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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안녕? 너네들 고려시대 건축물에 대한 묘사가


기록으로 남아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니?


가끔씩 내가 고려도경에 대해서 이야기 했지...?





고려도경 기록에는 오로지 만월대나 회경전만이 아니라 


궁궐이나 정부 부처로 사용되는 건물들이나 사찰들에 대해서도 적혀있거든?






그 기록들 중에서도 가장 예상하기 쉬우면서도 한국인들에게는 되게 낮선


건축양식이 하나 있어. 그걸 오늘 한번 소개해볼까해.


그럼 재미있게 보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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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도경 기록중에 이런 기록이 있거든? 일단 한번 보자






< 고려도경 - 관청 : 청풍각 >



청풍각은 규모는 5칸.


건물 아랫쪽에 둥근 기둥을 세우지 않았다.


대신 사각형 기둥[栱斗]만을 여러 개 얽어매어 만들었다. 




* 참고 : 栱斗 = 공두(현재는 공두가 아닌 두공이라고 함 )





휘장을 설치하지는 않았고 대신


조각을 새기고 그림을 그려 장식한 것이 선명하게 붉고 화려한것이 다른 곳보다 월등하다. 






이렇게 기록되어 있어. 근데 좀 이상하지?


한옥인데 아랫쪽에는 둥근 기둥이 없고


그냥 사각형의 기둥을 여러개 조립해서 만들었데.






아마 한옥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뭐? 기둥이 없다메? 근데 왠 또 사각형 기둥을


여러개 얽어서...?  뭘 어떻게 한다는거냐?






이렇게 어떤 모습인지 도무지 이미지가 생각나지 않을수도 있거든?






그래서 준비했어!


저 기록에 의거한 건축물은 바로 이런 모습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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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기록대로 건물을 만들면 이런 모습이야.


마루난간 아래를 잘 봐. 브라켓들로 건물을 받치고 있지?





건물 아랫쪽을 둥근기둥없이...


사각 기둥을 얽어매어 만든다는건...





그 시대를 생각해보면 결국 브라켓 시스템을


기둥대신 사용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밖에는 없는 상황이야.






왜 이렇게밖세 해석이 안되는지


하나씩 알아보기로 하자구!






내용이 좀 기니까 읽기 힘들면


사진만 보고 그냥 3줄 요약 읽으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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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축양식의 정확한 명칭은 한국에서는 아예 없어.


왜냐면 고려도경 외에는 기록이 있는것도 아니고.....





건축 양식에 대한 이론 정립이 되기전에


소멸해버린 양식이라 그럴수도 있어.





대충 조선시대 초기까지는 이어지다가 아마도


임진왜란 이후로는 완전히 멸종된 양식 같드라고...






근데 이렇게 기둥 아랫쪽에 브라켓들로 잡는 양식을 가르키는 자세한 이름은 없지만


그냥 저 부분은 이렇게 부르고는 있지.


" 평좌층 " 이라고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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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아랫쪽 전부를 뭉뚱그러서 "평좌층" 이라고도 하는데


조금더 세세하게 분류를 하자면 이렇게 말하기도 해.





난간달린 마루쪽은 "평좌층"

브라켓들로 구성된 받침대 부분을 "암층"





이라고 부르고는 있어.


근데 자주쓰는 단어가 아니라 햇갈리잖아?





그래서 여기서는 그냥 이해하기 쉬우라고 걍


마루난간에 브라켓이라고 말할께.





이해하기 쉽게 말이야.


우리 같이 이해하기 쉽고 재밌게 이 게시물을 보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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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이러한 브라켓들로 윗층을 받쳐주는 건물은


조선 후기에 와서는 완벽하게 멸종해버려서 그런가


아예 볼 수가 없어.





그래서 지금의 우리한테는 굉장히 이질적인 건축 양식이야.





근데 왜 멸종했느냐.....라고 물어보면..... 나도 모름ㅋㅋ


근데 예상은 가능해. 되게 단순해.





이 건물은 정말 실용적이지 못해.


