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가 생기면 전통시장의 매출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전통시장이 일반적인 장보기 장소로서는 너무나도 경쟁력이 딸리기 때문에 전통시장이 실질적으로 대형마트의 대체재가 될 수 없다는 것도 여기 있는 모두가 아는 사실임. 지금도 전통시장을 일반적 장보기 장소로 이용하는 사람은 오래 전부터 전통시장을 이용해오고 새로운 문물에 익숙치 않아 전통적인 장소인 전통시장에 대한 충성도가 매우 높은 사람으로 한정될 거라는 게 중론임. 물론 대형마트가 전통시장에 아무런 영향을 안 미친다는 말도 아님.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결국 지금과 같은 전통시장의 경관은 사라질 수밖에 없고, 경관을 보존하기도 힘들겠지. 다만 군소 전통시장들은 이렇게 종말을 고하겠지만, 전통시장 중에서도 큰 전통시장은 또 사정이 달라서 지금과는 약간 다른 경관으로 바뀔지언정 전통시장의 큰 이미지 정도는 유지하면서 가는 게 가능함. 내 생각으로는... 일단 대형 전통시장은 지역 주민들 모두에게 인지도가 있으니 더 많은 호응을 얻기 쉽다는 이점이 있으니, 토속음식, 농자재, 일반 유통업체에서 보기 힘든 식재료 등을 전문적으로 취급하고, 또 할머니들이 길가에 난전 만들어서 채소 파는 문화를 계승해서 농산물 직거래 존을 만든다거나 하는 식으로 어떻게든 일반 유통업체와 다른, 전통시장만이 할 수 있는 것으로 개조를 해가면서 문화관광자원화하면 육거리시장 같은 지역 대형 시장 정도는 어떻게든 산다고 본다. 이러한 변화를 극적으로 시도해서 제주 동문시장 같이 완전 관광객 특화 시장을 만들어버릴 수도 있고...


문제는 군소 전통시장이다. 육거리시장 같은 곳을 가도 뭐 이거는 미래에는 없어지겠다 하는 가게가 딱 보면 보이는데, 군소 전통시장은 오죽할까. 물론 상인들이 스스로 자구책을 시도해서 뭔가 특이점을 만들어내면 좋겠지만, 그럴 깜냥이 안 된다면 아쉽지만 이런 곳들은 상인들이 적자 누적이나 개인 사정으로 직접 영업을 접거나 늙어죽어서 더이상 영업을 못 하게 되는 등으로 자연스럽게 소멸하며 해체되어도 딱히 막을 방도가 없다. 그리고 이런 곳까지 굳이 앞으로도 살아남게 만들려고 유통업 규제를 하는 것은 소비자를 불편하게 만들고 소비자 주권에도 맞지 않아, 공익을 위한 규제라고 보기 힘든 측면이 있음. 상인들을 서민이라고 보호한다는데, 그럼 소비자 중에는 서민이 없나?


근데 그렇다고 해서 지원을 해주지 말자는 것도 문제가 됨. 왜냐하면 이들은 대부분 오랫동안 일을 해왔기 때문에 전직을 하려고 해도 필요한 것을 배우는 것이 쉽지도 않고, 수익성이 좋은 사업을 하고 싶어도 그걸 시작할 수 있는 밑천도 없음. 그리고 전통시장 자구를 위한 일을 시도해보려고 해도, 상인들의 평균 학력이 높을 리가 없고... 그래서 모여서 회의를 해도 신통치 않을 확률이 높고. 근데 헌법에 인권을 수호하도록 되어있는 대한민국이 국민 보고 '너는 쓸모없는 인간이니 걍 굶어나 죽어라 나는 신경 안 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잖아?


결론: 그니까 대형마트 규제도 코딱지만큼의 효과야 있겠지만, 전통시장 상인들을 도우려면 상인들이 직접 무언가를 해서 전통시장을 살리는 조건 혹은 상인들이 수익성이 더 좋은 사업을 하는 조건으로 경영교육과 필요한 자금을 지원해주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좀 애매하긴 한데 지리와 노싱관인 정치글 같다는 의견이 많으면 자삭하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