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은 남한 15배 면적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내륙국이지만 인구는 300만에 불과하고, 국민 절반이 살고 있는 울란바토르를 제외하면 사실 도시 발달 정도가 미약한 국가. 2020년 인구조사를 기준으로 몽골에서 그래도 인구가 많은 도시들을 표시해 보면 위 지도와 같은데, 몽골 종단철도(수흐바타르-울란바토르-자밍우드) 연선지역이 그래도 우리나라 경부축에 가까운 포지션인 듯.

1956년 몽골의 인구는 84만 명이었고 이중 78%는 농촌에 거주했으나, 지금은 몽골 인구의 3분의 2는 도시에 거주함. 전체 도시 인구의 3분의 2는 수도 울란바토르에 거주하고 있는데, 공산주의 시절에는 그래도 그 비율이 1:1이었으나 동구권 붕괴 이후 소련 원조로 들어가던 제조업이 몰락하고 이러한 1극 집중 현상이 심화되었음. 겨울이 혹독한 몽골에서는 극심한 한파(1999-2002, 2009-10)도 도시화를 촉진하는 요인이었다고.

몽골인들은 전통적으로 이동식 주택인 게르에서 살았지만, 몽골 전통과 중국·티베트 양식이 혼합된 독특한 궁전 및 사원 건축들을 남겼음. 특히 16~18세기에는 몽골 전역에 수많은 불교 사원이 건축되었는데 사원 주변에 상인들이 정착하면서 도시가 발달하기 시작함. 1960~70년대 중소관계가 악화되자 소련은 중국과 맞닿은 몽골에 많은 경제적 지원을 제공했고, 새로운 산업도시와 전형적인 소련식 아파트들이 몽골 곳곳에 세워졌음. 한편 20세기 후반부터는 급격한 이촌향도로 도시 외곽에 천막을 치고 나무 울타리로 담장을 두른 게르촌이 빠르게 확산됨.

처이르 Чойр / ᠴᠣᠶᠢᠷ (사진)

2000년 인구 8,983명 → 2020년 인구 10,427명 (연평균 +0.7%)

동부 고비 사막에 있는 도시로, 사실 인구 규모를 보면 몽골에서도 순위권 바깥이지만 다르항·에르데네트와 함께 실질적으로 광역시격인 고비숨베르주로 독립되어 있음. 처이르는 1950년대 부설되어 러시아와 중국을 잇는 몽골종단철도 상에 위치하며, 1970년대 중소관계 악화로 대규모 소련 군사기지가 들어서 군사도시가 형성됨. 1992년 소련군이 철수한 이후 도시 동쪽의 군사기지는 폐허가 된 상태.

자밍우드 Замын-Үүд / ᠵᠠᠮ ᠤᠨ ᠡᠭᠦᠳᠡ (사진)

2000년 인구 6,353명 → 2020년 인구 18,804명 (연평균 +5.6%)

몽골 동남쪽 끝 더른고비주의 도시로, 시명은 ‘길의 문’이란 뜻. 이곳은 몽골종단철도가 중국 국경을 넘어가는 지점으로, 중국 도시 얼롄하오터(二連浩特)와 마주보고 있음. 고비 사막 한복판의 허허벌판이던 이곳은 90년대 이후 중국과의 교류로 도시가 형성되었고, 2004년에는 자유무역지대가 지정됨. 2000년대에는 대표적인 탈북 경로이기도 했는데 현재는 단속 강화로 동남아시아가 주 경로가 되었다고.

체체를렉 Цэцэрлэг / ᠴᠡᠴᠡᠷᠯᠢᠭ (사진)

2000년 인구 18,519명 → 2020년 인구 20,648명 (연평균 +0.5%)

중부 아르항가이주의 주도로 도시명은 ‘정원’이라는 뜻. 도시는 항가이산맥 동쪽 사면의 타미르강 계곡에 위치하며, 겨울철 기온역전 현상 때문에 몽골에서 가장 온화한 기후(1월 평균 -15℃)가 나타나는 지역이라고. 17세기 자이게겡(Zaya Gegeen) 사원이 이곳에 세워졌고, 혁명 이후 사원은 폐지되었으나 도시는 행정 중심지가 됨. 이곳은 쳉헤르 온천과 차강노르 등 인근(?) 관광지로 가는 거점 역할을 함.

