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싱가포르나 로테르담을 먼저 쓰려고 했는데

그래도 세계 1등이니 1등 먼저 써본다


상하이는 원래 변방의 작은 어촌이었음

농사나 짓고 물고기나 잡던 강 하구의 시골이었고

이 근방 대장 노릇은 중화민국의 수도였던 난징이나 임안으로 인지도가 있는 항저우가 주로 담당해왔음


그러던 이 촌구석에

갑자기 양놈들이 쳐들어 와서는 보니 강도 있고, 장강도 가깝고 해서 배 대기 좋겠다 싶어서

여길 개발하기 시작함. 일진들이 찐따 체육복 뜯어가듯이 땅을 빌리는데 이걸 '조계'라고 함.

영국 프랑스 일본 미국 등등 손 안댄 놈이 없을 정도로 많은 일진들이 상하이 삥을 뜯어 가면서

찐따도 맞다가 보면 맷집이 세지듯 상하이는 점점 성장하기 시작함

조계는 치외 법권 지역이었으며 그 나라의 영토 쯤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에, 독립 운동가들의 활동 무대가 되었음(조계 넘어 다니면 일본 놈들이 못잡으러 오기 때문)


근데 왜 갑자기 역사 이야기를 하냐면

이 동네의 물류 환경은 역사를 알아야 이해하기가 쉽기 때문임


[상하이 항만의 강점]


1. 장강

부진장강곤곤래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장강은 도도하게 중국 전역을 흐르고 있다.

장강은 돌고래(멸종)가 살 정도로 넓고 수심이 깊으며 전 세계에서 3번째로 긴 강이기 때문에 강을 활용한 내륙 수운이 발달해있음.

(황하는 토사물이 너무 많아서 그렇지 못하다.)

코로나 발원지 우한이나 기괴한 도시 충칭에 배가 들어간다면 믿을 수 있겠음?

하지만 대중화의 기상은 그걸 해내고 있음.


그럼 이 장강을 통해 모여드는 배는 어디를 거쳐서 외국으로 나갈까?

당연히 장강 하구에 있는 상하이임.

중국 내륙의 모든 물자가 상하이로 몰려들고 상하이에서 배를 띄워 세계로 뻗어나감.

상하이 바로 아래쪽에 있는 닝보-저우산항도 세계 3위일 정도로 장강의 힘은 대단하다.

다만 장강의 힘은 너무 대단해서 상하이 구항의 수심을 배띄우기가 어려울 정도인 7미터로 만들어버리기도 했다.


2. 중국의 인구

전에도 말했듯 항만이 기본적으로 운영되려면 물동량이 받혀줘야 한다고 했는데

이 동네의 물동량은 미친 수준임

상하이 인구만 해도 수도권이랑 유사한 2500만에 차로 4시간 이내에 인구가 무려 1억이 넘음. 

한국 2배 인구가 모여 살고 있음.

그래서 그런지 얘네가 세계 1위 물동량을 자랑하는데 비해 환적 비중은 10프로정도에 그치고 있음

같은 기간 부산항이 50프로대를 기록한걸 보면 얼마나 미친 수준인지 알 수 있다.


3. 중국 정부의 밀어주기

아까 위에서 말했듯이

상하이에는 조계지가 많았고, 독립 운동가들이 활동했다고 했었음.

근데 상하이 조계지에는 독립 운동가님들과 유사한 신세였던 분들이 있었음.


'중국 공산당'


공산당이 태어난 동네가 상하이임.

비록 중국의 수도가 베이징으로 옮겨갔음에도 불구하고

상하이의 영향력은 무시 못할 정도고

공산당 내 '상하이방' 이라는 파벌이 있을 정도로 정치적 입김이 강함.(전 주석 장쩌민이 상하이방 출신)


그래서 중국에서 상하이를 엄청나게 밀어줌.

개혁 개방하자 마자 열린 도시 중 하나가 상하이고, 국책 개발 사업이 제일 우선적으로 적용되는 도시가 되는 등 특혜를 누려옴.

해운사도 그 중 하나로, 중국 국영 해운사인 COSCO의 본사가 상하이에 있음.


항만 개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상하이를 밀어줬음.

