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시아나에서 A380으로 인천에서 출발해서 국토 한 바퀴 돌고 다시 인천에 착륙하는 관광비행 티켓 예매를 시작했음.

요즘 핫한 상품이라 몇 주 전부터 뉴스에 종종 나왔는데, 의외로 비판하는 사람이 많더라. 내 친구들도 이게 왜 유행하는지 모르겠다 그러고...


반대측 논거를 들어보면 환경을 낭비한다는 얘기가 가장 많더라.

물론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님. 이번 관광비행이 인간의 삶 유지에 있어 꼭 필요한 행위는 아니니 환경을 낭비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고 봄.


그런데 나는 관광비행이 비판할 거리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게, 일단 반대측의 환경 낭비 논리로 생각하면 전 세계의 모든 놀이공원이 문을 닫아야 함. 전기 엄청 퍼 부으면서 롤러코스터 돌리고 퍼레이드 하고 그러는 것도 똑같이 환경 낭비 아닌가?

이번 관광비행도 놀이공원의 어트랙션이랑 같은 성격이라고 봄. 탑승자에게 있어 이번 관광비행의 의미는 코로나로 생긴 우울감을 달래기 위해 '비행기 여행을 가는 기분'을 내는 것이 가장 큼. 재미를 위해 타는 어트랙션이랑 다를 게 없잖아?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도 똑같고. 난 환경 문제는 별 상관 없다고 봄.


그리고 관광비행을 여는 항공사의 궁극적인 의도는 조종사 기량 유지와 자금난 해소임. 380을 안 굴리니까 조종사도 비행을 못 하고, 그 기간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길어지면 조종사는 면허를 박탈당함. 수많은 380 조종사들의 재교육에 드는 비용도 시간도 상당치 않을 텐데 차라리 지금 있는 기재를 활용하는 게 낫지. 그리고 비행기는 하늘에 떠 있을 때보다 땅에 앉아 있을 때 비용 소모가 훨씬 큼. 공항에는 '주기료'라는 개념이 있거든. 그러니 조금이나마 더 많이 비행기가 하늘에 떠 있도록 하는 게 항공사 입장에선 좋지.

그리고 자금난 부분은... 말 안 해도 다들 알고 있겠지? 이렇게라도 돈을 벌어야 적자가 '그나마 덜' 생긴다는 거...


그래서 나는 사람들이 관광비행을 까기만 하지 말고, 승객 입장에서 그리고 항공사 입장에서 왜 관광비행을 만들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줬으면 좋겠음.

요즘 항공사들 망해 가서 나도 기분 꾸리꾸리한데 사람들이 욕만 하고 있어서 여기에나마 하소연 해 본다... 긴 글 읽어줘서 감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