수흐바타르 Сүхбаатар / ᠰᠦᠬᠡᠪᠠᠭᠠᠲᠤᠷ (사진)

2000년 인구 22,374명 → 2020년 인구 22,578명 (연평균 +0.0%)

북부 셀렝게주의 주도로 몽골의 주요 하천인 어르헝강과 셀렝게강의 합류점에 위치함. 도시는 1940년 세워졌으며 몽골의 독립영웅 수흐바타르의 이름을 따서 명명됨. 러시아 국경 가까이 있는 도시는 몽골에서 러시아로 통하는 교통 중심지로, 북서쪽 나우시키 국경으로 이어지는 몽골종단철도와 북동쪽 캬흐타 국경으로 이어지는 도로가 이곳에서 분기함. 

운두르항 Өндөрхаан / ᠥᠨᠳᠦᠷᠬᠠᠨ (사진)

2000년 인구 18,003명 → 2020년 인구 23,765명 (연평균 +1.4%)

헤를렝 강변에 있는 몽골 북동부 헨티주의 주도. 도시 일대는 청나라 때 외몽골 4부(部) 중 하나인 세첸 칸부의 소재지였으며, 현대에도 행정 중심지로 기능하는 한편 도시 인근에 찬드간탈(Chandgana Tal) 탄광을 비롯한 광산들이 위치해 광업 중심지이기도 하다고. 헨티주는 칭기스칸의 출신지로 유명한데, 2013년 주 정부는 칭기스칸을 기리기 위해 도시의 공식 명칭을 ‘칭기스’로 개칭하기도 했다고.

사인샨드 Сайншанд / ᠰᠠᠶᠢᠨᠱᠠᠩᠳᠠ (사진)

2000년 인구 18,290명 → 2020년 인구 25,910명 (연평균 +1.8%)

고비 사막 한가운데 있는 남동부 더른고비주의 주도. 1931년 더른고비주가 설치될 때 세워졌으며, 1950년대에는 몽골종단철도가 개통되어 도시를 통과함. 이곳도 공산주의 시절에는 소련군이 주둔해 있었는데 현재는 서북쪽에 거대한 폐허만이 남겨져 있음. 도시는 탁 트인 사막 한가운데다 보니 건조하고 바람이 잦은데 그래서인지 최근 동쪽에 풍력 및 태양광 발전소가 지어진 모양.

달란자드가드 Даланзадгад / ᠳᠠᠯᠠᠨᠵᠠᠳᠠᠭᠠᠳ

2000년 인구 14,050명 → 2020년 인구 26,367명 (연평균 +3.2%)

역시 고비 사막 한복판에 있는 몽골 최남단 우믄고비주의 주도. 여기도 주의 행정 중심지로 세워진 도시이지만 최근 들어 우믄고비주의 대규모 광산 개발로 빠른 인구 증가세를 보이고 있음. 도시 인근(?)은 헝거르 사구(Khongoryn Els)로 잘 알려진 고르왕사이항 국립공원처럼 자연경관이 빼어난 명소들이 있고, 또 공룡 화석이 많이 출토되는 지역으로도 유명하다고. 

2000년대 도시 동쪽에서 타왕털거이 탄광과 어요털거이 구리광산이 개발되면서 달란자드가드가 위치한 우믄고비는 몽골에서 3번째로 GDP가 큰 주가 되었음. 위성사진으로 봐도 굉장한 규모로 광산이 개발되는 게 눈에 들어옴. 참고로 이 때문인지 우믄고비주는 의외로 몽골에서 울란바토르에 이어 두 번째로 외국인이 많이 사는 곳이라고.

바가노르 Багануур / ᠪᠠᠭᠠᠨᠠᠭᠤᠷ (사진)

2000년 인구 20,514명 → 2020년 인구 28,570명 (연평균 +1.7%)

울란바토르에서 동쪽으로 약 130km 떨어진 탄광도시로, 행정적으로는 울란바토르시의 월경지. 도시는 1970년대 소련군 오토바이 사단 주둔지로 만들어졌으며, 같은 시기 노천 탄광이 발견되어 광산 개발이 이루어졌다고. 이곳도 1992년 소련군이 철수하면서 군부대는 도시 북동쪽에 폐허로 남겨진 한편, 도시 남쪽에선 여전히 석탄이 대규모로 채굴되는 중.

올랑검 Улаангом / ᠤᠯᠠᠭᠠᠩᠭ᠋ᠣᠮ (사진)

2000년 인구 25,993명 → 2020년 인구 30,662명 (연평균 +0.8%)

몽골 북서부 오브스주의 주도로, 몽골 최대 호수인 오브스 호수 주변으로 펼쳐진 넓은 분지에 자리한 도시. 시명은 오이라트어로 ‘붉은 저지대’란 뜻으로 도시 남쪽의 작은 산인 찬드만산에서 유래했다고. 17세기 호수로 흘러드는 강 주변으로 경작지와 마을이 형성되었고, 불교 사원이 들어서면서 종교적 중심지가 되었다고. 1931년 주가 설치되면서 행정 중심지가 되었음.

