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eAj_gqSEgfQ?si=LRmeGWgMSGqCqQ8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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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의 수도(1919-1934) 였던 하르키우 시의 1920-30년대의 모습.

러시아어로는 하리코프라는 이름으로도 널리 알려진 이 도시는 제 1차 세계대전 당시 기존의 우크라이나 지역을 통치하던 오스트리아, 독일, 러시아의 봉건 제국이 붕괴한 권력의 공백 상태를 틈타 우크라이나 각지에서 민족주의, 아나키즘, 사회주의 등의 이념을 바탕으로 군웅할거의 양상을 보이던 와중, 일찍이 러시아 볼셰비키들이 선점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방의 거점 도시로서, 또 새롭게 수립된 우크라이나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의 수도로서 소련 정부의 관심 아래 급격한 발전의 기미를 가지게 되었다.

 돈바스 지역의 탄전과 중공업 발전 역량을 토대로 하리코프는 제 2차 세계대전 이전의 소련 정부가 추진하던 급진적인 산업화 정책 속에서 가장 두드러진 발전을 보이던 도시였는데, 덕분에 당시 소련을 비롯한 현대 국가들에서 보여주던 전위적이고 미래주의적인 건축 형식, 모더니즘 건축의 러시아 분파인 구성주의 Конструктивизам 건축 사조 역시 도시 미관 및 계획에 있어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과거 서구 전통의 역사주의적, 절충주의적 건물들이 시도했던 복고주의를 배격함으로써 장식의 배제와 마감재의 단순화를 통해 건축의 기능성이나, 아니면 적어도 외관상 그런 식으로 기능에 대한 선전을 꾀할 수 있는 구성주의 건축은 동시대 타국의 모더니즘 분파인 바우하우스나 아르데코, 이탈리아 미래주의 건축처럼 여러모로 파격적인 건축 철학을 신생 공업국 소련의 도시들에 이식시켰는데, 이는 모스크바와 레닌그라드의 뒤를 있는 소련의 대도시 하리코프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학, 공원, 공동주택, 극장을 비롯하여 다양한 건축물들이 당시 소련 정부가 추진하던 신경제 정책에 아래 실험적이고 모험적인 양식들로 많이 지어졌는데, 하리코프의 랜드마크인 데즈프롬 Derzhprom, Держпром, 즉 국가산업 궁전은 그러한 소련 구성주의 건축의 모범적인 사례다.

1928년 완공 당시 지붕 높이 63미터, 최대 12층, 연면적 60,000 제곱미터의 규모로 단일 건축물로는 세계 최대, 동시대 뉴욕의 마천루들을 상회하는 규모의 공간 활용성을 자랑하는 이 거대한 건축물은 농업국가 우크라이나의 산업화와 현대화를 상징하는 ‘소련의 최초의 마천루’로서 기념비적인 빌딩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전위적인 구성주의 건축 사조도 신생 국가 소련의 동력인 공산주의 신사회에 대한 열정과 광기가 관료주의적이고 공포주의적으로 변질되듯이 복고주의적인 스탈린주의 건축이 유행하고, 또 1934년 소련 정부가 우크라이나의 수도를 지역의 전통적인 대도시인 키예프로 천도함에 따라 하리코프의 랜드마크인 이 건물 역시 그 상징성, 기능성이 퇴색되어 버리기도 하였다. 

 그러나 철근 콘크리트 구조로 튼튼하게 지어진 덕에 제 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군의 점령이나 하리코프 공방전의 와중에도 살아남았고, 훗날 냉전 시기 소련의 군산복합체들과 우주개발의 총아인 하리코프, 그리고 독립 주권국가인 우크라이나의 제 2의 도시이자 중공업의 메카 하르키우 시의 지역적인 명소로서 오늘날까지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그런 모습은 또 일종의 경외감을 자아내기도 한다.

 근데 솔직히, 1920년대에 이런 걸 지어서 놀랍지 지금 보면 1960-70년대 소련에서 허구한날 쳐 지어대던 브루탈리즘 양식의 건물이나, 동시기 한국의 시민아파트 느낌도 씨게 나서 좀 그렇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