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지도를 보면 하와이 동쪽의 동태평양 해저에 가로로 평행하게 균열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음. 저걸 fracture zone이라고 부르는데, 실제 해양 지각이 갈라져 있는 거임. 저런 구조는 중앙 해령이 변환 단층을 사이에 두고 여러 조각이 나 있기 때문에 생기는데, 아래 그림을 보면 이해하기 편함.

그러니까 중앙 해령이 조각나 끊어져 있던 것들의 흔적이 저 균열들임. 이 균열을 만든 해령은 태평양 판과 나스카 판의 경계가 되는 동태평양 해령인데, 이 해령의 북쪽 부분은 이미 북아메리카판 아래로 섭입해서 사라졌음. 하지만 그 해령의 흔적은 북동 태평양 지각에 저렇게 그대로 남아 있지.

Fracture zone들에 이름을 붙이면 위와 같음. 오늘 다룰 북쪽부터 Mendocino, Murray, Molokai, Clarion, Clipperton fracture zone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데, 도지챈 이용자라면 어디서 이름을 따 온 건지 알 거라고 생각함. 오늘 우리가 다룰 클래리언-클리퍼턴 해역(CCZ)은 가장 남쪽의 두 fracture zone을 합쳐서 부르는 이름임.


그럼 CCZ가 왜 중요하냐? 이 해역의 해저에는 금속 단괴가 잔뜩 존재함.

이런 식으로 땅 위에 널려 있는데, 구리, 니켈, 코발트, 철, 망가니즈, 희토류 원소들이 섞인 단괴임. 평균적으로 1m² 당 15kg, 단괴가 많은 곳에는 75kg까지 금속 단괴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며, 총 2100억 톤의 금속이 이 곳에 매장되어 있을 것이라고 함.

표는 CCZ와 지표의 금속 매장량을 비교한 것인데, 망가니즈, 니켈, 코발트, 이트륨, 텔루륨, 탈륨 등의 매장량은 CCZ가 지표의 모든 광맥들을 합한 것보다 많음. 특히 코발트의 경우 전기차에 들어가는 리튬 이온 배터리에 필수적인 재료 중 하나인데, 생산량의 70% 가량이 콩고에 집중되어 있어 내전과 잦은 정치적 변동 때문에 수급이 불안정하고, 세계 각국이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전기차를 장려하고 있어 가격이 엄청나게 올랐는데, CCZ에는 지표 전체의 3배가 넘는 코발트가 매장되어 있음. 코발트 이외에도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하려면 필요한 금속 자원의 양이 현재보다 6배는 많기 때문에 이 해역이 주목을 받고 있음.


하지만 이 구역은 그 어느 나라의 배타적 경제수역에도 속하지 않는 곳이고, 이 때문에 60~70년대부터 세계 여러 나라들이 눈독을 들이던 곳이었음. 그래서 1994년 국제 해저 기구(ISA)가 결성이 되어서 공해 해저의 자원에 대한 권리를 주관하게 되었음. 현재 ISA는 168개 국가들과 EU가 가입되어 있음.

파란색이 ISA 가입국, 노란색이 옵저버. 본부는 자메이카 킹스턴.

어떤 국가나 단체가 CCZ 혹은 다른 공해에서 자원 채굴을 하고 싶다면, 36개 회원국으로 이루어진 이사회(투표로 선출되며, 몇 년마다 바뀜.)에서 심사를 받아 통과해야 함. 그렇게 심사를 통과하면 75000km²의 해역에서 자원 탐사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짐. 그리고 같은 그 옆의 같은 면적의 해역이 개발도상국들을 위해 주어지는데, 이 개발도상국들과 파트너십을 맺어 다른 국가나 회사들도 해당 해역에서 자원을 탐사할 수 있음.

이 지도에서 Reserved Areas라고 되어 있는 지역들이 그런 곳들임. 위 지도에서 통가, 키리바시, 나우루의 몫으로 되어 있는 구역은 캐나다의 자원 회사 The Metals Company가 해당 국가들의 스폰서를 받아 자원 탐사를 하고 있음. 사실상 The Metals Company의 구역이라고 보면 됨.


여기서 단괴를 채취하는 방식은 아래 그림과 같음.

이렇게 배에서 진공청소기같은 걸 해저에 내려서 단괴들을 끌어올리는 방식인데, 이런 방식은 지표의 광산버다 환경오염을 덜 일으킨다는 장점이 있음. 하지만 심각한 생태계 파괴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어 아직 대규모의, 상업적인 채취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


CCZ의 심해 해저에는 굉장히 다채로운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으며, 이 지역을 탐사한 결과 5000종에 달하는 미발견 생물종들이 확인되었음. 여러 종의 해면동물, 연체동물, 극피동물, 유공충 등이 CCZ에 존재하고, 특히 해저의 금속 단괴는 이곳의 생물들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서식지이기 때문에, 이걸 채취한다는 건 직접적인 생태계 파괴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말함. 8번 짤 지도에서 APEI로 표시된 곳들이 이런 생태적 가치가 특별히 더 높은 곳들임.

게다가 단괴들을 채취하는 과정에서 해저의 먼지가 일어나는데, 가라앉는 데에도 시간이 오래 걸리며 수 km를 이동함. 이런 바닷속 먼지 구름이 한 번 생긴 후 조사를 해 봤더니 근처 해역의 물고기와 새우 개체 수가 1년 넘게 절반 가까이 줄어 있었음.


그래서 CCZ에서의 채굴 허가가 현재까지는 아직 나지 않고 있는 상황인데, ISA에서도 찬성하는 국가들과 반대하는 국가들이 있어서 협의 중이라고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