그냥 간지하나만 남은 그런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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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 사실 이렇게 거추장스럽고 괜히 힘든짓 안해도


훨씬 안전한 방식들이 많거든.





그냥 저 브라켓 위치에다가 길쭉한 돌만 하나 놔도 괜찮고


만약 건물의 마루를 넓히고 싶다면 그냥


짧은 기둥으로로 지지해줘도 나쁘지 않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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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조선시대때는 그냥 이렇게 길다란 돌이나


작은 기둥 같은걸 설치해서 그냥 단순하게 처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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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누하주라고 건물 아랫쪽에 두꺼운 기둥을 따로 설치하던가.


여튼 조선후기쯤 되면 이런 평범한 양식들만 남아.


물론 이게 훨씬 실용적임.






그러나 조선시대 궁궐에서는


기술력은 조금 많이 다르더라도 나름대로


외형만 비슷하거나, 나름 구조도 비슷한 양식이 남아는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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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련정은 기술적으로는 완전히 달라.


근데 그냥 외형적으로는 비슷함. 그치 비슷하지?





사실은 이 경우는 난간을 2단으로 설치한거라


말 그대로 외형만 비슷해.





고려시대 두공으로 건물 받치는 양식을


외형만 찍먹 정도로는 맛볼 수가 있는거지!


근데 또 다르게 생각해보면 ....기술도 뭐 나름 비슷한거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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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화루하고 삼삼와야.


전국의 전통 정자들 중에 궁궐에서만 유독 마루난간을


이런식으로 받쳐주고 있어.





물론 각종 지방 문화재 정자들도 이런 경우가 있는데 좀 드물어.





여튼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평좌층 양식이 나름대로


엄청 퇴화된 방식으로 이어져내려온게...


이 양식 아닌가 생각함. 아닐수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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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이런 양식은 목재가 땅에 직접 닿고


땅이랑 너무 가까워서 빗물에 엄청 부식되기도 훨씬 쉬워.





목재만 부식될까!?






단청도 엄청 빨리 부식됨.


게다가 온돌도 못 사용해.


나무도 많이 사용해. 등등...실용성 제로임.






그래서 간지를 위하여 나무로 사치부리는거밖에 안되고


그냥 아랫쪽에 기둥하나 더 박는게 훨씬 안전해서 그런가?


사실상 조선에선 멸종했어.







그러나 이 건물이 왜인지 익숙한 사람들도 있을꺼야.


왜 익숙한지 우리 한번 사진을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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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일본 닛코 도쇼구. 동조궁이야.


어때? 이 일본 건물도 그냥 브라켓이 건물 본체를 떠받치고 있지?






사실 듕긕과 일본에서는 이게 좀 흔해.


아직도 현역이야. 어딜가나 볼수 있다!


이 정돈 아닌데...






그럭저럭 흔하다면 흔해. 꽤나 쉽게 볼 수 있어.






근데 신기하지 않니?


고려시대 기록의 건축양식이 일본에 남아있다니.


그런데 어째서 고려도경 기록만을 보고...






저 도쇼구의 일본 건축물 양식이랑 똑같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자 그럼 이제 우리나라쪽 자료들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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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고려 불교회화를 보면 너무 화려해서


"무조건 구라임. 이렇게 화려할리가 없음"


이라고 자주 말한다.





물론 고려 불교회화를 실제라고 100% 믿으면 안되.


구라가 많긴 해. 그러나 저거봐!





고려도경에 적혀있는 건물을 떠받치는 브라켓 시스템의 그림이


저렇게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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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도 봐바. 이런 그림이 한두개가 아니야. 너무 흔해.





고려도경의 기록하고


고려시대의 불교회화하고


서로 교차검증이 제대로 되고 있지. 신기하지!?





고려 불교회화는 50% 이상은 판타지이기는 하지만


의외로 생각보다는 높은 비율로....






그 시절의 시대상을 / 각종 정확한 생활양식을 생각보다 많이 담고있어.






그래서 불교회화보고 함부러 무조건 상상화다! 라고 하면 안되는거야.


이렇게 2차기록하고 교차검증 되는 부분이 너무 많거든.


