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 라인강 삼각주 일대에 위치한 베네룩스 3국은 면적은 7만 km² 정도로 크지 않지만 3천만 인구가 밀집된 지역으로, 중세 때부터 무역에 힘입어 일찍이 항구도시들이 번성했던 곳. 근대 초 안트베르펀과 암스테르담은 유럽의 무역 중심지로 대륙을 통틀어 가장 부유한 도시였다고 함. 물론 이 나라들도 인구 대다수가 도시에 거주하게 된 것은 20세기 초중반으로, 유럽 최대 항구인 로테르담과 안트베르펀을 낀 네덜란드 서부의 란트스타트(Randstad)와 벨기에 북부의 플란데런 다이아몬드(Vlaamse Ruit)는 양국 최대의 메갈로폴리스가 되었음.

세 나라의 주요 도시를 지도에 표시해 보면 맨 위 지도와 같은데,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 네덜란드의 인구는 1700만 명으로 적지 않은 편이지만 가장 큰 암스테르담과 로테르담의 인구도 각각 90만, 60만으로 아주 크진 않은 편. 다만 네덜란드의 주요 도시들은 대체로 북해와 가까운 서쪽에 위치해 있고, 4대 도시(암스테르담-로테르담-헤이그-위트레흐트)는 란트스타트라고 하는 인구 800만의 느슨하지만 큰 메갈로폴리스를 형성하고 있음.

• 인구 1000만의 벨기에는 상대적으로 브뤼셀(도시권 인구 180만)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편. 벨기에의 경우 주요 도시 지역이 북쪽의 플란데런 다이아몬드(브뤼셀-안트베르펀-헨트)와 산업혁명 시기 남부 탄전 지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시용 앵뒤스트리엘(Sillon industriel, 리에주-샤를루아-몽스)로 나뉘는데, 70년대 제조업 쇠퇴 이후 균형추가 북쪽으로 쏠리는 경향이 뚜렷이 나타남.

• 인구 60만의 소국 룩셈부르크는 도시규모 역시 작은 편. 이 글에선 다루지 않았지만 수도 룩셈부르크 외에도 철광석 산지를 따라 작은 산업도시들이 여럿 형성되었는데, 벨기에처럼 여기도 제조업 쇠퇴의 영향을 상당히 받았음.

각 도시 인구의 출처는 다음 링크 참조: [1] [2] [3]. 벨기에와 룩셈부르크(#) 도시 인구는 도시권을 기준으로 했지만, 네덜란드의 경우 우리나라처럼 지자체(gemeente)의 규모가 큰 편이라 그냥 지자체 인구를 인용하였음.

하를럼 Haarlem (사진)

2002년 인구 147,097명 → 2022년 인구 165,396명 (연평균 +0.6%)

네덜란드 서부 북(北)홀란트주의 주도로, 암스테르담에서 서쪽으로 약 20km 떨어진 도시. 시가지는 스파르너 강을 따라 형성되어 있으며 서쪽으론 북해를 따라 이어진 해안 사구와 맞닿아 있음. 1245년 도시 지위를 얻은 하를럼은 홀란트의 주요 항구로서 암스테르담에 앞서 번성했었던 곳으로, 근대 초기 섬유산업 및 예술의 도시로 유명했다고. 네덜란드 최초의 기차는 암스테르담과 이곳 사이로 개통되었음.

아른험 Arnhem (사진)

2002년 인구 141,528명 → 2022년 인구 165,770명 (연평균 +0.8%)

네덜란드 동부 헬더를란트주의 주도로, 라인강 삼각주의 네데레인강과 에이셀강이 분기하는 곳에 있음. 도시 북쪽으로는 네덜란드에선 드물게 모래가 많은 언덕으로 이루어진 벨뤼버 삼림지대가 있는데, 1935년 이래 네덜란드 최대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고. 1233년 시 지위를 얻은 아른험은 15세기 한자 동맹 도시가 되었고, 근현대에는 2차대전 시기 격전지로 알려진 곳.

