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https://arca.live/b/city/70768403 

1화:   https://arca.live/b/city/71139467 

2화: https://arca.live/b/city/71334875


트빌리시는 전날 대충 둘러봤으니 이날은 근교에 위치한 므츠헤타로 감.

지금은 인구 8천 명 정도의 작은 동네지만 고대 이베리아 왕국 시절부터 1800여 년 넘게 존재했던 오래된 도시라고 함.


지하철 전동차 안에서 찍은 트빌리시 지하철 노선도.

나는 왜 굳이 2호선 라인에 숙소를 잡았을까...


보통 므츠헤타를 갈 때는 마슈르카(밴을 개조해서 가축수송을 하는 미니버스)를 이용하는 것 같지만, 나는 열차를 타고 가기로 함.

이 기회에 조지아의 철도를 한번 이용해보는 것도 좋겠다 싶었기 때문에


조지아 문자의 압박. 뭐라고 쓰여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2번 객차 3번 좌석인 건 알아먹었으니 상관없을듯?

요금은 7라리(약 3500원)정도인데, 솔직히 그닥 싼 가격은 아닌 것 같음.


80년대 동구권 감성의 열차와 플랫폼.


열차는 낡긴 했지만 동구권 쪽 사람들의 체격을 기준으로 만들어졌는지 좌석이 굉장히 넓었음.


이날의 날씨는 을씨년스럽다는 말에 딱 어울리는 듯했음. 흐리고 바람도 강하고 비도 조금씩 내리고...

열차는 달리면서 조금 삐걱거리긴 했지만 트빌리시 지하철의 미칠 듯한 진동과 소음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편안하게만 느껴졌음.

여러 여행기를 보면 므츠헤타를 갈 때 마슈르카만 이용하던데, 다들 왜 철도는 안 타는 걸까?


...라는 의문은 므츠헤타 역에 도착하자 간단하게 해소됨.

나름 역사도시에 관광지로 유명한 동네라 하다못해 삼탄역 정도는 될 줄 알았는데 이 정도일 줄은...

섬식 승강장인데 출구도 따로 없어서 나가려면 그냥 선로를 건너가야 함 ㅋㅋㅋㅋ


날씨도 날씨인데 미국인으로 추정되는 배낭여행자 5명이랑 같이 내려서 더 무서워짐

딱 서양 공포영화 도입부 느낌이라

역을 지키고 있는 강아지


역에서 므츠헤타로 가려면 다리를 건너야 했는데 하필 날씨가 나쁘다 보니 꼭 뭔 일이 생길것 같았음.

공포영화 도입부에서 주인공 일행이 다리를 건너자마자 마을 표지판이 툭 하고 기울어지는 그런 느낌으로.


조지아 한정 까막눈이라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동상.


저 멀리 보이는 즈바리 수도원.


므츠헤타의 중심가 풍경.

가게들도 다 닫혀있고 사람들도 없길래 오늘 여행은 망한 건가 싶었는데 한두시간 정도 돌아다니다 와보니 사람들로 북적임.

유럽으로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 한국적인 마인드를 버리지 못한듯. 


므츠헤타 중심지에 위치한 스베티츠호벨리 대성당. 조지아에서 두번째로 큰 성당이라는 듯. 첫번째는 전날 갔었던 트빌리시 성 삼위일체 대성당. 

중국인 관광객 무리에 섞여서 내부로 들어가보려고 했는데 정교회 사제가 와서 지금은 예배 중이니 13시 즈음에 오라고 함.

그래서 팔에 찬 묵주를 보여주면서 나도 가톨릭 신자인데 비록 종파는 다르지만 다같은 하느님을 믿는 입장에서 혹시 예배를 보면 안 되겠냐고 하고 싶었지만...그걸 조지아어로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몰라서 그냥 알았다고 하고 다른 곳으로 감.


대성당을 감싸고 있는 외벽. 


영어가 모국어로 느껴지는 기적.


근처 식당에 들어가서 아침 겸 점심으로 먹은 차슈슐리(ჩაშუშული).

송아지 고기로 만든 스튜인데 조지아 요리답게 조금 짜기는 하지만 굉장히 맛있었음.

고추도 들어가고 양파도 들어가서 뭔가 안매운 매운갈비찜 느낌? 뭔 개소리인가 싶겠지만 설명할 방법이 이것밖에...


조지아에서 먹은 것 중에 가장 맛있었던 걸 꼽자면 역시 레모네이드가 아닐까 싶음.

탄산도 들어 있고 굉장히 달달한 데다 값도 싸서 하루에 두세병씩 마신듯.


밥을 먹고도 시간이 꽤 남았길래 가본 베블리스치케 요새.

므츠헤타를 방어하기 위해 지어진 요새라고 함.

분위기는 좋긴 한데 현대에 들어 복원된 건지 요새 내부에는 콘크리트에서 삐져나온 철근들이...


베블리스치케 요새에서 찍은 풍경.

날씨 때문에 그런지 뭔가 어두운 세계관의 판타지물 같음.


다시 므츠헤타 시가지로 걸어가는 길에 들른 삼타브로 수도원. 이베리아 왕국의 국교를 기독교로 개종한 국왕 미리안 3세가 지었다고 함.

성당 안으로 들어가면 두 개의 석관이 있는데, 미리안 3세와 왕비 나나의 관임.

다들 진지하게 기도하는 분위기라 사진은 찍지 못하고 성호만 그으면서 나올 수밖에 없었음.


돌아다니다 보니 13시가 됐길래 다시 스베티츠호벨리 대성당으로 가서 찍은 내부 사진.

내가 똥손이라 사진을 못 찍어서 그렇지 실제로 보면 훨씬 웅장하고 아름다움.


택시를 타고 강 건너편 산에 위치한 자바리 수도원으로 감.

인터넷을 보니까 왕복 8~10라리(4~5000원)정도가 적정가격이라고 하길래 택시들을 붙잡고 그 가격으로 협상을 해 봤는데 실패함.

택시기사들끼리 담합을 한 건지 아니면 최근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적정가도 오른 건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18라리 선에서 합의를 봄.


자바리 수도원에서는 므츠헤타의 경치를 한눈에 볼 수 있음.

좀 더 구경을 하려고 했는데 심하게 바람이 불어서 대략 15분 정도만 보고 온듯.

부산에서 태풍을 맞아봤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내가 가벼운 편이 절대 아닌데도 뒤로 밀려날 판이었음.


다시 므츠헤타 시가지로 내려가기 전에 찍은 사진.

열차를 타는 건 불가능할 것 같고, 이제 어떻게 트빌리시로 돌아가야 하나 싶었는데 택시기사 아저씨가 마슈르카 정류장까지 데려다주시고 어느 시간대에 트빌리시로 가는 마슈르카가 오는지 친절하게 설명해주심.


그렇게 마슈르카를 대략 3~40분 정도를 달려 도착한 트빌리시 디두베 역.

미니밴에 사람 25명이 들어가는 게 가능하다는 걸 알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이었음.


저녁으로는 숙소 근처에서 케밥을 먹었음.

러시아인들이 운영하는 가게였는데, 분명 메뉴판에 영어로 써져 있는데도 못 알아먹어서 주문에 애를 먹음.

좀 많이 불친절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가성비는 훌륭해서 나쁘진 않았음.


트빌리시에서의 마지막 날 밤에 찍은 야경 사진으로 이번 편은 마무리.


과제에 발표 준비까지 하느라 업로드가 많이 늦어진듯...

다음주에는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유적답사를 가서 올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