위 지도에 보면 양산항이 보이는데, 양산항은 사실 일반적인 국가였다면 개발될 수 없는 위치에 있음.

망망대해에 있는 조그만 섬에 항구를 짓고 그걸 20km가 넘는 그 당시 초장거리 해상대교를 지어서 연결하겠다는 미친 계획을

어떻게 시행 할 수 있었을까? 당연히 공산당의 자존심이니 가능했던 것


그리고 양산항은 사실 저장성, 그니까 상하이 시 영역 내에 있는 게 아님

근데 정부에서 다 짓고 양산항 운영을 상하이한테 던져줌.

저장성이 반발하든 말든 알빠노? 꼬우면 정치질 잘해라를 시전해버리며 상하이한테 줘버림

경남한테 질질 끌려다니는 부산과는 다른 모습이지.


4. 항만 자동화 시스템 구축

그렇게 만든 양산항은 사람 없이도 운영가능한 무인 자동화 항만으로 지어졌음

항만자동화 시스템 덕분에 하역 속도가 빠르고 사람이 부족한 야간에도 항만 운영이 가능함


5. 상하이의 금융과 인프라

상하이는 많은 사람들이 알 듯 금융이 매우 발달한 도시 중 하나 임.

배를 굴리려면 많은 비용이 필요하고 배를 사는데도 비용이 많이 필요한데, 여기 드는 비용을 상하이 내에서 끌어다 쓸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음. 

해운거래도 잘 되고 있어 동아시아권 대표 해운거래소인 상하이해운거래소가 자리잡고 있고, 여기서 발표하는 상하이컨테이너 지수가 세계 컨테이너 운임의 표준으로 자리잡았음.

그리고 상하이가 성장할 때 쯤 때마침 선진 항만 홍콩이 중국으로 넘어왔기 때문에

상하이에서는 홍콩에 빨대 꼽고 쭉쭉 빨아드셨다.(사실 HSBC와 같은 사례처럼 두 도시간 연계도는 꽤 높다.)

다만 중국 금융 특유의 후진성 때문에 불편하다는 의견도 있다.


[상하이항의 단점]

1. 장강

장강이 왜 단점이냐고 그러는데

위에도 썼듯이 장강에서 밀려오는 토사 덕분에 상하이 구항이 망했거든

토사님들이 상하이를 덮쳐서 상하이 구항의 수심이 17미터에서 7.5미터까지 내려갔는데

이걸 퍼내고 퍼내도 자꾸 생기니까 항만 운영에 애로사항이 펴서

상하이 먼 바다 수심 깊은 섬에다가 일단 양산항을 지어놓았지만

양산항은 육지와 다리 하나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여기서 오는 물동량의 제약이나, 철송이 불가하다는 단점이 존재하고 있음.

그리고 구항과 양산항과의 거리가 50키로가 넘는다는 문제도 낳고 있음.


2. 중국

중국이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발전했지만 여전히 후진적인 동네고

세계적인 인식도 좋지 못하다.

중국 항만들은 특유의 서류 요구가 너무 빡세고 서류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있지 않아서 입출항을 기피하는 선사가 많고

꽌시에 의해 운영되는 부분이 많아 선진 비즈니스 모델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고,

'중국'이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중국발 화물들을 예의주시한다.


3. 경쟁 항만

여기서 말하는 경쟁 항만은 부산항이나 싱가포르 같은 외국 항만이 아니라

옆에 있는 닝보, 항저우, 칭다오 등 중국 국내 항만을 의미한다.

중국 경제 체계는 공산당 아래 성, 시 단위로 돌아가기 때문에

성이나 시 서기들은 실적을 위해서 정말 치열하게 싸운다

상하이항이 잘 나간다고 해서 여기 몰아주거나 하는게 아니라 자기네 항구로 끌어 가려고 미친 듯이 노력한다.

상하이항 바로 아래 세계 3위 닝보-저우산항이 있을 정도이며, 항만간 물자 운송이 원활하지 않아 상하이항의 환적 비중이 그 크기에도 불구하고 10프로 밖에 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게 만든다.


중국 항만은 볼 수록 놀랍지만

볼 수록 놀라운 모습을 보여준다.

한국도 중국 항만을 참고해서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