아펠도른 Apeldoorn (사진)

2002년 인구 155,741명 → 2022년 인구 167,191명 (연평균 +0.4%)

역시 헬데를란트주에 있는 도시로 아른험에서 북쪽으로 30km 떨어져 있음. 벨뤼버 삼림지대 동쪽의 작은 마을이었던 이곳은 16세기 제지 산업 발달과 함께 도시가 형성되었으며, 현재는 철도의 교차로로 의약·화학 산업 등이 발달한 도시라고. 앞서 말했듯 도시는 삼림지대에 위치해 녹지가 풍부한데, 이런 환경 때문에 17세기에는 바로크 양식의 별궁인 헤트로 궁전이 세워지기도 하였음. 

네이메헌 Nijmegen (사진)

2002년 인구 156,198명 → 2022년 인구 182,480명 (연평균 +0.8%)

발(Waal) 강변에 있는 헬데를란트주에서 가장 큰 도시로 주도 아른헴에서 남쪽으로 20km 떨어져 있음. 이곳은 1세기 로마인들이 노비오마구스 시를 세운 곳으로 네덜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란 타이틀을 가지고 있음. 지금의 네이메헌은 1230년 시 지위를 얻어 14세기 한자 동맹의 일원이 되었고, 현대에는 수운 및 철로의 교차로로 제약과 반도체 산업이 도시의 주 산업이라고 함.

브레다 Breda (사진)

2002년 인구 164,397명 → 2022년 인구 186,438명 (연평균 +0.6%)

네덜란드 남부 북브라반트주의 도시. 원래 신성 로마 제국 황제의 직할령이었던 브레다는 1252년 시 지위를 얻었고, 14세기 네덜란드 왕가의 뿌리가 되는 나사우 가문이 결혼을 통해 브레다를 소유하게 되면서 정치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고. 도시는 전통적으로 식품 산업으로 유명했고, 현대에는 로테르담과 안트베르펀을 연결하는 위치에 있어 물류 및 서비스업이 발달했다고.

룩셈부르크 Lëtzebuerg (사진)

2001년 인구 120,331명 → 2022년 인구 191,925명 (연평균 +2.2%)

룩셈부르크의 수도. 10세기 아르덴의 지크프리트 백작이 고대 로마 도로가 교차했던 요충지에 성을 쌓으면서 생겨난 도시. 1890년 네덜란드와 동군연합이 깨지면서 도시는 실질적 수도가 되었고, 2차대전 이후 ECSC 본부를 시작으로 유럽연합의 각종 기구들이 들어서며 유럽연합의 중추격인 국제적 도시가 되었음. 시(市)의 인구는 12만 명 정도인데 이 중 70%가 외국인이라고 카더라.

몽스 Mons (사진)

2000년 인구 188,196명 → 2022년 인구 194,320명 (연평균 +0.1%)

벨기에 남부 왈롱 지방의 서쪽에 위치한 에노주의 주도. 네덜란드어 이름은 베르헌(Bergen)으로 뜻은 ‘산’으로 같으나 모양은 꽤 다름. 12세기 에노 백작이 세운 도시는 산업혁명 이후 석탄 채굴에 힘입어 중공업 중심지로 발달했는데, 20세기 후반 들어서는 산업이 다소 침체되었다고. NATO의 유럽연합군 최고사령부가 이 도시에 위치해 있음.

알메러 Almere (사진)

2002년 인구 165,106명 → 2022년 인구 222,825명 (연평균 +1.5%)

네덜란드 플레볼란트주의 주도로, 암스테르담에서 동쪽으로 20km 떨어진 도시. 원래 플레볼란트주는 자위더르해(海)의 일부분이었는데, 1950-60년대 1,400km²에 달하는 간척지가 조성되면서 네덜란드의 12번째 주가 된 곳. 네덜란드 정부는 암스테르담의 주택 부족을 해결하고자 간척지 서쪽에 대규모 신도시를 조성했고, 1976년 입주가 시작된 알메러는 1984년 시로 승격, 현재는 인구 20만의 중견 도시가 되었음.

틸뷔르흐 Tilburg (사진)

2002년 인구 197,917명 → 2022년 인구 227,707명 (연평균 +0.7%)

네덜란드 남부 북브라반트주의 도시. 중세 때부터 성이 있었으나 이곳이 도시 지위를 얻은 것은 비교적 최근인 1809년으로, 근대에는 주변의 목초지 덕분에 양모 산업으로 유명했던 도시였다고. 1960년대 이후 도시의 양모 산업은 사양산업화되면서 크게 쇠퇴했으나, 편리한 교통과 새로운 산업단지 조성으로 현재는 다양한 제조업이 발달했다고 함.

