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배경을 설명하자면 소련이 붕괴한 이후 아르메니아가 아제르바이잔을 침공해서 아르메니아계가 대다수인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과 그 주변부를 점령해서 아르차흐 공화국이라는 괴뢰국을 세웠었는데, 이번에 아제르바이잔이 아르차흐 반환을 요구하면서 충돌이 일어남.
일단 서로 상대방이 선제공격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황상 아제르바이잔이 침공한건 맞는듯.
그런데 누가 좋고 누가 나쁘다고 쉽게 말할수 없는게 아르메니아 입장에선 이 지역은 역사적으로 아르메니아 땅이었는데 소련 시절 스탈린이 제멋대로 아제르바이잔에게 넘겨준거라 꼭 지켜야만 하는 땅이고
(스탈린이 넘겨준 이유는 정확히 알수 없지만 아르메니아인들이 민족의 성지인 아라라트산 수복을 주장하며 터키의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에, 충돌을 원하지 않은 스탈린이 아르메니아 민족주의를 약화시키기 위해 넘겨줬다는 설이 존재함)
아제르바이잔 입장에선 어찌되었든 국제법상으론 자기네 영토이고, 아르차흐 공화국이 세워지는 과정에서 수많은 아제르바이잔 민간인들이 학살되었기 때문에 꼭 돌려받아야 하는 땅임.
전황은 일단 아르메니아가 선방중이라곤 하지만 체급 차이가 워낙 압도적이라서 (인구, GDP 모두 아제르바이잔이 3.5배로 우세) 장기전으로 갈수록 아르메니아가 불리한 상황
위 사진에도 보이듯이 할아버지와 손자를 모두 징집할 정도로 아르메니아는 한계를 보이고 있음.
저 할아버지는 어쩌면 독소전쟁도 경험해봤을지도 모르는데 아들과 손자가 전쟁터에 나가는 모습을 보면 어떤 마음일까 상상도 안됨...
게다가 국제사회도 아르메니아편이 아닌데, 아르메니아는 NATO와 EU에 가입하고 싶어하지만 아르메니아 대학살 (오스만 제국 시절 100만명이 넘는 아르메니아인들이 학살당한 사건. 물론 터키는 극구 부인중임.) 문제 때문에 터키의 방해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
그리고 아제르바이잔은 터키와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종교는 터키-수니파, 아제리-시아파로 다르지만 서로를 형제국가로 보고있음
이때문에 아르메니아는 어쩔수 없이 친러 성향을 띌수 밖에 없는데, 또 이것 때문에 조지아하고 사이가 틀어짐. 특히 러시아에 의해 자기 영토 안에 압하지야와 남오세티야라는 괴뢰국이 세워진 조지아의 입장으로선 아르차흐 공화국의 존재가 남의 일로 여겨지지 않는듯.
그나마 아르메니아의 우방이라고 볼수 있는 러시아와 이란도 아제르바이잔의 바쿠 유전과 자국내 아제리계 소수민족 (이란의 지도자 하메네이부터 아제리계) 때문에 아제르바이잔의 눈치를 안볼수 없는 상황.
미국이나 유럽은 코로나 때문에 제 코가 석자고, UN은 언제나 그랬듯 '우려'만 하고 있기 때문에 아제르바이잔 입장에선 지금은 고전해도 시간이 지나면 자기들이 유리하다고 판단하는것도 무리는 아님.
하도 아르메니아에게 불리한 상황인지라 아르메니아에 동정여론이 생기기도 하는데, 위에서 말했듯이 결국에는 아르메니아가 아제르바이잔 영토를 불법적으로 점거한거고, 이 과정에서 민간인을 학살하기도 했기 때문에 무작정 어느 한쪽이 선량한 피해자라고 보는건 적절하지 않음.
애초에 아르메니아 대학살이 규모에 비해 국제사회에 잘 공론화되지 않는것도 아제르바이잔이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걸고 넘어지기 때문이기도 하니까...
어쩌면 두 나라가 싸우든 말든 제3자인 한국인이 이런일에 관심을 가져야하냐고 말할수도 있는데, 내가 이 전쟁에서 진심으로 걱정되는건 양국이 전쟁상황을 트위터나 유튜브같은 SNS에 공개하면서 전쟁의 엔터테인먼트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거임.
국민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적군의 시체가 날아가는 장면을 여과없이 인터넷에 올리면서 그걸 보는 사람들은 진짜로 사람이 죽는 영상을 그저 흥미로운 장면으로만 보게될수도 있다는거임. 이게 스너프 필름이랑 뭐가 다름?
이런 문제는 걸프전이 CNN에 중계됐을때부터 지적된거긴 하지만, 이제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SNS로 넘어오면서 점점 더 심해질수밖에 없을거임.
뉴스에는 그저 수치상으로 100명이 죽었다 이렇게 나와서 실감이 안되지만 이 전쟁이 시작되기 전엔 우리처럼 평범한 삶을 살았던 평범한 젊은이들이었을텐데...
마지막으로 전쟁 초기에 발표되었던 아르메니아군 전사자 목록 올려두고 감.
보면 알겠지만 대부분 갓 성인이 된 새파란 젊은이들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