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그대로 사하라 사막 서쪽에 위치한 서사하라는 한반도보다 조금 넓은 26만 km²에 약 50만 인구가 거주하는 지역. 사막을 가로지르는 모래 장벽을 기준으로 서쪽 80%는 모로코 점령 하에 있고, 나머지 지역은 미승인국인 사흐라위 아랍 민주 공화국(SADR) 통치 하에 있음. 인구가 희박한 이 지역은 국가의 힘이 거의 닿지 않았는데, 이는 스페인 지배 시기에도 마찬가지였음. 1970년대 스페인 철수 이후 역사적으로 일대에 영향력을 행사한 모로코는 서사하라의 대부분을 점령했고, 긴 전쟁(1975-1991)을 거쳐 현재도 서사하라 대부분 지역을 지배하고 있음.

서사하라의 원 거주민인 사하라인(Sahrawi)은 부족 단위로 살던 아랍-베르베르 유목민으로, 하사니야(Hassaniya)라고 불리는 아랍어 방언을 사용함. 1975년 모로코는 민간인 35만 명을 스페인령 사하라로 내려보내는 시위(‘녹색 행진’)를 통해 서사하라를 장악했고, 이후 수많은 모로코인들이 정부의 지원 하에 사막으로 이주함. 2014년 모로코 인구조사는 모로코 점령지의 인구를 약 50만으로 집계했는데, 이 중 3분의 1만이 하사니야 방언을 사용하는 인구였음. 한편 SADR 통치 지역에는 3만여 명의 유목민이 거주하는 걸로 추산되고, 알제리의 난민 캠프에도 17만여 명의 서사하라 난민이 살고 있음.

※ DWD/NOAA. 서사하라 내륙은 변변한 자료가 없어서 알제리의 틴두프를 대신 제시함.

서사하라는 뜨겁고 건조한 사하라 사막에 위치해 있지만 다클라와 엘아이운처럼 해안 지역은 의외로 한류(카나리아 해류)의 영향으로 그렇게 평균기온이 높진 않음: 물론 내륙으로 들어가면 해당사항 없는 내용. 다만 이건 평균이 그렇다는 거고, 여름철에 동풍이 불면 해안 지역에서도 기온이 매우 높게 치솟을 수 있음. 일단 공식적으로 기록된 서사하라 최고 기온은 스페인 식민 시절(1961년 7월) 스마라에서 기록된 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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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DR의 명목상 수도 엘아이운(El Aaiún: 표준 아랍어), 혹은 라윤(Laâyoune: 방언)은 인구 20만으로 서사하라 인구의 40%가 살고 있는 곳. 도시는 서사하라 북부의 거대한 건천인 사기아엘함라(Saguía el-Hamra)를 따라서 흘러감. 1938년 스페인 군사기지로 세워진 도시는 풍부한 물과 전략적 위치 때문에 식민지의 수도로 선택되었고, 이후 인산염 수출의 거점이 되면서 빠르게 주요 도시로 성장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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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아이운에서 약 100km 남쪽으로 떨어진 부크라(Bou Craa)는 서사하라의 유일한 광물 자원인 인산염이 채굴되는 곳. 인산염 및 인산비료는 모로코 수출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중요 수출품인데, 부크라 광산은 모로코 인산염의 10%를 공급함. 부크라에서 채굴된 인산염은 세계 최장(98km) 길이의 컨베이어벨트에 실려 엘아이운의 외항 엘마르사(El Marsa)로 옮겨진 뒤 수출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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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즈두르(Boujdour) 혹은 보자도르(Bojador)는 엘아이운과 다클라 사이에 있는 인구 4만의 소도시지만 이름만은 유명한 곳. 이곳을 기점으로 편서풍대가 끝나고 (대양 한가운데로 부는) 무역풍대가 시작되기 때문에 과거 유럽과 아랍인들은 이곳을 항해의 남방한계선으로 생각했고, 15세기 포르투갈이 이곳을 돌파하면서 신항로 개척이 시작됨. 현재의 도시는 19세기 등대가 세워지면서 새롭게 형성된 곳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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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클라(Dakhla)는 인구 10만으로 서사하라 제2의 도시. 도시는 대서양을 향해 튀어나온 리오데오로(Río de Oro, ‘황금의 강’)반도에 위치해 있는데, 서아프리카의 ‘황금의 강’을 찾아나선 포르투갈 항해사들이 만(灣)을 강으로 착각해서 붙인 이름이라고. 1884년 스페인은 반도에 비야시스네로스(Villa Cisneros)를 세우고 식민 통치의 중심지로 삼았으며, 스페인 철수 이후론 다클라로 이름이 바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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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 내륙의 오아시스 도시인 스마라(Smara)는 인구 5만으로 서사하라 내륙 지역의 최대 도시. 1898년 수피 지도자 마 알아이나인(Ma al-ʿAynayn)은 이곳에 리바트(요새)를 건설해 서구 열강의 침입에 저항했고, 1934년에야 스페인과 프랑스 연합군이 도시를 완전히 함락시켰다고. 종교적으로 뜻깊은 이 도시는 서사하라 전쟁 기간 동안 격렬한 전투의 무대가 되었고, 현재는 분리 장벽이 도시 동쪽 산을 둘러싸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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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스페인은 식민지에서 철수하면서 서사하라를 모로코·모리타니에 분할했으나, 1973년부터 反스페인 무장투쟁을 이어오던 폴리사리오(POLISARIO)는 이를 거부하고 SADR 수립을 선언, 전쟁이 발발함. 1980년 이후 모로코는 사막을 가로지르는 장벽을 건설하기 시작했고, 1986년까지 6중의 모래 장벽이 세워지면서(현재는 7중) 폴리사리오의 게릴라 활동을 차단함. 도합 2,700km 길이의 장벽은 10만여 명의 모로코 군인들에 의해 방비되고 있으며, 장벽 주변으론 대량의 지뢰가 매설되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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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벽 동쪽에는 SADR 통제 하에 있는 몇몇 마을이 있는데 모두 규모는 작은 편. 이들 중 스마라에서 직선거리로 100km 정도 떨어진 오아시스 마을 티파리티(Tifariti)는 명목상 SADR의 임시수도임. 1991년 전쟁 막바지 단계에서 도시는 모로코 공군에 의해 파괴되었고(위 사진은 옛 스페인 병영의 잔해), 현재 티파리티는 몇몇 행정 건물이 있고 드물게 중요한 SADR 정치 행사가 열리는 정도의 곳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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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약 17만 명의 서사하라인이 알제리 서부 틴두프(Tindouf)주에 산재한 난민촌에 거주함. 난민촌은 서사하라의 도시 이름을 따서 지어진 5개 지구(엘아이운, 다클라, 스마라, 부즈두르, 아우세르드)로 이루어져 있으며, 알제리 영토지만 행정적으로는 SADR 통치 하에 있는 자치 지역. 사막 한가운데 위치한 난민촌은 생활 환경이 열악하고 경제적으로 대체로 국제 원조에 의존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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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위의 다섯 난민촌과 별개로 라부니(Rabouni) 캠프는 SADR 정부 부처와 폴리사리오 본부가 소재한 행정 중심지로, 비정부 기구와 UN의 현장 사무소도 주로 이곳에 위치해 있다고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