흐로닝언 Groningen (사진)

2002년 인구 177,172명 → 2022년 인구 238,147명 (연평균 +1.5%)

네덜란드 흐로닝언주의 주도로, 네덜란드의 다른 주요 도시와는 외따로 동북쪽 끝에 떨어져 있으며 언어 면에서도 저지독일어 계통의 방언이 쓰인다고. 1245년 시 지위를 얻은 흐로닝언은 중세 때 한자 동맹 도시로 북독일 무역 네트워크의 일원이었으며, 현재는 1614년 설립되어 네덜란드에서 가장 평가가 좋은 대학 중 하나인 흐로닝언 대학교가 위치한 교육도시로도 알려져 있음.

에인트호번 Eindhoven (사진)

2002년 인구 206,118명 → 2022년 인구 243,730명 (연평균 +0.8%)

네덜란드 남부 북브라반트주 최대의 도시로, 란트스타트 바깥에선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 1232년 시 지위를 얻은 에인트호번은 역사적으로 작은 도시였다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철도 및 운하가 연결되면서 주요 산업 중심지로 급속히 성장했고, 필립스와 DAF 등의 대기업들이 이곳에서 등장했음. 우리나라에서는 이곳 연고 축구팀인 PSV 에인트호번 때문에 이름을 들어본 사람이 많을 듯.

샤를루아 Charleroi (사진)

2000년 인구 287,672명 → 2022년 인구 290,454명 (연평균 +0.0%)

벨기에 남부 왈롱 지방 에노주의 최대도시. 1659년 피레네 조약으로 프랑스와 합스부르크 사이 국경이 새로 그어지면서 국경 방비를 위해 세워진 도시로, 산업혁명기 석탄이 풍부한 이곳은 유리 및 금속 산업이 발달한 중공업 도시가 되었음. 이곳 역시 1970년대 이후 중공업 쇠퇴의 영향을 크게 받았는데, 석탄 산업은 문을 닫았지만 철강 및 유리는 현대화를 거쳐 지금도 도시의 기간산업이 되고 있음.

위트레흐트 Utrecht (사진)

2002년 인구 265,151명 → 2022년 인구 367,947명 (연평균 +1.7%)

네덜란드 중부의 도시로 동명의 주의 주도. 서두의 지도를 보면 네덜란드 주요 도시들이 고리 모양으로 분포하고 그 가운데 위트레흐트가 있는데, 실제로 네덜란드 철도의 본사가 있는 교통의 중심지. 로마 시절 요새에서 기원한 도시는 1122년 도시 지위를 얻은 주요 무역 중심지였고, 16세기 네덜란드의 모체가 된 위트레흐트 동맹이 결성되기도 했음. 도시엔 위트레흐트 대학이 위치해 대표적인 대학 도시이기도 하다고.

헨트 Gent (사진)

2000년 인구 324,815명 → 2022년 인구 380,152명 (연평균 +0.7%)

벨기에 북서부 동(東)플란데런주의 주도. 도시는 스헬더강과 레이어강의 합류점에 위치하며, 운하를 통해 북해와 연결되어 큰 항구가 있음. 7세기 수도원이 세워진 이후 도시는 중세 때 양모 산업의 중심지로 플란데런에서 가장 번영한 도시였으며, 현재도 옛 역사적 중심지가 잘 보존되어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다고. 이곳도 벨기에의 대표적인 대학 중 하나인 겐트 대학교가 있어 대학도시로 알려진 곳.

리에주 Liège (사진)

2000년 인구 473,572명 → 2022년 인구 500,259명 (연평균 +0.2%)

벨기에 남동부 왈롱 지방의 도시이자 동명의 주의 주도. 도시는 뫼즈강이 이루는 계곡을 따라 위치함. 10세기 이래 18세기까지 리에주 주교령의 수도였던 곳이며, 19세기 산업혁명기에는 철강과 군수 산업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중공업 도시 중 하나가 되었음. 1960년대 이후 중공업의 쇠퇴에도 도시는 왈롱 지방의 경제적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항공우주 등 새로운 제조업도 발달했다고.