그리고 잘 봐! 재밌는게 또 하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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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회화의 금빛 긋기단청을 도쇼구에서 나름 보여주고있음.





어째서 일본에서.....


한국에선 아예 볼수조차 없는 양식이 남아있는걸까!?


한국에선 불교회화에서만 볼 수 있는데...........





이 방식도 한국에서는 완벽하게 멸종되었는데 이상하게


일본에 남아있음. 이건 나도 왜 이런지 궁금함.....







되게 신기하지 않니?






고려불교회화의 주칠+금색 긋기 단청이


일본 도쇼구 브라켓 층에 그대로 남아있어.


단색칠+금색으로 선긋기 양식이 말이지.....






일본과 고려회화 서로가 서로를 교차검증 해주는


되게 재밌는 상황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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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니까 고려불교회화를 무조건 상상이라고 하면 안된다고 말했던거야.


또 한국 고대건축 복원할때, 일본 자료를 개무시할수 없는 이유이기도 해.






알게 모르게 일본하고 우리나라 건축물하고 요모조모


비슷한점들이 있거든. 특히 고대로 갈수록 더 그럼...





이런 여러가지 자료들로 인해서 고려시대 건축의 모습은 이랬을것이다.


라고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야.




그리고 이 기록들을 더 확실하게 해주는 그림 자료들이 있는데


의외로 조선시대 자료야! 한번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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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들은 큰 사진들이 없네 ㅈㅅ 아무튼 잘 봐!


성벽에 올라간 건물들이야. 근데 아래를 자세히 봐.





마루난간 바로 아랫쪽에 단청이 칠해져있고


브라켓들이 잡아주고 있지?





자세히 보면 기둥이 있기는 한데 하여튼


궁궐 처마에서나 볼 수 있는 두공들이 잔뜩 설치된 모습을


확인 할 수 있지. 마치 고려시대 기록처럼 말이야...






참고로 두공 = 브라켓.


단어가 익숙하지 않을태니까 걍 브라켓이라고 계속 말할게.






여튼 의외로 조선 초기까지 회화들에서 이런 모습을 꽤나


쉽게 확인할 수 있어. 그림 하나만 더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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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미국 호놀룰루 박물관에서 보관중인 스샷이야.


이것도 1층은 뭐 물가인데 특별히 사용하는 공간도


아닌데 브라켓 시스템으로 건물을 받치고 있지?





뭐 사실은 조선시대건축들은 자세히 보면 브라켓만으로 받치지는 않고


브라켓 아래에 기둥 한층 더 있잖아?


근데 사실 이게 1셋트라고 보면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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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천사 10층 석탑을 봐바! 지붕위에 브라켓을 올려서


마루난간을 잡고 있어!






경천사 석탑도 한층 한층 올라갈때마다 난간아래를 브라켓들이


받쳐주고 있지? 대신 기둥이 있고.


그 모습이 조선초기 회화에 나오는 건물이랑 비슷하지 않니!?





이런 평좌층과 암층을 구성하는 양식하고


고려도경에 나온 건축양식하고 다른점이라고는 "기둥"하나 밖에는 없어.






생긴거도 거의 똑같고


평좌층을 구성하고


암층을 구성하며


윗층의 기둥을 브라켓들이 거미줄처럼 엮어서 떠받친다.






핵심 기술 자체는 거의 같거든.


그래서 고려도경의 브라켓 건축 기록은 의외로


경천사지 10층석탑에서 어느정도 확인이 가능한 상황이고.






서로가 서로의 건축 양식이 실제로 있었는가?


이 의문에 대해서 2차 간접 사료로써 고증을 해주고 있는 상황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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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고려도경의 기둥대신 사각기둥으로 얽어매어


기둥대신 사용했다. 이 기록은 생각보다 교차검증이 너무 잘 되.




그래서 굉장히 고증으로써도 긍정적인 상황이야.


근데 내가 만든 렌더링을 보니까 어떤 생각이 드니!?






" 기록에 의거한 건축 복원 "






이걸 그대로 실행해서 만든거야.


근데 그렇게 만들면 나오는게 이런 모습이야.





