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공항에 조성될 예정인 UAM 이착륙장인 '버티포트' 조감도. [자료 한국공항공사]© 제공: 중앙일보

김포공항에 조성될 예정인 UAM 이착륙장인 '버티포트' 조감도. [자료 한국공항공사]

 “취임 당시 이미 코로나19와 '헤어질 결심'을 하고, 이를 맞을 준비에 몰두하다니 보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네요. "

 

 최근 서울 김포공항에 위치한 한국공항공사 집무실에서 만난 윤형중(55) 사장은 취임 1년을 맞는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한국공항공사는 김포·김해·제주공항 등 인천공항을 제외한 국내 14개 공항을 운영하는 공기업이다. 

 

 국가정보원 차장을 지낸 윤 사장은 국정원 고위직 출신으로는 드물게 지난해 2월 25일 한국공항공사 사장에 취임했다. 초기에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도 받았지만, 적극적인 대내외 소통과 UAM(도심항공교통) 등 미래먹거리 준비로 공항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에게 공항의 현재와 미래를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윤형중 한국공항공사 사장© 제공: 중앙일보

윤형중 한국공항공사 사장

 


 - 기존 공항에다 추진 중인 신공항들까지 하면 몇 년 뒤엔 공항만 20개를 훌쩍 넘게 된다. 이들 공항이 살려면 수요 창출이 급선무다. 
 "사실 국내 인구는 감소하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공항 수요는 기존 '아웃바운드(Out-bound, 우리 국민이 해외로 나가는 수요)'가 아닌 '인바운드(In-bound, 외국인이 한국을 찾아오는 수요)'를 통해서 창출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게 한류(韓流)를 활용한 '글로컬(글로벌(Global)+로컬(Local))' 전략이다. 해외에는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기대 수준 이상의 한류에 대한 열망이 있다. 그걸 지역 공항과 연결하자는 생각이다."

 


 - 글로컬 전략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예를 들자면 인도네시아는 인구가 2억 8000만명인데 이중 절반이 20~30대인 MZ세대다. 이들이 한류에 열광하고 반응을 한다. 부산이나 대구, 청주 등지에서 매력적인 K-컬처 콘텐트를 결합해서 이들을 유치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대만 역시 우리가 인바운드 창출을 노려볼만한 국가다."

 


 - 수요가 부족한 공항 한 곳을 예로 들어 적용한다면.  
 "무안공항을 예로 들면 한국판 플로리다(미국)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거다. 플로리다에는 전 세계적으로 카레이서들이 꼭 가보고 싶어하는 성지인 데이토나 비치가 있고, 디즈니랜드 등이 있다. 그래서 관광객이 끊이질 않는다. 무안공항 인근에는 영암에 F1 경기장이 있고, 멋진 해안이 있다. 이곳에 마리나 리조트나 카지노 등을 조성해서 이들 장점을 결합한다면 새로이 어필할 수 있을 거다."

전남 무안군의 무안국제공항에서 여객기가 이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중앙일보

전남 무안군의 무안국제공항에서 여객기가 이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 글로컬 전략 추진을 위해서 중앙정부와 지자체에는 어떤 역할을 기대하나.     
 "지역별 매력 포인트를 확충하는 것과 함께 공항이라는 자산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인바운드 유치에 힘을 쏟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해외의 많은 MZ세대들이 한류를 경험하러 국내에 들어오고 싶어한다. 이들이 와서 트레이닝하고 나가서 현지에서 한류에 대한 역할들을 하면서 한류가 확장성을 갖고 계속 나갈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도 서둘렀으면 한다."

 


 - 취임 때부터 UAM에 상당한 관심과 의욕을 보였다.  
 "UAM(Urban Air Mobility)은 새로운 미래 모빌리티로 분명히 게임체인저(game changer, 어떤 일에서 결과나 흐름의 판도를 뒤바꿔 놓을 만한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나 사건, 제품)다. UAM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느냐가 앞으로 공항 운영에 있어서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가 운영하는 14개 공항이 UAM 발전의 주요 포인트가 될 거로 본다."

 


 - 구체적으로 UAM의 효용성을 설명한다면. 
 "지금 UAM은 운항거리가 240㎞ 정도로 얘기되지만 만약 400㎞를 갈 수 있다고 하면 항공산업에 주는 영향은 엄청날 것이다. 많은 사람이 공항에 모여서 번잡한 절차를 거쳐 중대형 비행기를 탈거냐, 아니면 너댓명이 이런 절차 없이 간편하게 이동할 것이냐를 선택하게 될 수 있다. 또 부산과 전남, 경남에서 논의하는 남해안 관광벨트의 경우도 김해·사천·여수·무안공항 사이를 철도나 도로가 아닌 UAM을 통해 연계한다면 그 경쟁력 차이는 상당할 것이다." 

한국공항공사는 지난해말 대우건설, 삼성물산 건설부문, 포스코, 포스코건설, 한화 건설부문과 'K-UAM 버티포트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왼쪽에서 세번째가 윤형중 사장. 연합뉴스© 제공: 중앙일보

한국공항공사는 지난해말 대우건설, 삼성물산 건설부문, 포스코, 포스코건설, 한화 건설부문과 'K-UAM 버티포트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왼쪽에서 세번째가 윤형중 사장. 연합뉴스

 


 - UAM은 어느 정도까지 진척이 되고 있나. 
 "UAM은 기체 개발과 버티포트(이착륙장) 건설, 항행 관련 통신기술 개발 등 여러 부분이 하나의 생태계로 만들어지는 거다. 그중에서도 관건은 안정적인 기체 개발이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나온 모델이 수백개가 넘는다고 한다. 이들 기체가 미국연방항공청(FAA) 등의 인증을 받고 또 실증사업도 하게 되면 정부 계획대로 2025년쯤이면 상용화에 첫발을 내디딜 수 있을 거로 본다."

 


 - 한국공항공사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우리도 한화, SK 등 관련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UAM 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 김포공항에 버티포트 건설을 계획 중이며 제주 등지에서 실증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우리가 가는 길도 있지만, 국제사회에서 얼마나 빠르게 경쟁이 이뤄지느냐도 관전 포인트다. 프랑스와 일본 등이 당장 내년과 내후년에 UAM의 새로운 지평을 보여줄지 관심사다."

 


 - 올해 중점적으로 관심을 두려는 분야는. 
 "수요 창출과 UAM 못지않게 중요한 게 안전이다. 공항 내 지상조업이나 수하물 처리 문제 등 안전이슈는 지속적으로 나온다. 최상의 서비스는 안전이다. 방역도 마찬가지다. 안전하고 좀 더 편리한 스마트한 공항을 만들려고 한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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