허브드 Ховд / ᠬᠣᠪᠳᠤ (사진)

2000년 인구 25,765명 → 2020년 인구 30,777명 (연평균 +0.9%)

알타이산맥 자락에 위치한 몽골 서부 허브드주의 주도로, 허브드강의 지류인 보인트(Buyant) 강변에 있음. 17세기 준가르의 갈단 칸이 허브드 강변에 세운 도시가 시초로, 이후 청나라는 현 위치로 도시를 옮기고 몽골 서부의 통치 중심지로 삼았음. 도시는 현재도 몽골 서부의 중심지격 되는 도시이며 오이라트와 할흐, 카자흐 등 다양한 민족 구성을 보이는 곳이라고.

바잉헝거르 Баянхонгор / ᠪᠠᠶᠠᠨᠬᠣᠩᠭᠣᠷ (사진)

2000년 인구 22,066명 → 2020년 인구 31,731명 (연평균 +1.8%)

몽골 남부 바잉헝거르주의 주도로, 항가이산맥 남쪽 자락의 투잉(Tüin) 강변에 위치함. 해발고도가 1,859m로 이 글에 나온 도시들 중 가장 높은 곳. 원래 바잉헝거르주의 주도는 북서쪽으로 80km 떨어진 갈루트(Galuut)에 있었는데 1960년대 이곳으로 주도가 옮겨왔다고. 도시 행정구역은 북동쪽으로 50km 떨어진 샤르갈조트(Shargaljuut)를 포함하는데 온천수가 나와 휴양소가 개발된 곳이라고.

아르와이헤르 Арвайхээр / ᠠᠷᠪᠠᠶᠢᠬᠡᠭᠡᠷ (사진)

2000년 인구 19,058명 → 2020년 인구 32,891명 (연평균 +2.8%)

몽골 중부 우부르항가이주의 주도. 주명 그대로 항가이산맥 동쪽 자락에 위치한 도시로, 앞에 봤던 체체를렉처럼 지형 때문에 국지적으로 따뜻한 기후(1월 평균 -14℃)가 나타남. 도시는 18세기 호쇼(khushuu: 유목민 편제 단위)의 중심으로 세워졌다고 하며, 도시의 이름은 유명한 말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도시 근처...는 아니지만 북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곳에 몽골 제국의 수도였던 카라코룸이 위치해 있음.

울기 Өлгий / ᠥᠯᠦᠭᠡᠢ (사진)

2000년 인구 25,791명 → 2020년 인구 37,326명 (연평균 +1.9%)

몽골 최서단 바잉울기주의 주도. 알타이 산맥 자락의 도시는 허브드강 상류 계곡에 위치함. 원래 중국 및 러시아와의 교역 루트였던 이곳은 1930년대 바잉울기주가 설치되며 주도로 선택되어 도시가 형성되었다고. 이곳 주민 대다수는 카자흐족으로, 매사냥을 비롯한 카자흐 전통이 잘 보존된 곳으로 유명함. 또한 몽골에서 가장 높은 타왕벅드산(4,374m)으로 들어가는 관문이기도.

날라이흐 Налайх  / ᠨᠠᠯᠠᠶᠢᠬᠤ (사진)

2000년 인구 23,207명 → 2020년 인구 37,659명 (연평균 +2.5%)

울란바토르에서 동쪽으로 약 30km 떨어진 위성도시로, 행정적으로는 울란바토르의 한 구. 앞서 봤던 바가노르와 비슷한 유래의 도시인데, 1950년대 탄광이 문을 열고 소련군 기지가 주둔하면서 도시가 형성되었으나 90년대 군 철수와 탄광 폐쇄 이후론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고. 도시는 울란바토르 근교의 유명 관광지인 테렐지로 들어가는 입구이기도 함.

무룽 Мөрөн / ᠮᠥᠷᠡᠨ (사진)

2000년 인구 28,903명 → 2020년 인구 40,770명 (연평균 +1.7%)

몽골 북부 훕스굴 주의 주도로 주명은 ‘강’이란 뜻. 닉값대로 도시 바로 옆으로 델게르무룽(Delgermörön)강이 흐르고 있음. 19세기 수도원 마을로 세워진 무룽은 1933년 후브스굴 호숫가의 하트갈(Khatgal)에서 주도가 이전되면서 주의 중심지가 되었음. 도시는 몽골 북부를 횡단하는 도로에서 북쪽으로 향하는 길이 갈라지는 주의 교통 중심지로, 후브스굴 호수를 방문하려는 사람들이 거쳐가게 되는 곳.