옆에다가 포렴까지 설치하니까는 우리가 알고있는


한국의 건축하고 완전히 다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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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한번 보여주고 싶었어.


내가 건물을 만드는 방식이야. 





그냥 막 만드는거 같지!? 그렇지 않다구!






이렇게 실존하는 유물들 / 유구들 / 자료 / 사료들을 모아서


되도록 건물을 만들고 있어!






내가 건축물을 만드는 방식이 사실은


" 기록에 의거한 / 유물에 기초한 / 사료에 기초한 "


실제 복원 방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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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걸 봐도 뭐가 뭔지 모르니까


재미가 없잖아? 그래서 조금 더 자세하게


알면 좋겠다 싶어서 이렇게 만들어봤어.







하나라도 더 알고 보면 더 재밌을수도 잇으니까!ㅋㅋ






여튼 이런 레퍼런스들을 엄청나게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만들고 있다고 보면 되! 여기에는 모든걸


적지는 않았지만 대충 이렇다는 뜻임.....








근데 아무튼 신기하지?


이렇게 기록에, 유물에, 사료에 근거해서 자료들을


모조리 합해서 건축물을 만들잖아?






우리가 늘상 말하는 한국적 이미지 있잖아?






한국적인 이미지 - 소박, 소탈, 해학, 검소, 1층 건물들 등등...


이런게 완벽하게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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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에 / 유물에 / 사료에 기초해서 이것들을 모조리 한군데에


싸그리 모아서 건축물을 만들잖아?







소박미와 단아함이 강조된 느낌보다는


일본 / 귱긕 느낌이 엄청나게 나는 건물이 만들어져.


너네들은 이런 유물 총집합 건축물들 실제로 만든다면 찬성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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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조건 찬성이지만 실제 유적터 복원을


이렇게 만드는건 나도 사실 부정적이야.ㅋㅋ;;





짤방처럼 만월대터에다가 저런식으로 미친듯이


만들면...이건 좀 아니라고 나도 생각함. 허허....





여튼 실제 건물터를 복원할때에는 조심해야하는게 맞다고 생각해.


근데 이러면 건물도 너무 정적이고 재미없게 복원이 될수도 있어...


학술적으로 복원해야 하니까.


시간도 엄청 오래 걸림.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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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신도시 공원이나 새로 만들어지는 타운에


공공 휴식터로 만들어서 사용하되...





이렇게 기록/유물/사료 전부 다 섞어서 만든 복원이 아닌


재현 건축 이런식으로 만들면 참 좋겠다라고 생각해.





신도시들 깔끔하고 예쁜데 여기나 저기나 다 똑같잖니.


좀 이렇게 막 활용좀 하면 괜찮을거 같지 않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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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도미갤을 며칠간 쭉 보니까


여기는 학생들 / 건물주들 / 실제 도시공학자 / 조경전문가 / 한옥전문가 및 역사전문가






되게 다양한 사람들이 눈팅 많이 하는거 같던데.


다양한 직군의 도미갤러들아! 너네는 어떻게 생각하니?






기록대로, 유물대로, 유구대로 만드는 이런 방식.....찬성하니?


나는 욕먹어도 미래가 더 나아지려면, 그리고


우리나라 지방색을 더 발전 시키기 위해서...






그리고 숨겨진 한국의 전통적인 미를 도시미관에 많이 투영해서


도시 경쟁력을 높이고, 다양성을 확보하려면 반드시 이런 방식으로......






굳이 복원은 아니어도 좋아.


재현 / 적극활용


이것들 만큼이라도 제발 좀 했으면 좋겠거든?






너네들은 어떻게 생각해?


실제로 민원항의 먹을수도 있는 이런식의 [ 기록과 유물 그대로의 복원및 재현 ].....괜찮은거 같니??


아무튼 글 재밌게 봐줬으면 좋겠구나!






##### 3줄 요약 ######



- 고려도경에 고려건축 양식 꽤 정확히 기록함.


- 고려 불교회화, 일본에 실제로 그 모습의 건축물 남아있음


- 그대로 복원하면 완전 일본/듕긕 건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