헤이그 's-Gravenhage (사진)

2002년 인구 463,826명 → 2022년 인구 562,839명 (연평균 +1.0%)

네덜란드 남(南)홀란트주의 주도. 공식 명칭은 스흐라벤하허지만 현지에선 보통 덴하흐(Den Haag)로 불린다고. 13세기 홀란트 백작이 궁전을 세우며 형성된 도시는 네덜란드 독립 이후 정치적 중심지 역할을 해 왔고, 19세기 암스테르담이 수도가 된 이후로도 국회와 행정기관이 위치한 사실상의 행정수도임. 동시에 국제사법재판소를 비롯한 국제기관과 여러 다국적 기업의 본사도 위치해 있는 곳.

+ 도시 남쪽의 하얀 무언가는 온실들. 네덜란드 하면 떠오르는 튤립을 비롯한 꽃과 채소 등을 재배한다고. 찾아보면 스마트팜 사례로도 자주 언급되는 듯?

로테르담 Rotterdam (사진)

2002년 인구 599,651명 → 2022년 인구 663,900명 (연평균 +0.5%)

남홀란트주에 있는 네덜란드 제2의 도시. 라인강의 지류인 니우어마스강 하구에 위치해 있으며, 강을 따라 항구가 길게 이어져 있음. 1340년 시 지위를 얻은 도시는 지리적 입지 때문에 주요 항구도시로 성장했고, 로테르담 항은 2004년까지는 세계에서 가장 물동량이 많은 항구였음. 현 시가지는 2차대전 이후 재건되었는데 고층빌딩 위주로 건설되어 수도 암스테르담에 비해 보다 현대적인 분위기의 도시.

란트스타트는 전반적으로 느슨하게 연담화되어 있어서 단일 도시라고 할 정도는 아닌데, 헤이그와 로테르담의 경우 서로 거리도 가깝고(20km) 시가지도 어느 정도 연담화된 느낌. 그래서 출처에 따라 두 도시를 묶어서 로테르담(-헤이그)을 네덜란드 최대의 도시권으로 소개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 거 같음.

안트베르펀 Antwerpen (사진)

2000년 인구 777,464명 → 2022년 인구 888,226명 (연평균 +0.6%)

벨기에 북부 플란데런 지방의 최대도시로, 보통 영어명칭인 앤트워프(Antwerp)로 알려진 곳. 스헬더강 하구에 있는 항구도시로, 16세기 북서쪽의 브뤼허 항이 퇴적으로 쇠퇴하면서 플란데런 지방의 주요 항구가 되어 대서양 무역의 중심지로 유럽에서 가장 번영한 도시 중 하나가 되었음. 현재 도시는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항구와 발달한 석유화학 산업을 가지고 있고, 세계 다이아몬드 거래의 중심지이기도 하다고.

암스테르담 Amsterdam (사진)

2002년 인구 736,562명 → 2022년 인구 918,117명 (연평균 +1.1%)

네덜란드의 수도이자 최대 도시. 북해와 옛 자위더르해를 연결하는 수로를 따라 형성된 항구도시로, 네덜란드 도시가 전반적으로 그렇지만 촘촘한 운하망으로 유명한 곳. 암스털강의 댐에서 시작된 도시는 네덜란드 황금기 동안 유럽의 무역 및 금융 중심지로 세계 최초로 증권 거래소가 열린 번영한 항구도시였으며, 19세기 이후론 헌법상 수도이자 경제 중심지가 되었음. 

브뤼셀 Bruxelles/Brussel (사진)

2000년 인구 1,490,826명 → 2022년 인구 1,844,931명 (연평균 +1.0%)

벨기에의 수도이자 베네룩스 3국에서 가장 큰 도시. 센(Senne) 강변에 있는 도시는 중세에 섬유 무역을 기반으로 발전했고, 16세기 이래 합스부르크 네덜란드와 독립 벨기에의 수도 역할을 해왔음. 현재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소재지로 흔히 유럽의 수도라 불리며, NATO 본부도 이곳에 소재함. 두 언어권으로 갈린 벨기에에서 브뤼셀은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데, 지리적으론 플란데런이지만 불어가 더 많이 쓰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