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출처: https://tumppi.com/sukunimet/



핀란드 이름은 대부분의 서구 국가들처럼 이름 + 성으로 이루어져 있고 결혼한 여성은 남편의 성을 따르는데, 다른 북유럽 국가들처럼 19세기까지만 하더라도 다양한 이름 형식이 존재하다가 1921년 현재와 같이 서구식 성명이 법제화되었다고. 김이박최만 합쳐도 인구 절반인 우리나라와 달리 핀란드의 성씨는 종류가 다양한 편인데, 가장 흔한 10개 성씨를 다 합해도 전체 인구의 3%에 불과함. 


지도에서 많이 색칠된 성씨들을 살펴보면:

코르호넨 Korhonen 가장 흔한 성으로 2023년 기준 21,811명이 사용하고 있음. 흔하지만 어원이 불명확한 성씨라고. 코르호넨은 주로 동부 사보 지역에서 사용되는 성씨인데, 이촌향도로 인해 지금은 수도 헬싱키에서도 가장 수가 많은 성씨임.

비르타넨 Virtanen 두 번째로 흔한 성씨로 사용 인구는 21,021명. 비르타(virta)는 핀란드어로 시냇물이란 뜻임. 남쪽에 위치한 남서핀란드와 해메 지방에서 많이 사용됨. 이 성씨는 핀란드의 역사적 중심지 투르쿠에서 가장 흔한 성씨.

매키넨 Mäkinen, 매켈래 Mäkelä 둘 다 언덕을 뜻하는 매키(mäki)에서 유래한 성씨로 사용 인구는 매키넨 19,421명, 매켈래 18,494명. 매키넨은 제2의 도시 탐페레를 비롯해 서부 피르칸마 지역에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매켈래는 다소 분산되어 나타남.

니에미넨 Nieminen 곶을 뜻하는 니에미(niemi)에서 유래한 성씨로 사용 인구는 19,214명. 의외로 해안보단 내륙 지방에 주로 분포하는데 아무래도 핀란드 내륙을 가득 뒤덮고 있는 호수들과 연관있을 듯.

해맬래이넨 Hämäläinen 사용 인구 17,677명. 성씨는 (핀란드 남서부의) 해메 지역 출신이라는 뜻이지만, 정작 주로 분포하는 지역은 동부의 사보와 카르얄라 지역. 아무래도 옛날에 동쪽으로 이주한 사람들이 많이 쓴 듯?

헤이키넨 Heikkinen 인명 헤이키(Heikki; 스웨덴어 Henrik이나 영어 Henry와 같은 이름)에서 파생된 성씨. 핀란드 북부의 카이누 지방에서 주로 나타나며, 북부 최대도시 오울루에서도 가장 흔한 성씨임.

전반적으로 흔한 성씨들은 코르호넨과 헤이키넨을 제외하면 대체로 남쪽을 중심으로 분포하고 있는 모양새임.



대충 위의 목록을 보면 -nen으로 끝나는 성씨들이 대부분인데, 실제 핀란드인의 40% 정도는 -nen으로 끝나는 성씨를 가지고 있다고. 이 -nen은 핀란드어에서 형용사를 만드는 일반적인 접사로, 자연물이나 인명 등 다양한 대상에 붙어 성씨를 파생시킴. -nen 성씨는 지도에도 보이듯 핀란드 동부 지방에서 유래했는데, 동부 핀란드인들은 전통적으로 떠돌아다니며 화전 농업을 했기 때문에 일찍이 평민들 사이에서도 성씨를 쓰는 관습이 발달했다고 함. 과거에는 남성형 -nen과 여성형 -tar이 구분되고 결혼한 여성도 원래의 성을 그대로 썼지만 현재는 더 이상 그렇지 않음.


처격조사 -la로 끝나는 성씨는 두 번째로 흔한데, 핀란드인의 10% 정도가 이 유형을 사용한다고 함. 지도에도 보이듯 -la 성씨는 서쪽에 주로 분포함. 핀란드 서부는 바다 건너편 스칸디나비아처럼 근대까지 성씨 사용이 일반적이지 않았고, 보통 농장이나 사람 이름 뒤에 처격조사 -la를 붙여 특정인을 호칭했다고(우리나라로 치면 ~네, ~댁쯤 될 듯?). 이 -la는 -nen과 달리 이사를 가거나 하면 바뀔 수 있었는데, 이것도 지금은 일반적인 성씨처럼 쓰임. 


한편 -nen과 -la로 끝나지 않는 핀란드 성씨들도 있는데, 이런 성씨들은 비교적 최근(19세기 이후)에 생겨났고 자연물(laine ‘파도’, niemi ‘곶’ 등)을 그대로 성씨로 쓰거나 지명을 가져온 경우가 많다고. 19세기 민족주의 물결이 일었을 때 전통적으로 스웨덴식 이름을 사용하던 상류층들이 본인의 성을 핀란드어로 개명한 경우도 많았음. 사실 -nen, -la로 끝나는 성씨들 중에서도 단순한 ‘자연물+접사’ 형태 성들은 이 유형처럼 근대에 남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도입된 경향이 있다고.


핀란드에는 외래 성씨도 여럿 존재하는데, 이 중 가장 흔한 건 뉘만(Nyman), 요한손(Johansson), 린드홀름(Lindholm) 등 스웨덴계 성씨. 스웨덴계 성씨는 현재 스웨덴계 핀란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남서쪽 해안 지역에 집중되어 있음. 핀란드 최북단의 우츠요키에서는 노르웨이계 구트토름(Guttorm), 소단퀼래에서는 사미어 성씨인 아이키오(Aikio)가 가장 흔한 성씨였는데 두 지역 모두 스칸디나비아 북부의 원주민인 사미인이 많이 거주하는 동네임.


마지막으로 서해안의 내르페스에서는 응우옌(Nguyễn)이 가장 흔한 성씨였는데, 이곳은 원래 스웨덴어를 사용하는 시골 동네였지만 베트남과 보스니아 노동자들이 토마토 등을 재배하는 온실에서 일하러 이주하면서 현재는 인구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아무래도 성씨 종류가 많은 유럽과 달리 베트남인은 다섯 명 중 두 명이 응우옌씨라 자연스럽게 응우옌이 지역에서 가장 흔한 성씨가 된 듯.