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행정구역 제도가 우리나라와 의외로 비슷한 점이 많아서 소개하고자 함.

그리고 내가 앞으로 종종 필리핀의 지방과 도시에 대해 소개하는 게시글을 올릴 것 같은데, 그에 대한 사전정보를 제공하는 의미도 있음.


1. region

필리핀의 최상위 행정구역으로, 말 그대로 "지역"이라고 번역할 수 있음.

필리핀 전국이 총 17개의 지역으로 구분되어 있음.

이 행정구역은 국가가 정책적으로 설정한 거라, 자치단체가 설치되어 있지 않음.

메트로마닐라도 행정적으로는 17개 지역 중 하나인 국가수도지역(National Capital Region)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자치단체가 없는 거임.

단 하나의 예외가 있는데, 민다나오 섬에 무슬림들이 많이 사는 방사모로라는 지역은, 자치지역으로 규정되어서 지역자치정부/자치의회에 자치법원까지 있고 많은 권한을 중앙정부로부터 위임받아 시행하고 있음.


2. province

보통 "도"나 "주"로 번역할 수 있는데, 나는 "도"로 번역하겠음.

광역지자체가 관할하는 행정구역이며, 몇 개의 도가 묶여서 앞에 얘기한 지역을 구성하고 있음.

필리핀 전체에 모두 81개의 도가 있음.

우리나라는 5천만 정도의 인구를 17개 시/도로 나누는 것에 비해, 필리핀은 1억 남짓의 인구를 81개(광역시까지 치면 100개 넘음)의 광역지자체로 나누다보니, 대체적으로 필리핀의 도는 우리나라의 도보다 규모가 작음.

81개의 도 중 절반 이상이 인구 100만이 안되고, 그 중 몇 개는 인구가 10만 정도 밖에 안됨.


필리핀의 지역/도 지도


3. city/municipality

우리나라의 시/군에 해당하는 행정구역임.

municipality를 "군"으로 번역하는 게 좀 껄끄러운 느낌이 있지만, 우리나라의 군과 거의 동일한 포지션이기 때문에 그냥 "군"으로 번역하겠음.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군이 도시화되면 시로 승격함.

필리핀의 시/군을 기초자치단체로 분류하는 게 좀 문제가 있는데, 왜냐하면 뒤에 나올 하위행정구역에도 자치단체가 설치되어 있음.

어느 책에서 보니 중위자치단체라는 용어를 쓰던데, 이 용어가 더 어울릴 거 같음.

그리고 시 중에는 우리나라의 광역시처럼 도에서 독립한 대도시들이 있는데, 무려 33개나 됨.


4. barangay

우리나라의 읍/면/동에 해당하는 행정구역으로, "바랑가이"라고 읽음.

실생활에서는 약어인 Brgy.를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함.

바랑가이는 스페인 사람들이 들어오기 전에 필리핀에 전통적으로 존재하던 부족사회를 부르던 이름인데, 현대에 와서 기초행정구역의 명칭으로 부활했음.

바랑가이에는 자치단체도 설치되어 있고 자체적으로 경찰도 운영하고 있어서, 우리나라의 읍/면/동보다는 훨씬 권한이 강함.


5. sitio/purok

"시티오/뿌록"이라고 읽고 바랑가이 밑에 설치되는 최하위 행정구역임.

시티오는 주로 농촌지역에 설치되어서 우리나라의 리에 해당되고, 뿌록은 주로 도시지역에 설치되어서 우리나라의 통에 해당됨.

그런데 바랑가이의 전역에 시티오/뿌록이 설치되지 않고 필요한 부분에만 설치하는 거 같음.

그래서 우리나라의 리처럼 자치단체도 없음.

보통은 자연마을에 설치가 되고, 건설사가 개발한 주택단지에는 설치되지 않음.


그래서 필리핀에서 주소 쓰는 방식은,


건물번호, 도로명, 시티오/뿌록/주택단지명, 바랑가이, 시/군, 도


이렇게 나타남. 예를 들면,


123 National Road, Sitio XXX, Brgy. YYY, Tanay, Rizal 


여기서 시티오/뿌록과 바랑가이는 생략되는 경우가 많음.


이렇게 나름대로 필리핀의 행정구역들을 정리해 보았음.

영문위키를 많이 참조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