처이발상 Чойбалсан / ᠴᠣᠶᠢᠪᠠᠯᠰᠠᠩ (사진)

2000년 인구 40,123명 → 2020년 인구 46,221명 (연평균 +0.7%)

헤를렝 강변에 있는 몽골 최동단 더르너드주의 주도. 도시의 해발고도는 747m로 몽골의 주요 도시 중에선 가장 낮음. 19세기 교역 중심지로 형성된 도시로 원래 이름은 바잉투멩(Bayan Tümen)이었으나 1941년 이 근처 출신인 몽골의 지도자 처이발상의 이름을 따서 개칭되었음. 1930년대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지선이 도시로 연결되었고, 근소하게나마 경공업도 발달해 몽골의 주도 중에선 가장 규모가 큼.

다르항 Дархан / ᠳᠠᠷᠬᠠᠨ (사진)

2000년 인구 65,791명 → 2020년 인구 81,517명 (연평균 +1.1%)

몽골 북부 어르헝 강변에 있는 도시로, 사실상 광역시격인 다르항올주(州)로 독립된 도시. ‘대장장이’란 뜻의 도시는 1961년 소련과 동유럽 국가들의 원조로 세워졌으며, 목공·벽돌·석회·식품 공장 등이 들어서 몽골 제2의 도시가 되었음. 또한 도시 주변은 몽골에서 드물게 농사(주로 감자)가 이루어짐. 소련 붕괴 이후 동구권 원조가 끊기면서 도시는 침체를 겪었고, 지금도 1인당 GRDP는 몽골 평균 대비 다소 낮음.

에르데네트 Эрдэнэт / ᠡᠷᠳᠡᠨᠢᠲᠦ (사진)

2000년 인구 68,310명 → 2020년 인구 100,183명 (연평균 +1.9%)

역시 몽골 북부에 있는 몽골 제2의 도시로 행정적으론 어르헝주로 독립되어 있음. 1970년대 소련 지원으로 구리와 몰리브덴 광산이 개발되면서 세워진 비교적 역사가 짧은 도시로, 소련 붕괴 이후로도 광물자원에 힘입어 몽골에서 1인당 GRDP가 가장 높은 도시란 타이틀을 유지 중. 소련 붕괴 이전에는 도시 인구 절반이 소련인이었다고 하는데, 현 우크라이나 대통령인 젤렌스키도 여기서 유년시절을 보냈었다고.

울란바토르 Улаанбаатар / ᠤᠯᠠᠭᠠᠨᠪᠠᠭᠠᠲᠤᠷ (사진)

2000년 인구 720,264명 → 2020년 인구 1,395,773명 (연평균 +3.4%: 본시가지 인구)

몽골의 수도로, 2020년 기준 몽골 인구의 46%, GDP의 65%를 차지하는 명실상부한 수위도시. 도시는 해발 1,350m의 톨(Tuul)강 계곡에 있으며, 남북으로 벅드항산(2,261m)을 비롯한 2,000m급 산들로 둘러싸여 있음. 시가지는 계곡을 따라 동서로 길게 이어져 있는데 위성사진으로 보면 옅게 보이는 게르촌이 주변 산비탈을 뒤덮으며 도시가 확장되는 모습을 볼 수 있음.

울란바토르의 역사는 원래 몽골 불교 수장의 처소에서 시작되었는데, 도심 서쪽의 간당 사원과 주변의 게르촌은 도시의 초기 모습이 남아 있는 부분. 공산 정권 수립 후 도시는 후레(Khüree)에서 ‘붉은 영웅’이란 뜻의 울란바토르로 이름이 바뀌었고, 수흐바타르 광장을 중심으로 소련 스타일의 계획도시가 조성됨. 도시엔 높은 건물이 없었지만 최근 10년 동안 20~30층 높이 빌딩들이 들어서면서 도심부 스카이라인이 형성되는 중.

울란바토르의 도시 확장은 주로 유목민들이 게르를 들고 상경해 도시 주변 땅에 정착하면서 형성된 게르촌(사실 이름과 다르게 나무로 지은 일반 주택도 많음)이 이끌었는데, 수도와 난방 등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대기오염 및 수질오염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편. 한편 도시 남쪽의 자이상과 야르막처럼 몇몇 외곽 지역에는 고층 아파트 위주로 구성된 신도시들이 조성되기도 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