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lzgFviMkVh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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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텡(Valéry Giscard-d'Ésteing)과 프랑수아 미테랑(François Mitterrand), 프랑스 중도우파와 중도좌파 양측의 거두인 두 대통령들의 집권기( 1974-1981, 1981-1995 ) 동안 프랑스의 수도 파리는 급진적인 현대화를 겪게 된다.

 1950년대만 되어도, 1789년의 혁명 이래 근대 문명사회의 모범으로서 우러러받던 '프랑스식 모델'은 그 절대적이었던 영향력을 잃어버렸음이 명약관화한 일이었다.

 유럽 대륙의 패권을 주도해왔던 프랑스의 저력인 공학이나 과학 분야의 발전도, 세계를 매료시킬 사상과 철학의 혁신도, 냉전의 양측 중 하나인 미국이 달러화의 가치를 보증해주는 많은 산업의 요람인 문자 그대로 '수 백 곳'의 마천루 정글로 경제 분야에서 경외감을 불러일으키고, 쥘 베른이 썼던 < 달세계 여행Le voyage dans la lune >의 이상을 1957년 소련이 시작하는 우주 경쟁으로 미소 양국이 역사적인 발전들을 연이어 이끄는 동안 과거의 열강 프랑스는 비록 영광의 30년( les trentes glorieuses, 1946-1975 )란 이름의 전후 경제호황기를 누리는 와중에도, 동시에 식민 제국질서의 붕괴란 외환과 68혁명같은 좌경운동의 발흥으로 내우를 겪는 등 열강이란 지위가 위협받고 있었다.

 프랑스는 이러한 대내외적 위기를 극복하는 방식의 일환으로, 자유세계의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부상한 미국을 배우고자 했다. 당시 유행하던 사회학자 장 보드리야르 ( Jean Baudrillard )가 나름대로 미국의 소비지향적 사회와 물신주의를 프랑스 대륙철학적인 마인드로 이해해보려고 노력했듯, 프랑스의 경영인들도 미국식 기업문화와 생활방식을 모방하면서 동시에 프랑스 역사상 최초의 커튼월 마천루들이 파리 도심에 지어지기 시작했다.

 1973년 높이 210m, 60층 규모의 몽파르나스 타워( la Tour Monparnasse )가 완공됐을 때, 에펠탑이 완공됐을 때처럼, 아니 그 이상의 격렬한 반발과 저주가 몽파르나스 타워에 퍼부어졌다.

 프랑스 소시민들과 예술가들의 안식처이자 아름다운 정원같던, 바로크 양식의 고풍스런 궁전들과 단층 아파트들로 평탄히 구성되어있던 유서깊은 파리 스카이라인을 이토록 참혹하게 찢어발긴 거대한 검은 비석이, 유럽 문화의 전통을 위협하는 미국식 실적주의와 경쟁주의의 추종자들의 냉엄한 유리궁전 오피스를 마련하기 위해 지어졌단 점은 완공 50주년을 맞이하는 작금까지도 정치적 좌우파를 막론 많은 파리 시민에게 가루가 쳐 되도록 까이는 요인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프랑스 시장을 노리는 다국적 기업과 근로자들에게는 드디어 파리 시내에도 좀 능률적인 사무시설이 마련되는 등 긍정적인 점도 무시못할 일이었기도 하다.

 그래도 역시 파리 구도심에 이런걸 짓는건 좀 부담스러웠는지, 오피스 빌딩을 위한 수요는 좀 여유공간을 마련할 만한, 시 외곽의 라데팡스(la Défense,  옛 중세시대의 파리 방어시설 소재지) 지구에 주로 지어지게 된다.

 라데팡스 오피스 지구의 시공 자체야 1950년대 말부터 삽을 떴지만, 좀 가시적인 변화는 전술한 데스탱 대통령 때부터 벌어졌고, 미테랑 집권기에 이르러 라데팡스 개선문( la Grande Arche )가 완공되는 시점에는 확실히 세계 관광객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조성된 고색창연한 골목길과 센강 어귀의 이미지가 강한 파리의 모습과는 상전벽해의 차이를 보여주는 유럽 최대의 오피스 지구가 완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