이 꽤나 멋지다


나는 차르박이 아닌 차르박 옆동네에서 내렸다

그리고 호수까지 택시 타고 갔다 오려 했는데

얀덱스에서 2.5만숨에 간다 했는데

막상 불러보니 10만숨 아니면 안 간댄다

그래서 택시를 몇번을 물먹다가 2만숨에 가준다는 사람을 만나서 탔는데...

차르박 동네로 가는 거 아닌가

근데 이미 2만숨은 줬고, 그때부터 기사랑 대판 싸우기 시작했다

아니 호수 안 가고 동네로 갔으면서 왜 돈은 받아처먹냐고

언성을 높이며 영어로 쏘아대자, 영어 잘하는 지인한테 전화를 걸어 통역을 시킨다

니가 제대로 말 안 했잖아/난 처음부터 차르박 Lake라고 했다

어쨌든 니가 탔잖아/목적지를 이상한 데로 가는데 돈 줘야 되냐?

어쨌든 2만에 합의 본 거 아니냐?/나랑 비슷한 거리 같이 간 사람은 5천에 가더니 나 외국인이라고 차별하냐?

이런 식으로 싸우다가 결국 1만숨 돌려받고 차르박 동네에서 내렸다


사실 편도 10만, 왕복 20만숨이면 절대적으로 큰 돈은 아니다

다만 누쿠스~우르겐치를 10만, 타슈켄트~오이벡을 7만에도 갔는데, 차르박 호수 왕복 50km에 20만을 태우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물론 지금은 나 혼자니까 돈이 많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20은 좀...


암튼 기분이 나빠서 호수는 안 보기로 했다

어차피 인공호수고 배경이 설산일 뿐인데 그냥 한국에서 차 끌고평화의 댐 파로호 구경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


그리고 그 때 아버지한테 전화가 걸려왔다

마지막까지 몸조심하고, 생각 잘 정리해서 돌아오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때 아침부터 마음 한켠에 있으면서 애써 무시했던 탈락의 서러움이 폭발했다


버스가 오지 않는 정류장에서 한참 울었던 것 같다




그와중에도 설산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대충 수습하고 기다리자 가잘켄트로 가는 버스가 온다




산 밑의 마을이 제법 고즈넉하고 좋다





저 댐의 너머에 호수가 있다




댐 밑에는 뭔가 많았다

발전손가?




그림같다




치르치크 강




오다보니 교회가 보인다

우즈벡에서 처음 보는 교회다


치르치크에서 TTZ까지 오는 버스에서는

기사님이 돈을 받지 않으셨다

좋은 여행 되란다

내가 사나워서 그렇지 내가 만난 우즈벡인들은 대체로 내게 호의적이었다


실크로드역으로 돌아오니 4시반이다


그리고 갑자기 삘이 와서 분요드코르의 홈구장 구경을 갔다

축빠인 티가 여기서 난다







그리고 이제는 마지막 밥을 먹으러 간다

가는 곳은 Ming O'rik역이다

그곳에 도착해서 알았는데, 거기에 외국인들이 많이 사는 것 같다

한국인 남매 둘이서 노는 것도 봤다





우즈벡어 역명과 러시아어 역명이 판이하게 달라서 찍어보았다




어마어마한 가축수송이었다




마지막 밥은 라그만, 만티, 홍차였다

이 사진에 만티는 없다




Ming O'rik 역에서 한블럭 가서 찍었다

호텔도 많고, 외국 식당도 많고, 외국인도 많다

논을 하나 사서 한국에 돌아가 가족들 보여주고 싶었는데, 시간이 늦어 사지 못했다

미리미리 움직일걸



그리고 나는 20시 반에 공항에 도착한다





공항의 모습이다


이곳에서 나는 인천으로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며

11일간의 우즈벡 여행기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