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arca.live/b/city/846613?p=2

이 글을 보고 이런 산이 있다는걸 알게되었다.

그래서 이 산이 어떻게 생겼는지 찾아보게되었습니다.



부안군 개화면, 반듯반듯한 간척지 중간에 조봉산이라는 산이 보인다.
실제로 저 산은 4m정도 밖에 안되는 산으로 사실상 그냥 흙무더기로 보아도 된다.
그럼 저 작은 산은 어떻게 생기게 된걸까?




광복 이후 미국의 군사지도를 보면 조봉도(조봉산)을 찾을 수 있다.
이때는 무려 11m(?)나 되는 산이었고, 주변은 온통 뻘밭이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참고로 위쪽의 흑백지도를 잘보면 현재 주상천의 원형이었을 듯 한 물길을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조봉산은 어떻게 주변에 넓은 평야와 함께 11m의 섬에서 4m짜리 작은 산으로 변하게 되었을까?




조봉산을 로드뷰로 보면 이러하다

우선 산 위에는 계화정이라는 정자가 있고 그 옆에는 커다란 조형물이 있는데

바로 계화도농업통합개발사업 준공기념탑이다.

이 탑에 보면 이 농지가 1976년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건설되었으며 그 치업을 기린다는 내용의 문장이 쓰여져 있다.


1961년 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시작된 간척사업은 1963년 물막이 공사를 시작하여 1974년 말 내부 개답공사를 하고

1978년에 완공된 16년에 걸친 대 사업으로 약 2700헥타르 8백만평의 농지가 생기게 됩니다.




여기서 우리가 이상하게 보이는 점은 바로 자연마을 같지 않은 이 네모반듯한 가로의 마을들입니다.

위쪽의 고지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마을들은 예전엔 존재하지 않았고 1970년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마을들입니다.


1960년대 부안의 간척과 함께 진행된 전라북도의 개발사업은 바로 '섬진강댐 건설사업'이었습니다.

이때 임실과 정읍에 2700여세대 약 2만명의 수재민이 발생하게 되었는데

당시 정부는 이 수재민들에게 보상사업으로 새로 간척사업으로 얻게한 농지를 나눠준다는 발상을 하게 됩니다.





개발계획도와 15평형 조립식 주택의 모습입니다.

정부는 당시의 농촌근대화의 분위기에 맞게 생산공간과 주거공간의 분리를 표방한 도시형 주택을 농촌에 보급하고자 했습니다.
가로는 반듯하게 정리되어 있고 같은 양식의 건물이 줄줄이 늘어선 일자직가단열형 주택이 들어서게 되는데
정부는 1600여채의 주택을 일시에 빠르게 건축하기 위해서 철골조 조립형 주택을 건설하는 계획을 세우는데
여기서 큰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창북의 조립식 주택 지붕은 고치었지만 원형에 가까울 것으로 추정

1983년 동아일보 기사

당초 1600여채를 건축하기로 한 주택단지는 생각보다 입주자 신청이 적어 1000채만 건축되었고 1976년 착공하여 1979년 완공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조립식 건축은 문제가 많았는데 우선 구조부터가 농촌인들의 생활에는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함석으로 만든 조립식 건물은 강한 해풍에 취약해서 쉽게 부식되었고 강한 해풍과 겨울에 추위에 아주 취약했습니다.
당시 거주하던 주민들은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우며, 바람이 불면 건물이 삐그덕거리고 지붕이 날아가기도 했다고 말하며
전라북도 건축협회에서 조사해보니 1000채 모두 부실건축에다가 건축허가도 거치지 않은 건물이 많고 이주자들의 돈을 날리기도 하는 등
수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과거 낙후되고 어려운 생활을 하던 계화도 주민들에게 수많은 이주민들은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습니다.
정부가 땅과 집을 준다는 말을 듣고 이주해온 임실과 정읍사람들은 부안사람이 되기 위해 따가운 시선을 견디었으며
심지어 먼저 살고 있던 사람들이 이주민을 두들겨 패기도 했고 이주민을 사람취급도 안하는 등 어려운 시절을 보냈습니다.
게다가 농지 자체도 본디 바다였던 지라 농사짓기가 쉽지 않아서 더더욱 어려움은 가중되었습니다.



이렇게 작고 귀여운 산으로만 보이던 조봉산은 사실은 수재민의 아픔이 서려있는 아픈 공간이었습니다.
만약 이곳을 지날 일이 있다면, 아니면 가볼 일이 있다면 이런 역사를 기억하면서 그곳을 바라보는걸 어떨까 합니다.


+ 참고로 한국에서 가장 낮은 산은 2.9m의 울진 굴미봉이라고 합니다.


출처 :
- 부안21. 2015. 그때 계화이주민들의 신주거공간은 어땠을까(  링크  )
- 산. 창간 49주년 기념특집 II, 산의 정의가 무엇인가? (  링크  )
- 다음 지도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싶은 분들은 부안21의 글을 읽어보시는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